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랄까 롤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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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랄까-]

올림푸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윈터.

결승 진출을 위한 첫 난관인 아주부 프로스트와의 준결승 내전.

그 마지막 경기 동안 형우는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장식이 무리한 플래쉬 스턴으로 상대에게 킬을 내줘도, 팀이 한타에서 져도,

자기가 블리츠의 그랩에 끌려가면서도 형우의 머리 속에는 단 한 가지 의문으로 가득했다.

[왜 독수리의 부리는 노란 것일까.]

처음 윤섭을 보았을 때, 형우는 그의 머리가 독수리 부리같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로부터 흡혈의 낫이라 불리우는 윤섭의 검은 머리.

하지만 형우에게만은 늘 검은 독수리 부리였다.

처음 형우가 윤섭을 보았을 때도, 스프링 시즌 결승에서 프로스트를 꺾고 블레이즈가 우승했을 때도.

그리고 윤섭이 분노의 눈물을 흘릴 때도.

아직 그들이 MIG의 타이틀을 걸고 있을 때, 언제나 그 검은 독수리 부리는 형우의 걸림돌이었다.

실력은 자신보다 떨어지는데 운이 좋아 1군이라 불리는,

그리고 한국 최고의 AD 캐리라 불리우는 윤섭이 형우는 늘 못마땅했다.

하지만 무엇이었을까. 윤섭이 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때,

그리고 프로스트를 떠날 때 형우의 가슴속을 메운 감정이 통쾌함이 아니었던 이유는.

하지만 괜찮았다. 이제 같은 숙소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아직 한국의 롤 프로팀은 그리 많지 않고

그 어떤 리그에서도 형우는 검은 독수리의 부리를 찾아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안도도 잠시 뿐이었다. 형우의 마음 속 검은 부리를 가진 독수리는

다시 한번 날개가 꺾여 좌절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자유와 희망의 땅으로 떠나버렸으니까.

미국- 자유와 기회, 그리고 독수리의 나라…

노란 머리의 선수들 사이에서 환히 웃고있는 윤섭의 검은 머리는

언제나 가장 먼저 형우의 눈에 들어왔다.

구김살 없는 웃음… 윤섭의 그 웃음이 자신의 곁이 아닌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터져나온다는게 형우는 견딜 수 없이 싫었다.

그 웃음만을 생각하면 형우는 마치 미국의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듯 손이 떨려왔다.

그래서 형우는 지고 또 졌다. 그의 머릿속을 메우고 있는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왜 자신이 출전하는 리그에서 그를 볼 수 없는 것인가…

시즌 3가 시작되고 흡혈의 낫이 450원에서 800원으로 올랐듯이,

형우의 마음속에 흡혈의 낫이 차지하는 비중도 45%에서 80%로 올라간 듯 했다.

경기가 끝나고 강간...강 감독과 프로스트 선수들은 고기를 먹으러 떠났다.

적막한 밴의 뒷자리에 누군가의 애1미창1녀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형우의 부모님들이 도매금으로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릴 때도

형우는 왜 독수리의 부리가 노란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형우가 가슴 속에 품고있는 독수리의 부리는 그렇게나 검은데…

알루미늄 배트가 아구리를 후려쳐서일까,

아니면 그의 심장을 틀어쥔 검은 부리의 독수리 때문일까.

형우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언제나 형우의 머릿속에는 단 한가지 의문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

하지만 그 이유는 네이버에도 나와있지 않았고, 형우의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갔다.

언제나 머릿속을 떠다니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형우는 여행을 떠났다.

형우가 첫번째로 도착한 곳은 일베였다.

"일베만세!운지!홍어홍어!"

형우가 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란 것이냐고 묻자, 일베충이 대답했다.

"그거야 스웨인 슨상님의 후계자인 노운지의 색깔이 노오랗기 때문이 아니겠盧?"

하지만 스웨인의 새는 까마귀였고, 실망한 형우는 이내 일베에서 떠났다.

일베를 떠난 형우가 도착한 곳은 인벤이였다.

누구보다 유식해보이는 인벤의 선비들을 본 형우는,

인벤의 선비들이라면 독수리의 부리가 왜 노란지 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물었다.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요?"

그 물음에 선비가 답했다.

"모든 독수리의 부리가 다 노란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검정색이거나 회색빛의 부리를 가지고 있고, 흰머리수리만 노란색 부리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 대답 역시 형우가 원한 대답이 아니였다.

형우는 이번에도 크게 실망하여 인벤을 떠났다.

그 다음 형우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롤갤이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롤갤에 도착한 형우는, 많은 롤갤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 롤갤러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새요..jack선장님.."

형우는 다짜고짜 물었다.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

이에 롤갤러의 대답이 이어졌다.

"도ㄱ수리애..부리가..노란..이유는..도수님이..백년정지를..먹어서..갓아요..사실..저도..잘..모르갯어요.."

그 어디에서도 독수리의 부리가 노란 이유를 찾을 수 없던 형우는,

아주부 블레이즈 팀의 바쁜 일정 때문에 마음속의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폴란드 카토비체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파죽지세로 수많은 유럽의 프로팀들을 꺾고 올라간 결승에서 아주부 블레이즈가 만난 팀은

형제팀인 아주부 프로스트를 2:0으로 꺾고 올라온 러시아의 강호, 갬빗게이밍이었다.

코그모를 선택한 1경기에도, 베인을 선택한 2경기에서도 형우의 머릿속에는 노란 독수리의 부리 생각 뿐이였고,

아주부 블레이즈는 갬빗게이밍의 정글러인 다이아몬드의 연이은 활약으로 내리 2경기를 뺏기며 준우승에 그치게 됐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호종의 입에 부모님의 이름이 오르내려도 형우는 개의치 않았다.

다시 한국에 돌아간다면 독수리의 부리가 노란 이유를 찾아내리란 결심에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LOL 챔피언스 리그 윈터시즌 3,4위 결정전.

모두 결승과 3,4위전을 앞두고 있는 아주부 팀의 전략을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다하지 못한 IEM과는 달리

100%의 전력을 보여줄 수 있는 롤챔스에서 블레이즈의 팀원들은 모두 심기일전해 KT 롤스터 B팀과의 결전에 돌입했지만,

내리 3경기를 패배하며 2시즌 연속 4위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게임이 끝난 부스 안에서 애1미창1녀 소리가 귓가를 간질일 때도,

분노한 찬용이 어디선가 가져온 배트를 집어들었을 때에도 형우는 3경기의 게임 결과창을 부릅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형우의 눈은 브베의 챔피언인 신짜오의 아이템, 강철의 솔라리 팬던트에 박혀 움직일 줄 몰랐다.

놀랍게도 강철의 솔라리 팬던트의 독수리 부리는 노란색도, 검은색도, 회색도 도수의 백년정지도 아닌 밝은 주황색이였던 것이다.

그새 찬용의 배트가 대가리로 떨어진 것일까.

독수리의 부리로 가득 차 있던 머리에 느껴지는 통증에 형우는 머리를 부여잡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

눈 앞이 노래진 형우가 다시 게임 결과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형우의 작은 눈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밝은 주황빛이였던 강철의 솔라리 팬던트의 부리가 노란색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독수리의 부리가 노란 이유는 이거였어..'

다시 한번 머리의 통증을 느끼며 의자 옆으로 쓰러질 때, 형우의 입가엔 득의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솔라리 팬던트의 eagle은 거대한 주작이 되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