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어떻게 보았길래 점수가 이러니

요즘 학교 상황을 아재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어서 글을 써보게 됐네요.. 수시 비율이 이미 70%를 돌파했고, 최저 때문에 수시에 떨어진 학생들을 고려하면 수시대 정시 7:3의 비율로 대학에 간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도 대개 수시를 장려하는 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시에는 학생부 종합, 학생부 교과, 논술 등이 있는데 대개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서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따라서 제가 이 글에서 얘기할 수시는 대부분 학종을 얘기한다고 보면 돼요. 

일단 제가 말하고 싶은건 학생부 종합전형을 시행한다해서 경쟁이 완화되지않고, 시험은 보고, 이런 평가과정이 불공정할때가 너무 많다는거죠. 가끔씩 학종은 마치 시험을 안보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가 다니는 학교는 내신과 수능이 엇비슷하게 어렵습니다. 내신도 만만찮게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결국 줄세우기로 이어진다는 점이죠.  

요즘 생활기록부 성적란에서는 원점수/등급/성취도/표준편차/평균만 기록되는데, 성취도는 사실상 의미가 많이 없고 등급이 제일 중요합니다. 일단 등급과 표점은 기재되는데 백분위가 산출되지않으므로 2008수능과 유사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이점부터 마음에 안들기 시작합니다. 08수능에서처럼 등급컷 아래에 있느냐 위에 있느냐에 따라 매우 희비가 엇갈렸는데 내신도 비슷한 양상인거죠. 누군가는 석차 추정이 가능하지않냐 말씀하시던데 오차가 꽤 크기 때문에 의미를 크게 둘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도 직접 모든 과목을 계산해보았지만 엇나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백분위나 석차를 제공하지않는 이유는 간단히 추정해보면 줄세우기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매우 많이 작용했을거라 보여지고, 이로 인해 결국 피해보는건 "운이 따르지않는 학생들"이죠. 실제로 등급에 턱걸이하는 학생과 아닌 학생간의 희비가 크게 엇갈립니다. 단위수가 4인 과목의 등급이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에 따라서 학기별 내신등급 0.15~0.2가 변동하니, 상당히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죠.

수시 제도가 결국 줄세우기를 완화시킬 것이라는 생각도 매우 비판적입니다. 수시는 시험안봅니까? 제가 겪었던 바로는 수능의 고인물화보다 훨씬 더 큰 부작용을 낳았다고 보심 됩니다. 교과성적은 수행과 지필로 나뉩니다. 그런데 두 부분 모두 폐단이 큽니다.

수행평가에서는 이런 한계점이 있습니다. 과학탐구 영역중 한 교과에서 단원 요약 수행평가를 하는데, 보통 10장 내외가 요약의 한계점이었습니다. 그런데 20-30장을 쓴 학생들이 무더기로 나와서 30장 이상을 내야 200점 만점에 190점을 받았습니다. 수시로 가려는 학생들이 워낙 많아 말도 안되는 경쟁이 일어난거죠.

게다가 평가 기준도 오로지 장수로만 평가되어서 평가 기준도 너무 불합리했습니다. 요약을 하는 종이가 B4용지였는데, 글씨체를 우겨넣었던 학생들은 내용의 양과 관계없이 불리한 평가를 받았고, 양만 부풀렸던 학생들은 190점을 받은거죠. 이게 문제가 나름 컸었지만 방학 전 날 축제기간에 성적 확인을 받아 어물쩡 넘어가게 된 것 같네요. 절대로 성적이 주가 아닌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해서 경쟁이 완화되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차라리 학생 입장에서는 더러운 짓하면서 30장 제출할 바에야 수능에서 한 문제 덜틀리느냐의 싸움이 더 낫게 보이는겁니다.

보통 학교에서 교과 성적을 산출할때의 수행평가 비율은 30-40%이고, 지필평가는 60-70%인데요. 저 과학탐구 영역의 수행평가 비율은 40%였기 때문에 계산해보면 190점을 못 맞고 180점을 맞은 학생은 지필평가에서 13점 이상을 받아야 저 학생과 같은 성적을 받게 되는 겁니다. 사실상 뒤집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지필평가는 어떤가요? 평균을 낮추기 위해서 핵심을 내지 않고, 이상한 걸 내는, 수능 생명과학I의 "과당은 이당류이다"보다 훨씬 지엽적인걸 내기도 하지요. 그 외에도 지필평가의 퀄리티는 실망스러운 수준이구, 당연히 평가원 못 따라갑니다. 수학의 경우 선생님이 잘못 출제해 대입만 하면 5초면 풀리는 문제가 출제되었기도 하구요. 영어같은 경우 본문만 외우면 만점 받는 경향이 특히 심한 과목입니다. 내신 특유의 암기력 테스트 경향이 과연 영어실력에 도움이 될까 싶어요. 저같은 경우 영어 시험 전날엔 거의 밤을 새다 싶이 변형문제를 푸는데, 다음날 시험보면 마치 "틀린 그림찾기"처럼 선생님들이 변형한 부분, 순서 바꾼 부분이 다 눈에 보입니다. 영어 시험이 아니라 퍼즐맞추기가 되어버린겁니다..

 특히 10점짜리 서술형도 문제가 큰데요. 한국사를 예로 들면,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써라"해놓고 4가지를 쓰라는 방식입니다. 하나 맞추면 2점, 둘맞추면 5점 뭐 이렇게 배점이 되는데 저는 아니지만 관련된 부분이 10점짜리로 묶여있어서 10점을 통째로 날리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 그래서 실력에 따라서 지필평가 성적이 결정되지 않을때도 많습니다. "저 녀석은 나보다 확실히 잘하는데 왜이리 점수가 낮아?" 싶으면 대개 이 사유가 있더라구요. 광개토 대왕 업적 4개를 쓰라는 건 예시일뿐, 선생님들은 절대로 서술형을 주는 점수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하면 교과서대로 안쓰면 감점시키기도 합니다.

생활기록부에서 표준편차나 평균이 Z점수(표준점수)를 산출하기 위해서 제공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의미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위권 고교로 갈 수록 표준점수가 보통 낮게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수학 가형의 만점 표점이 125-130 사이를 진동하는데 수학 나형은 140 부근에서 형성되는 거랑 비슷한 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Z점수는 표본에 의해 결정되기에 이것도 학생 역량을 드러낸다고 보기 어렵다는 거죠. 사족으로 옆 학교 내신 편차가 국어 7-8, 수학 12, 영어 13, 탐구 11이더라구요. 이렇게 매우 낮은데도 불구하고 평균이 80 가까이라 도저히 Z점수가 높을 수가 없더라구요. Z점수를 보는 대학들에서는 상위권 고교가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이 데이터로 입증됐습니다. (참고:  Z점수, 어떤 학교가 유리한가?(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unicurator&logNo=220397758156)

제가 다니는 학교는 상위권 고교인데, 서울의 '한' 대학에서 10명 이상의 합격자가 배출됐다가 갑자기 작년에 0명이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서울의 '고'대학이나 '성'대학에서 1차 합격자가 두배 이상 늘어난 적도 있구요. 성적 분석 매년 하시는 선생님도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합격자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현상이 그저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합격자가 갑자기 늘어난다거나 줄었다고 우리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달라졌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저 입학 사정관이 교체되었거나, 학교별 평가에서 좋지않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그 개인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배제당하거나 뽑히게 된 겁니다. 학년부장 선생님이 얘기하신 건데, 이 부분은 워낙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농담하실 분이 아니고 출장까지 갔다와서 하는 말이 우리 고등학교의 학업 역량을 어필하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대학에 모의평가 점수나 전국연합 성적을 제출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일반고라 워낙 평가가 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학교별로 평가를 받게 되는, 그런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결국 내신평가의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학교별로 모의평가 점수를 내라는 것은 대학 측에서도 학업 역량oc수능점수임을 인정하게 되는 꼴인거죠. 그 과정에서 내신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상위권 학교를 더 우월하게 쳐주면서요.

마지막으로 "뻥기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생활기록부는 보통 학생이 작성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교과별 세부능력특기사항을 입학 사정관들이 주의깊게 보기 떄문에 이 부분은 특히 학생이 쓸 때가 많아요.(cf.학생이 쓴다는건 종이에 써서 선생에게 제출하면 알아서 넣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교과 담당 샘들이 검증이 불가능한 내용을 마구 쓰기도 합니다. 교과 샘들은 일일이 다 체크하기 어려우니 귀찮아서 그냥 넣어줍니다. 이렇게 뻥기부가 완성되는거죠. 대충 확인않코 넣는 선생님의 비율이 70%는 되는 것 같아요.

또 황당한 일은 담임선생님이 우리의 행동에 대해 평가하는 "행동발달특성사항"이라는 부분을 써줘야하는데, 일부 막가는 선생님들은 그것도 학생들이 제출하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제 담임샘은 알아서 다 써줬고, 내용도 좋게 12줄써줬습니다. 옆 친구는 막나가는 친구라 한 7줄 써줬는데 다음날 와보니 너무 황당했습니다. 그 옆친구가 다시 써서 제출하니 담임샘이 그 내용을 넣어준 겁니다. 그래서 20줄 이상 기록된거죠. 너무 황당하고 화나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이나 진로활동은 전부 담임샘들이 써주도록 되어 있는데, 담임쌤들이 그걸 어떻게 다 압니까. 당연히 학생들보고 써오라고 시키는데요. 문제점은 이 점이 가장 "주작"하기 좋은 부분입니다. 동아리 활동 아무것도 안하고서, 내가 직접 실험해서 이런점을 느꼈다고 쓰면 그게 팩트가 되죠. 실제로는 사고실험한건데요. 면접에서 털릴거다 말하는데 어차피 개요만 알고 있으면 직접 안해도 실험 대부분은 다 알고 넘어가는 거라.. 이렇게 완성되는 기록부는 정말 입시를 위해 꾸며진 생기부가 되는겁니다.

하 이렇게 문제가 많습니다. 수능 역시 문제 있죠. 문제있지만서도 적어도 "수시"보단 낫다는 점. 그것만은 알아주셨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