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전

방황하는 사회, 인문학에 길을 묻다

  • 기자명 허정준 기자
  • 입력 2013.03.31 02:44
  • 수정 2013.05.23 22:09
  • 댓글 0

[학술행사] 「서양 고전, 인간을 말하다」

지난 26일(화) 문화관(73동)에서 중앙도서관과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주최한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 강연이 진행됐다.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는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한 학기 동안 총 12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플라톤 아카데미는 ‘인문학의 심화와 확산’을 목적으로 2010년 설립된 재단이다. 이 재단은 현재까지 지식나눔콘서트 「아이러브人」, 10대를 위한 인문학 교실 「책 읽는 토요일」 등 인문학 활성화를 위한 많은 활동을 펼쳐 왔다. 플라톤 아카데미는 이번 행사에 대해 “힐링이 범람하는 시대에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길을 보여주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른 시간부터 강연장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비롯한 관악구 주민들과 서울대 재학생들로 붐볐다. 강연이 시작할 즈음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관 대강당이 가득찰 정도로 강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관악구 주민 김미숙 씨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하는 고민 때문에 강연장을 찾았다”고 이번 행사 참석 이유를 밝혔다.

첫 강연은 플라톤 아카데미 본부장인 김상근 교수(연세대 신학과)가 ‘인문학의 고향, 고대 그리스를 가다’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다. 김 교수는 첫 강연자인 만큼 인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로 강연했다. “인문학의 고향인 그리스부터 여행을 시작하자”며 강연을 시작한 김 교수는 네 명의 인물(호메로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알렉산드로스)을 통해 그리스 인문학이 후대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호메로스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에서 나타난 “죽은 자들의 왕 노릇을 하는 것보다는 이승에서 종살이를 하는 것이 낫다”는 아킬레우스의 대사를 통해 인생에 대한 찬미, 삶에 대한 긍정을 읽어낼 수 있다며 이를 그리스 문명의 특징으로 꼽았다. 더불어 이를 ‘죽음의 문명’인 이집트 문명과 비교해 ‘생명의 문명’이라 칭하며 “이러한 인생에 대한 태도는 그리스의 조각과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십톤의 돌덩이를 깎아 만든 섬세한 조각상들과 인간의 고뇌와 첨예한 갈등을 다룬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등의 문학 작품들이 인간에 대한 ‘찬미’에서 비롯된 인간을 향한 ‘관심’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소크라테스의 ‘숙고하는 삶’에 대해 강연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성찰하는 삶, 숙고하는 삶’을 소크라테스가 후세에 남긴 가장 큰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강연을 마친 김 교수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플라톤은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에 대해 강조한 철학자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쇠사슬을 끊고 밖으로 나가 태양(idea, 이데아)을 보고 돌아와 다른 사람들을 밖으로 데려가려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 김 교수는 ‘동굴의 비유’의 의미를 “자신의 쇠사슬을 끊기 위한 갈망과 주변 사람들의 쇠사슬을 풀어주기 위한 사랑”으로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김 교수는 청중들에게 더 ‘탁월한 삶(arete, 아레테)’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갈망할 것과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함께 인문학에 빠질 것을 당부했다. 그의 강연은 이를 몸소 실천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다룬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알렉산드로스가 그리스 문명, 인문학을 문명화되지 않은 다른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 전쟁에 나섰고 이민족들을 문명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문명에도 한계는 있었다. 김 교수는 그 한계를 ‘플라톤’에서 찾았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스파르타를 꼽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스파르타에 대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고 외부인들을 괴물로 표현할 정도로 배타적인 사회였다”고 평가하며 그 배타성이 그리스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정신을 이어 받은 로마에 대해 김 교수는 “이러한 한계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던 로마의 건국자들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개방성을 중시하여 8만km에 이르는 도로를 건설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의 향연(symposium)이 ‘함께 마시다, 즐기다’의 의미인 반면 로마의 향연(convivio)이 ‘함께 살다’의 의미인 점이 로마가 그리스의 쇠퇴에서 배운 교훈임을 강조하며 김 교수는 강연을 마쳤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열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강연에 참석한 오연천 총장도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1,600여명의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강연은 90분 가량 진행됐다. 강연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관악구에 사는 홍호근씨는 “강의가 좋아 꾸준히 나올 예정”이라며 강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이정환씨(물리천문학부·11)는 “이데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들었고 인문학이 가깝게 느껴졌다”며 강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축사에서 “빵을 주는 물질적 복지를 뛰어넘어 지식의 혜택이 모두에게 미치는 지식 복지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남은 강연에서도 많은 이들의 참여와 좋은 강연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에게 삶의 ‘무기’가 필요한 이유

차를 몰고 퇴근하던 길이었다.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휘트니스 센터의 모습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즐거워 보였다.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이 운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내 입에서는 깊은 한 숨이 나왔다. 저 자리에 내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당시 회사에서 야근은 어찌나 그렇게 많은지 그 자체로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일은 일대로 하고, 눈치는 눈치대로 보면서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던 때였다. 그리고 내 뺨을 타고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나는 이렇게도 힘든데, 저 사람들은 너무나 즐거워 보였다. 나도 저들처럼 저녁 시간에는 저렇게 여유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나의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회사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회사 생활하면서 내 삶을 가꾸어 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저 주위 환경에 따라 흘러가는 데로 내 삶을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렇게 살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이 나를 찾아왔다.
‘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실 이런 질문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바쁜 일상 와중에서도 문득 이런 질문은 우리를 찾아온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등등. 잠시 스쳐 지나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다. 너무나 바빠서 주위 환경에 휩쓸려 살다보면 우리는 이런 질문과 대면하지 못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이 책 속에서는 그런 질문들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 ‘고전(古典)’을 선택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한 남자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가끔 술도 마시고, 친구를 만나고,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 여행도 가고, 자신만의 ‘짝’을 찾아 단란한 가정을 가꾸어 가기를 원하는 30대 남자의 이야기가 책 속에 있다.

어릴 적 나는 어른이 되면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본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부조리했다. 내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내가 일한 만큼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어른으로써 세상살이는 쉽지 않았고, 어려움이 가득했다. 세상살이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왠지 모를 막막함이 느껴질 때, 책 속에 등장할 ‘장대리’처럼 고전을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에게 고전은 어려운 책, 두꺼운 책, 우리 삶과 동떨어진 책, 비범한 사람들이 읽는 책, 유명하지만 읽어본 적은 없는 책으로 통한다. 이렇게 고전과 우리 사이에는 벽이 쳐져 있다. 그래서 아마도 고전을 읽고 싶어도 선뜻 손이 가지 않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고전읽기’를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고전을 읽다보면 우리는 삶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고전 속에는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얘기한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서 삶을 살았던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담겨져 있다. 오랜 시간의 장막을 뚫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지금 우리 앞까지 전해져 내려 왔다.

고전 속에는 그들의 삶이 담겨져 있는데, 천천히 한 글자씩 읽다보면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와 똑같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고전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나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사는 사회로 생각의 범위가 확장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쌓이고 쌓이면 이 책의 제목처럼 힘든 세상을 살아갈 당신에게 고전은 ‘무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우리는 스스로 가야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삶은 여행과도 같다. 하지만 삶은 불공평하고, 부조리하며 때때로 우리에게 시련을 준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무기’를 들어봤으면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렵다. 아무리 좋은 ‘무기’라 할지라도 몸에 익숙하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당신은 버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잠시만 여유를 갖고 ‘무기’를 내려놓자. 버거워할 당신을 위해서 이 책을 준비했다. 이 책을 읽는다고 고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고전 읽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장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