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30대에 들어섰지만 중견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보아의 스탠스는 견고하다. 지난해 발표한 통산 8집 < 작년 < Kiss My Lips > 앨범은 평단과 음악관계자들 사이에 반응이 좋았다.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보상받은 것 같아서 다행, 행복이라고 밝혔는데 앨범 작업하면서 무엇 때문에 고생을 했나. 아무래도 전체 노래를 다 쓴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7집 'Only one'을 냈을 때 사실 'Only one'도 제가 쓴 노래였는데 많은 분들이 모르세요. 제가 작사, 작곡하는 것을 잘 모르셔서… 8집 때, 2015년은 데뷔 15주년이었거든요. 그래서 15주년을 기념으로 해서 재밌는 무언가를 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고 “내가 직접 손수 만든 앨범을 팬들에게 선물을 하면 어떨까”하는 판단을 했죠. “될지 안 될지 모르겠는데 최선을 다해서 혼자 한번 써볼게요.”라고 회사에 얘기를 해서 혼자 쓴 노래들도 있고 또 외국 작가들이 와서 캠프를 진행할 때 저도 같이 참여를 해서 쓴 노래들도 있어요. 편곡자 분들도 지속적으로 만났고. 시간 할애하는 것이나 계속 아이디어를 내는 것. 그런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앨범 작업은 어느 정도 걸렸나. 경력이나 위치 때문에 앨범 접근 방식도 달랐을 거로 본다. 우선 수록 곡을 12곡으로 빼곡히
채워 대단했다. 워낙 싱글, 미니가 판치다보니 아직도 앨범 곡수 형식미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한일 양국 왔다 갔다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워낙 스트레스도 많은 슈퍼스타인데 굳이 자신이 곡을 쓴다는 게… 왜 작사, 작곡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뮤지션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인가? 8집의 12곡 중에서 제가 생각할 때 후크가 명확한 'Shattered'하고 'Fox'가 좋았던 기억이 있다. 'Shattered'는 곡 진행의 변화폭도 크고 몽환적이고... 이 노래 작업한 과정을 들려 달라. 어떤 측면에서? 몽환적이지만 후크가 확실하다. 앨범을 딸에게 들려준다면 아델에게 선수를 뺏겨서 그렇지 (웃음) 보아의 'Hello'도 만만치 않다. 예쁜 곡이다. 음악을 들을 때는 감성적이다가 글을 쓸 때는 냉철해야 하는 게 평론가들이다. 그래서 감성과 이성이 동거해서 이중적이다, 심지어는 때로 변태성이 있다는 말을 듣는데 예술가들은 다 그렇지 않나? 네, 다들 조금 변태성이 있죠. (웃음) 맞아요. 저희 직업도 맨 정신으로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아요. 백 스테이지에서 보아는 되게 침착할 것 같다. 근데 막상 온 스테이지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춤추고 그럴 것 같다. 한마디로 (상상과 현실의) 차이가 커 보인다. 거기서 어떤 괴리를 느끼지 않나? 패티김 여사도 공연을 앞두고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화재가 나서 공연이 취소 됐으면' 하고 기도하곤 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사람들 앞에서 무대에 선다는 게 일반인은 하기 어렵다, 사실은. 근데 <케이팝스타>는 너무 잘했다. 그래도 여유 있게 하던데. 그래서 그때 '멘토 언니' 되지 않았나. 'Kiss my lips'는 만들고 나서 이게 타이틀이다 하는 생각을 바로 했나 좀 어려울 수도 있다 'Hurricane venus'때도 그렇고 'Only one'에서도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Kiss my lips' 이번에도 본인이 빅 스타, 월드스타인 것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 대중가요는 소통이다. 왜 그냥 편하게 가도 욕먹을 나이도 아니고 욕먹을 위치도 아니고 욕먹을 상황도 아니다.
근데 너무 자기 위치에 따른 강박이 작용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Hurricane venus'도 좀 쉽게 해도 되는데 내가 적어도 월드스타로 뻗어갔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아 하는 느낌이 들었다. 'Kiss my lips' 때도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차라리 'Fox'나 'Clockwork', 'Who are you'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Who are you?'를 선공개로 발매한 이유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Kiss my
lips'가 첫 싱글이었을 때 '보아는 여전히 앨범 아티스트다!' 하는 생각은 든다. 그 정도의 무게감, 존재감은 있어야 하니까. 'Only one' 할 때 마이크를 끄고 안무만 한 적이 있다. 내가 알던 보아라면 어떻게든 노래와 춤을 다 해내리라 했을 것 같은데 뭔가 하나를 포기하고 춤, 퍼포먼스 측면을 극대화하는 것을 봤을 때 다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좀 벗어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음악적으로도 사실 'Hurricane venus' 이전은 뭔가 컨셉트를 연기하는 보아가 노래를 부르는 거라면 'Only one' 부터는 진짜 인간 보아가 자기 노래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캐주얼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하는데, 그 중간 기점에 뭔가 터닝 포인트가 있었던 것 아닌가. 6, 7집 사이의
간극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6, 7집 사이가 일본 활동에서 국내활동으로 무게중심이 좀 이동할 때 아니었나. 그런 것도 큰 변화다. 사실 2007-8년까지 보아는 거의 일본 가수이지 않나. 2010년까지는 일본에 임대한(?) 상황이었으니까. 일본에서는 많이들 보아를 일본 사람이라고 여긴다고 들었다. 일본어 싱글이나 앨범 낼 때하고 한국어로 낼 때 어느 것이 더 편한가.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음악적으로 크게 얻은 소득은? 맞다. 약간 뽕끼가 전반적으로 흐른다 (웃음) '아틀란티스 소녀' 들을 때 놀란 건 유난히 숨소리가 많이 들어갔다. 숨소리는 위험해서 보통은 지우려고 한다. 괜찮았기 때문에 놔둔 것 아닐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보컬 측면에서 8집 가운데 이 노래는 잘한 것 같다 하는 곡이 있다면 어떤 노래인가.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Shattered'도 굉장히 어려웠구요, 그 톤을 잡는 게 되게 힘들었어요. 그게 진짜 진, 가성을 섞어야 나올 수 있는 목소리라 그 보컬을 잡는 게 어려웠어요. 또 힘들었던 게 노래를 만들면서 가이드를 만들잖아요? 그때 목소리가 훨씬 좋아요. 소리가 너무 열려있고 아무런 부담이 없으니까. 제가 'Love & hate' 노래 녹음을 세 번 다시 했어요. 그 가이드 느낌이 안 살아서. 그래서 '우리 이거 그냥 가이드 갖다 쓰면 안 될까?' (웃음) 어차피 콘덴서 마이크에 했으니까 갖다 쓰자, 가사 몇 개만 고치자' 그랬어요. 그 톤이 안 잡히니까. 열심히 부르긴 했는데… 다 열심히 불러놨는데 어떡하죠. 너무 어렵다. 그런 면에서 'Kiss my lips'가 잘한 노래라고 본다.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게 보아다. (웃음) 일반인으로 따지면 보아는 너무 젊다. 그런데 사람들은 완전 노장 취급을 한다. 그것을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다. 또 이것도 묻고 싶다. 'Kiss my lips', 'Who are
you?', 'Shattered', 'Fox'란 노래도 그렇고 'Double jack', 'Love & hate', 'Green light'도 그런데 대체로 노래가 퍼스널(personal)한 느낌이 든다. 그 정도 되면 누구에게 희망을 줘야지 하는 공적인 주제가 있을 법한데 사적인 접근이 대부분이다. 사적인 질문인데, 보아씨 부모님은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자랑스러운지 걱정스러운지 궁금하다. 일본에 오래 활동하면서 제대로 딸을 곁에 둬본 적이 적으시니까, 가장 이쁠 때. 독립하는 걸 싫어하신다면 시집가는 것도 그렇게 달가워하시진 않겠다. 2003년 인터뷰 마치고 '보아 저 사람은 춤추고 노래하기 전에 문학소녀여야 했다고 그랬던가, 책 읽고 조용히 있는 게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아까 백 스테이지에 더
어울린다는 얘기를 했을 때 그때 생각이 들더라. 공부를 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보아의 베스트 곡은? 본인한테는 안 맞아도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서 또는 시류에 맞추기 위해서 한 곡이 아니라 진짜 내 취향, 내 감성, 내 스타일을 반영한 곡. 그럼 저는 8집의 경우 'Who are you?'랑 'Fox'인 것 같아요. 저는 좀 밝으면서도 감성적인 노래를 좋아하거든요. 사실 'Only one'이나 이런 노래를 참 좋아해요. 'Only one'은 좋아하면서 부른 것 같았다. 그럼 결정적인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오늘날 보아를 음악하게 만든 사람들. 테디 라일리는 들어갈 것이고. 한동안 SM의 간판이었고 톱스타였지만 지금은 모든 상황이 말해주듯이 주력 상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팬들로부터는 기획사로부터 홀대 받는 것 아니냐는 불평 아닌 불평이 있기도 했다. 본인으로서도 이제 내가 회사의 중심이 아니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아직 나이로 볼 때 힘들지 않았나. 앞으로 내가 SM이 아니라 대한민국 또는 아시아 가수로서 앞으로 음악적이든 뭐든 내가 보여줘야 할 것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죽어도 10집은 꼭 채우기 바란다. 장기적으로 많은 공을 던져보고 싶다고 했는데 단기적으로는 어떤 음악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는지. 앨범이 나온 지 얼마 안됐지만 '스테이션' 잡혀있는 게 있나. 2003년부터 해온 공연이 현재 98회를 했고 1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처음부터 밴드라이브를 하고 있는데, 밴드 라이브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조영남씨가 감탄하기도 했다. 밴드 라이브를 고집하는 이유, 앞으로 어떤 퍼포먼스나 공연을 만들고 싶은지 말해 달라 8집을 신보라고 간주하고 '이 앨범은 이렇게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야 한다면. 보아는 아티스트로서 어떤 사람인가.
내 춤, 현재 추고 있는 춤은 많은 변화가 있어왔지만 그 춤은 내 노력의 결과인가, 아니면 천부적인 건가. 저는 노력인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정말 라이브를 못하던 가수였거든요. 일본에서 2001년에 데뷔를 하고 어떤 공연에서 라이브를 보고 에이벡스(SM과 계약한 일본 소프트회사)에 어떤 분이 '쟤는 단독 콘서트 하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대요. 너무 못해서. 그래서 춤 추면서 노래 하는 거를 정말 많이 연구하고 연습했어요. 그래서 이만큼 할 수 있게 됐죠. 'ID; Peace B'는 잘했지 않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씨가 인터뷰에서 보아가 가장 춤을 잘 추는데 그 이유는 춤에 감정을 집어넣기 때문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인터뷰: 임진모, 황선업, 이수호, 정민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