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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이적 시장은 없었다.

기껏해야 5~6년인 짧다면 짧은 LoL 씬이지만, 이번 이적 시장은 확실히 충격적이고, 대격변이 아직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엑소더스(구 삼성 선수들의 중국 진출)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상당히 기형적인(?) 이적 시장이라고 말한다.

지난 10월 31일 중국 EDG의 '폰' 허원석, '데프트' 김혁규가 2년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 LCK로 복귀를 암시한 게 이번 이적 시장의 첫 시작이었다. 이후 중국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등에서 활동하던 선수들도 하나, 둘 계약 해지 소식이 들려왔고, 한국은 kt 롤스터가 '스코어' 고동빈을 제외한 4인과 계약 종료 발표를 기점으로 락스 타이거즈와 아프리카, 진에어, CJ 엔투스가 대부분의 선수들과 결별, SKT 역시 3회 연속 롤드컵 우승을 함께한 '벵기' 배성웅과 2016 시즌을 함께한 '듀크' 이호성 역시 팀을 떠나는 등 다소 충격적인 소식들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선수들만이 팀을 떠난 게 아니었다. 락스 타이거즈의 정노철 코치와 김상수 코치 역시 새로운 팀을 찾기 위해 떠났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SKT 스타2 감독이었던 최연성을, 락스 타이거즈는 강현종을 감독으로 선임 했고, 그 외에 삼성이나 CJ, 콩두 역시 코칭 스태프에 변화를 주고 있다.

■ 최고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세계 최고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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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돈이 곧 성적은 아니지만, 이런 투자가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 큰 역할을 수행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축구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라 평가받는 EPL, 농구에선 NBA, 야구는 MLB. 이 리그들의 공통점은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이며 여기서 뛰는 선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건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리그가 최고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LoL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 최고의 LoL 리그는 LCK다. 2014년 당시 중국의 큰손들이 거액을 투자하며 S급 한국 선수들을 영입해 'LCK가 여전히 최강일까'에 대한 의문도 잠시 있었지만, 4년 연속 한국 지역이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이 최강임은 증명됐다.

그러나 한국이 평균적으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 리그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 중국과 시장 규모 자체가 비교할 바가 아니고, 최근에는 유럽의 대형 스포츠 클럽들이나 북미의 NBA 스타들까지 쩐의 전쟁에 가세하며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수치가 적지 않음에도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진 상황이다.

■ 돈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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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사실 중국의 '위안 폭격'은 비단 e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농구나 축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도 훨씬 막대한 금액으로 S급 선수들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LoL보다 약 2~3년 전부터 본격적인 위안 폭격이 시작된 축구 시장의 경우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알렉스 테세이라'를 670억 원의 이적료를 들여 장쑤 쑤닝으로 영입했다. EPL 리버풀이 눈여겨봤던 선수지만 결국, 중국행을 택했다.

또한, 첼시에서 활약했던 브라질 출신 하미레스 역시 420억의 이적료를 받고 2016년 초부터 장쑤 쑤닝으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하미레스는 "장쑤 쑤닝이 나에게 큰 그림을 보여줬다. 나에게 장기적인 목표를 소개했고, 그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한 것들을 제안했고, 에이전트·가족과 상의한 뒤 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난 이미 29살이나 됐다. 다시는 오지 않을, 반박할 수 없는 기회였다"고 자신을 비난하는 팬들에게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던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에 대해 EPL 중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 중 하나인 아스널의 전설 '벵거' 감독은 올해 초 유럽 프로축구 전문지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중국은 재정적 파워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모든 리그 선수들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며, "중국 슈퍼리그의 이런 열정이 얼마나 지속이 될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깊은지도 나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너무나 강력한 정치적인, 국가적인 갈망이라면 우리는 반드시 걱정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 등골 휘는 한국 LoL 게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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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LoL 게임단의 관계자들 또한 이런 우려를 조심스레 나타냈다. 게임단 관계자 A는 "이제는 중국뿐만 아니라 북미나 유럽에도 엄청난 기업들이나 대형 스포츠 클럽이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선수들을 붙잡기가 어려워졌다. 선수가 좋은 대우를 받아 팀을 옮기는 건 선수로서 당연히 이치지만,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하락하고, 선수 개인 기량 역시 폼이 떨어졌음에도 소위 잘나가는 선수들의 연봉이 오른 것에 비례해 자신들도 최소한 일정 금액 이상으로는 몸값이 올라야 한다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선수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자신의 몸값을 스스로 자유롭게 제시하는 건 존중하지만, '찔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접근하는 선수들 때문에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단 관계자 B 역시 "프로는 성적을 토대로 그 선수의 몸값을 측정하기 마련인데, 지금의 이적 시장에서는 그 선수가 어떤 커리어를 쌓았고, 성적이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A선수가 억대 연봉인데, 나는 A선수에 비해 실력이 모자라지 않고, 오히려 솔로 랭크는 더 높기 때문에 개인 기량에서는 밀리지 않으므로 나도 최소한 그에 준하는 연봉을 받아야 합당하다는 논리로 선수가 팀을 컨트롤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리고 한 게임단 관계자 C도 "지난 시즌 LCK에서 경기 출전이 10번 내외인 선수가 우리팀과 접촉하면서 자신의 연봉으로 기존보다 7~8배나 많은 2~3억을 부르더라.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 선수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나 잠재력 등 다양한 면을 봤을 때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현재 꽤 많은 선수들이 이런 식으로 제안하는 상황이라 굉장히 난감하다"고 전했다.

게임단 입장에서는 이런 선수들이 괘씸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하다. 선수가 연봉을 얼마를 제시하든, 구단은 자신들의 예산 내에서 그 선수를 품을 수 있고, 그만한 가치가 된다고 생각되면 영입, 아니면 다른 선수를 찾으면 된다.

선수들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미래가 불안정 하기 때문에 가능할 때 많은 돈을 벌어놓길 원한다. 실력만 된다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다. 하지만, 돈을 따라 해외로 떠날 경우 2014, 2015 시즌을 봤을 때 프로게이머의 꿈이자 목표인 '롤드컵 우승'에서 멀어진다. 2014년 중국으로 떠났던 선수 중 이번에 LCK로 복귀한 선수들의 경우 '돈보다는 우승에 대한 열망'이 한국 복귀의 꽤 큰 영향을 줬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뛰고는 싶은데, 몸값은 중국에 버금가게 받고자하는 선수들도 생겨났다. 팀과 선수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세울 만한 커리어가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유행처럼 너도나도 '억대연봉'을 제시하는 선수들의 수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한국 게임단들은 몸값이 급격히 상승한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SKT T1은 중국에서 제시하는 금액에 준하거나 그 정도의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 것으로 알려지며 핵심 멤버인 '페이커', '뱅', '울프'를 붙잡고 '피넛'까지 영입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팀들은 중국의 위안 파워나 북미, 유럽까지 가세한 쩐의 전쟁을 감당할 수 없는 입장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앞으로 2017, 2018년에도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팀의 격차는 빈익빈 부익부 논리에 따라 가뜩이나 매년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규모 팀들의 존속 자체가 흔들리게 되어 현 LCK의 틀이 자칫 붕괴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위기의 LCK, 대안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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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시장 규모를 쫓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몸값이 높아진 선수를 비난할 수도 없고, 돈을 많이 투자하는 중국 재벌들이나 기업을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은 오히려 이 판을 크게 만들 수 있게 해줬다. 다만, 이제는 중국에서도 수십억에 육박하는 한국의 슈퍼스타를 LPL로 소위 '모셔오는' 움직임이 예전 같진 않다.

중국 LPL의 상위권 팀의 관계자는 "2년 동안 한국의 탑 클래스 선수들을 엄청난 금액을 들여 영입했던 중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투자에 비해 그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올해부터 투자를 감소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물론, '페이커' 이상혁이나 '데프트' 김혁규처럼 최정상급 선수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재벌들이 운영하는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S급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보다는 가성비를 생각해서 한국의 유망주나 A급 선수들을 사서 키우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앞서 말했지만 이미 중국 외에 북미나 유럽에서도 한국 시장 규모에 비해 월등한 연봉을 제시하는 팀들이 늘고 있기에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력은 여전히 최고지만,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기 힘든 시장이라면 현실을 직시하고 LoL에서 한국이 축구에서 브라질처럼 '셀링리그'같은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셀링리그'는 기본적인 그 리그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실력 없는 선수를 데려갈 구단은 없다. '셀링리그'의 대표적인 팀으로 포르투갈의 FC 포르투의 경우, 매년 선수를 팔아 최근 10년 동안 이적료로만 7,000억 원을 벌기도 했고, 그 사이에 UEFA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에서 3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강팀이다. 매번 선수들의 변동이 심하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 키워내지만, 그들만의 노하우와 리그 자체의 실력이 있기에 '셀링리그'의 대표적인 롤 모델로 꼽히고 있다.

LCK도 LCK만의 노하우가 있다. 한국 게임단들은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아마추어 선수들을 어떤 식으로 육성시키며, 프로게이머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나 기본 소양들을 그 어떤 지역의 게임단보다 잘 알고 좋은 선수로 만들어내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장점들이 다른 스포츠와 달리 셀링리그화 되어도 LCK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다.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어 흔히 '대격변 이적 시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현시점, 한국 LoL 시장의 규모 자체가 중국에도 견줄 만큼 자본이 투자되고 큰 성장을 이루면 최고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겠지만, '셀링 리그화'를 심도 있게 고민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