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기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기사
 

  브론치노의 그림 <비너스와 큐피트>에서 큐피트의 한 손에는 사과가, 다른 손에는 화살이 들려있다.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주인공은 클로이란 여자에게 반해 사귀는 단계부터 헤어지는 단계까지 제목을 달았는데 크게 네 과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운명적인 만남에 빠지고, 사랑이 진행되면서 마르크스주의적인 사랑을 하고,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낭만적 테러리즘에 빠지고, 이별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예수 콤플렉스로 끝난다.

서로 전혀 몰랐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에 사람들은 어떤 이유를 붙인다. 주인공은 서로가 짝수 해의 자정 무렵에 태어났다는 우연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사랑을 하는데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되고 어느 순간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상대의 매력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몽테뉴는 "사랑에는 우리를 피해 달아나는 것을 미친 듯이 쫓아가는 욕망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혼자 상대를 사랑하는 일은 쉽지만 정작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 보답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둘은 그 과정을 이겨내고 함께 사랑을 나누지만 운명 같은 사랑도 언젠가는 깨진다. 그때를 흔히 우리는 권태기라고 부르고 사람들은 낭만적 테러리즘에 빠진다. 한 사람이 서운함을 느껴서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보채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주면 의심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랑이 사실은 완벽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결국 둘 중 하나가 헤어짐을 통보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실연을 당하게 된다. 그 사람은 이별의 고통을 승화시키려고 예수 콤플렉스에 빠진다. 슬픈 노래를 듣거나 술을 많이 마시면서 자신의 고통이 특별한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사랑에 들뜬 사람, 사랑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 사랑 때문에 다투는 사람 모두가 결국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이다. 

알랭 드 보통이 단순히 사랑 이야기만 철학적으로 풀어 썼다면 공감하기 어려웠을 텐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끌어들여서 재미있었다. 그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나도 사랑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심오하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이다. 평상시 사랑에 대해서 궁금했고 이 책이 질문처럼 어떤 해답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는 마지막에 "사랑에 대한 확실한 분석을 쓰려고 해도 분석에는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지  누가 정의 내린다고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 같았다. 

20대 여자에게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을 하면 예스 혹은 노로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대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도 한 번 사랑에 빠져보라고 권유하는 것 같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쌀쌀한 가을에 읽기 좋은 책이다.

김은영(문예창작학과 3년)

알랭 드 보통의 작품 세계에는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 있다고 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Kiss & Tell)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그 시작이자, 사랑의 도시에서 '길을 읽은 고아같은 표정1'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기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작가알랭 드 보통출판청미래발매200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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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자리에서 만나게 되면서부터 사랑에 빠지고, 삶의 일부가 되었다가 헤어지면서 자살을 생각하는 극단적 행동과 정반대의 종교적 금욕주의에 비견할만한 결심, 결국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다시 사랑을 느끼는, 사랑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하게되는 생각들을 소설로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플라톤적 치아 Vs 칸트적 치아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표현 중 하나다

고전적인 비례를 갖춘 사람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데에 무슨 독창성이 있을까?

미의 객관적 기준을 추구하는 플라톤적 관점 Vs 몸의 비례는 몸을 바라보는 주관적 방식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칸트 미학

내가 클로이에게 끌린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내가 누가봐도 뻔한 욕망의 표적들이라기보다는, 플라톤적 관점에서 그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불완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이목구비의 특징에서 매력을 느꼈다는 점이다. 그녀의 얼굴의 어색한 특징들, 다른 사람들이라면 눈길을 주지 않을 바로 그런 점에서 내가 욕망을 찾아냈다는 것에는 어떤 자부심같은 것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나는 그녀의 두 앞니 사이의 틈을 이상적인 배열로부터의 불쾌한 일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치아의 완벽성을 독창적으로 그리고 사랑할 가치가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보았다. 

나는 그녀의 차이 사이의 틈에 그냥 무심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것을 예뻐했다.

- 117p

작가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자가 작가에게 질문한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작가를 질투했다. 책에서 ''플라톤적 치아'' ''칸트적 치아''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지적유희를 위한 비법이 있나?

- 지적유희는 웃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내면의 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즐긴다. 

작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면 독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장례식장에서 배가 고플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런 순간을 잘 포착해서 써야 한다.

전작 ''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에서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한 부분이 있다. 그때 짐을 찾은 후 버스를 탈까, 기차를 탈까 고민하는 상투적 표현을 배제하고 입국장에 들어섰을 때 ''누군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설레임, 기대감 같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해야 좋은 글이다.  

클로에바...(클로이 + 아메바)

사무실에서의 클로에바 Vs 집에서의 클로에바

"이 꿈틀꿈틀거리는 건 다 뭐야?"

"아, 그건 내가 너하고 있을 때는 흔들리는 느낌이기 때문이야."

"뭐?"

"그러니까, 너는 나에게 여지를 주잖아. 그래서 나는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야. 너는 나한테 관심이 있고 나를 더 잘 이해하니까, 나는 꿈틀거릴 수가 있는 거고, 따라서 그건 어쩌면 당연한거야."

-172p

1. 책의 160p 표현 인용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기사

사랑은 몹시 강렬한 감정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래서 수많은 이유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주인공 ‘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클로이라는 여자를 만나는 것부터 헤어지는 것까지, 스토리는 흔하지만 작가가 서술하는 사랑에 대한 분석은 절대 흔하지 않다.

‘나’는 사랑이라는 자신의 감정을 철학, 종교, 신화 등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한다. 사랑과 그에 따른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논리와 어긋나는 자신의 행동을 보면서 깊이 고민하기도 한다.

 

냉소주의와 사랑이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가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습관화되다시피 한 맥 빠지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_p19

 

책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저자의 탁월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클로이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 속에서 ‘나’의 고찰이다.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검열하고 분석하는 그 대목은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우리는 사랑을 시작할 때, 좀처럼 이성을 찾거나 객관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제정신으로 보낼 수 없었던 그 시간들에 대해 놀라운 통찰력으로 해석한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자신들의 지난 행동이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_p26

곧 클로이를 알지 못하고 사랑하는 것이 훨씬 쉽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_p77

사랑을 시작할 때와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때는 일치하지 않는다.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사랑을 시작하기엔 어려워진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애먼 사랑을 시작했던 지난 시간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

_p191

우리는 사랑에 갖가지 이유를 댄다.

그런데 사랑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사랑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런 숱한 이유들 말고 나라는 이유 하나로 상대가 나를 사랑해 주길 바란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나”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사랑하는 상대에게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아주 기초적인 욕망에 근거하는 말이다. 우리는 사랑받고 싶다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망설이고 있는 걸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 자신 내면 깊은 곳의 욕망과도 마주하게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것은 내 진짜 불만을 말했을 때 생길 위험 때문이었다. 클로이가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_p211

이별보다 아찔한 것은 이별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육감적으로 느끼는 때다. 이 책에서 ‘나’는 클로이와의 이별이 다가옴을 느끼고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통해 연인 관계의 불완전함과 끝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이별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상대방의 마음이 먼저 떠났다 하더라도 내 실수로 인해 그 이별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불안. 이 대목에서의 ‘나’에 대한 치밀한 감정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그 아찔함을 다시 느끼게 한다.

 

금욕주의의 핵심에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실망시킬 기회를 주기 전에 스스로 실망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_p271

 

우리는 남에 대한 실망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거듭하며 살아간다. 실망은 쌓이고 쌓여 그 어떤 기대도 놓아버리게 만들고, 결국 무언가를 누릴 기회마저 빼앗아간다.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과 꾸준하게 실망해온 시간들 사이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더 사랑할 것인가, 여기서 멈출 것인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스스로의 감정들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분석적으로 다룬다. ‘나’의 고찰을 통해서 유럽의 역사 깊은 철학이나 종교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사랑에 대한 잔잔한 분석들과 치밀한 묘사. 어쩌면 우리에겐 한 번 더 용기 내볼 마음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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