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대학교 유기화학] 분자오비탈(MO, molecular orbitals)/ 원자오비탈(AO, atomic orbitals)/ 결합 차수(bond order)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대학 입학 이래로 가장 저를 괴롭힌 과목입니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점은 도대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수강한 게 아니라 PEET 시험을 준비하면서 혼자 알아서 공부해야 했고, (

결국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시험장에 들어갔었...

) 막무가내로 하다 보니 '이 과목은 참 싫다!!!'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비록 이 상태로 약대에 입학했지만 다행히 수업을 차근차근 들은 결과, 1차 시험까지 치른 지금은

물론 여전히 성적은 저렴하지만

약간이나마 '재미있는 과목이구나!!!'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복습을 하는 김에 차근차근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함께 유기화학에 첫 발을 내딛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까먹을 미래의 저에게도 든든한 복습 자료가 될 것 같네요.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우선 고등학교 시절부터 익히(?) 다뤘던 분자 오비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어연 3년 전 포스팅의 업데이트 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ㅎㅎ 유기화학의 입장에서 설명하게 될 만큼 오비탈이 무엇인지, s, p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일반화학 내용은 건너뛰겠습니다. 혹시 이런 내용들이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위 포스팅을 비롯한 고등학교 고급 화학 시리즈를 참고해주세요!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오비탈이 전자가 존재할만한 위치를 표현한 거라면 반대로 node는 전자가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지점을 말해요. 1s에는 node가 없다가 2s에서는 구껍질 형태로 오비탈 안에 node가 나타났군요! 2p들은 원점(0,0,0) 부분이 node인 걸 그림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오비탈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헷갈렸던 부분은 위 그림 속 2p 오비탈과 같이 두 가지 색으로 표현하는 것의 의미였어요. 물리나 화학에서 익히 등장했던 (+) 전하와 (-) 전하 구분처럼 각각이 다른 전하를 띠고 있다는 의미인가?? 이러면서 혼자 산으로 갔었거든요.

다들 아시다시피 오비탈은 전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위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표현한 궤도 함수입니다. 따라서 전자와 마찬가지로 오비탈 그림은 전부 (-) 전하가 지배하는 공간이라는 뜻이죠. 색으로 구분되는 두 구역은 전하가 아니라 위상(phase)이 다른 겁니다.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해가 뜬 부분과 비가 오는 부분의 차이가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그 차이가 바로 위상이 다른 겁니다.

앞서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오비탈이 나왔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위상이 다르다는 뜻은 숫자에서 음수, 양수 차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줄을 위아래로 흔들었을 때 나타나는 파동에서 위쪽으로 올라간 지점과 아래쪽으로 내려간 지점도 위상이 다른 것이고요. 그림으로 표현된 오비탈에서 누가 어두운색이고 밝은 색인지는 임의로 정해주면 됩니다. 단지 둘의 위상이 다른 상태라는 점이 중요할 뿐이에요!

결합성 오비탈(bonding orbital)&
반결합성 오비탈(antibonding orbital)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같은 원자 두 개가 만났을 때 생기는 분자오비탈을 살펴볼게요. 1s에 전자 하나씩 들은 게 전부인걸로 봐서 딱 봐도 H 2개의 만남이군요. 둘이 부끄러워할 수도 있으니까 모른척해 줍시다. ㅎㅎ

원자 하나가 가진 오비탈들이 다른 원자의 오비탈과 상호작용하면 분자오비탈이 만들어져요. 우선모든 화학반응은 결과물의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는 걸 선호한다!라는 명제를 염두에 두면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영희(결합에 참여한 원자 1)랑 철수(결합에 참여한 또 다른 원자 2)가 각자 가지고 있는 집안 살림(원자 오비탈)을 합쳐서 전자가 살만한 새로운 집(분자오비탈)을 장만한다고 생각해볼까요?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만약 둘(둘의 원자 오비탈)의 궁합이 잘 맞는다면(위상이 동일하다면) 오순도순 영희와 철수 둘이 붙어 있고 싶어 하는(두 원자 간 결합이 선호되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결합성 오비탈)이 될 거예요.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근데 두 명의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면요?! 매번 티격태격하며 갈라서고 싶어 하겠죠? 그런 집안(반결합성 오비탈)은 금세 풍비박산 나겠군요(두 원자의 결합이 깨지는)ㅠㅠ

마무리가 비극적이었지만 실상은 우리보다 한낱 미물인 원자들 이야기니까 너무 감정이입하진 마시고 좀 더 형식적인 언어로 다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흰 화살표 아래에 그려진 웬 당고(일본식 경단 떡꼬치) 같은 그림은 bonding 오비탈과 antibonding 오비탈 각각을 옆에서 봤을 때의 모습이에요.

같은 위상의 원자 오비탈이 만나서 새로운 하나의 분자 오비탈이 되는 걸 '오비탈 상호작용 in phase'라고 불러요. 동글동글한 s 오비탈에서는 명확하지만 나중에 나오는 p 오비탈 사이의 만남 같은 데서 헷갈리실 테니 미리 정의를 확실히 하자면 맞닿는 두 부분의 위상이 같다는 뜻이랍니다. 반대로 서로 다른 위상끼리 만나면 out of phase라고 표현해요.

in phase를 통해 만들어진 신상 오비탈은 결합성 오비탈(bonding orbital)이고 원래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보다 낮아져요. 요 자리가 채워지면 이 결합은 튼튼하게 잘 유지되고 싶어 하죠. 분자가 원자였던 예전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상태를 가지게 되니까요.

out of phase를 통해서는 그림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겠지만 딱 봐도 사이가 안 좋아 보이는 오비탈이 만들어져요. 얘 이름은 반결합성 오비탈(antibonding orbital)이고, 두 원자핵의 가운데 부분에 평면 형태의 node인 nodal plane이 등장하죠. 에너지 준위도 원래보다 높아져서 여기까지 채워지면 결합성 오비탈 덕분에 애써 형성된 결합이 깨져버립니다. 물론 결합성 오비탈보다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가지니 아래부터 전자가 채워지는 오비탈 특성상 전자가 더 많아지는 경우가 되어서야 채워지겠죠?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다들 아시다시피 두 원자 사이에서 처음 형성되는 결합은 σ결합이고 그 뒤에 π결합이 두 개까지 더 만들어질 수 있어요. p 오비탈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각각의 결합을 상징하는 분자오비탈들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만나는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p 오비탈의 끝끼리 만나면 end-on, 서로 평행하게 옆으로 마주치면 side-on이 됩니다. 여기서 end-on은 σ 결합을, side-on은  π결합을 형성하겠네요. 또 각각의 경우에서 위에서 설명한 out of phase, in phase 상황이 생기므로 antibonding, bonding 분자 오비탈이 만들어지겠죠.

이제 와서 알려드리는 사실이지만 bonding MO가 σ,  π로 표현될 때 antibonding은 σ*,  π*라고 쓰고, 시그마 스타, 파이 스타 같은 식으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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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x는 좀 이상해 보이지만 2py나 2pz와 마찬가지로 아령 모양입니다. 다만 x축을 중심축으로 가지다 보니 앞에서 봐서 저렇게 왜곡되어 보이는 거죠. 2D인 지면에 3D 구조를 표현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에요.

한 원자의 2p 오비탈은 이렇게 세 개가 있는 걸 고려하면 두 원자가 만날 때 2py끼리 end-on 상호작용이 일어나서 σ 결합 하나를 이루고, 2px-2px, 2pz-2pz 각각에 대해서 side-on 상호작용이 한 번씩 만들어져서 총 두 개의 π결합을 이루겠군요! 이를 MO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아요.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세 개의 2p 오비탈 두 쌍이 만나서 새로운 분자 오비탈 6개를 만들었어요! 왜 각 원자의 2p 오비탈 에너지 준위가 다른지는 뒤에서 유효 핵전하를 이용해서 설명해드릴게요.

아무래도 맞닿는 end-on이 옆으로 비껴 만나는 side-on보다 오비탈 간의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일어나겠죠? 오비탈 간의 상호작용 세기를 오비탈 간 overlap 정도라고 말하기도 해요. 또한 오비탈 간의 상호작용의 크기가 곧 bonding MO의 에너지 준위가 AO의 원래 준위보다 얼마나 낮아질지(antibonding에서는 얼마나 높아질지)와 비례합니다.

그러므로 end-on을 통해 만들어진 σ와 σ*는 각각 에너지 준위 변화가 클 테죠! σ는 2p보다 왕창 낮아지고, σ*는 2p보다 왕창 높아졌습니다. 이에 반해  상호작용의 크기가 end-on보다 작은 side-on에 의해 형성된 π 와  π*는 2p에 비해 조금씩만 에너지 준위가 변화했고, 결과적으로 2p 오비탈 간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MO는 σ와 σ* 안에 두 쌍의 π, π*가 자리 잡은 형태로 그려지게 된 것이랍니다.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TT 뮤비 보다 이 장면에서 다들 한 번씩 심장을 움켜쥐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심 가득한 자료 화면 ㅎㅎ

이 움짤을 보고 두 개의 p 오비탈 간의 분자 오비탈 형성을 떠올리실 수 있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토끼다현양의 엄지는 end-on 상태로 만난 두 개의 p 오비탈을, 검지는 side-on 상태로 만난 p 오비탈들을 상징합니다. 피부색이 같은 걸로 봐서 in phase려나요?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어이없으시겠지만 확실히 이해는 되셨죠?? 부끄러우니 얼른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결합 차수 (bond 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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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 차수는 두 원자 간의 결합이 얼마나 끈끈할지 손쉽게 계산해볼 수 있는 값입니다. 결합성 분자 오비탈(bonding MO)에 채워진 전자 개수는 둘 사이의 친밀도를, 반결합성 분자 오비탈(antibonding MO)에 채워진 전자 개수는 둘 사이의 갈등을 뜻하거든요. 그럼 위와 같은 수식으로 표현되는 게 되게 그럴싸해지죠? 원자 간 결합 하나는 곧 전자 두 개를 두 원자가 공유한다는 뜻이니 2로 나눠주게 되는 거랍니다.

계산해봤을 때 단일결합은 결합 차수가 1이 나오고, 이중결합은 2, 삼중결합은 3이 나와요. 어떤 두 원자에 대해서 분자 오비탈을 그려서 결합차수만 계산해봐도 두 원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분자가 몇 중 결합을 이룰지 예측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똑똑한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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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럼 정수가 아니라 1.5 이런 게 나오면요??"
(정수를 2로 나누는지라 1.33 같은 건 안 나올 테니 그 와중에 다행이네요.)

전자 하나가 존재는 하는데 쌍은 못 이뤘으니 결합에 참여하지는 못하겠네요. 얘는 비공유 전자쌍스럽지만 혼자인 비공유 전자로 존재하게 되는데, 라디칼이라는 이름이 붙어요. 이건 다음 시간에 MO 그리는 법을 배우면서 NO 분자의 MO를 그려서 살펴볼게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분자오비탈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여러 예시들로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다들 파이팅이에요ᄒᄒ

[자료 참조]

2개의 오비탈 쌍으로부터 몇 개의

Organic Chemistry

저자 Clayden, Jonathan; Greeves, Nick; Warren, Stuart

출판 OxfordUniversityPress

발매 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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