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4 기 얼마나 살수 있나요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한국인 암 사망원인 1위다. 발생률은 위암·갑상선암에 비해 낮은 3위지만 사망률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폐암 사망자는 매년 1만 8000명 가량에 달해 위암·대장암 사망자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전체 환자의 60% 이상이 3,4기에 진단 받는다. 그렇다고 치료 자체를 포기해선 안 된다. 최근 인체 면역 세포의 활성을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항암제와 암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가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승현 경희대병원·후마니타스암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초기 폐암은 수술로 완전히 제거해 완치할 수 있고, 말기라도 신약과 방사선, 감마나이프 등 적극적인 치료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며 "절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학적인 암 완치 판정 기준은 5년 생존율(암 환자의 5년 후 생존 비율)이다. 감마나이프는 방사선 치료 중 하나로 칼을 대지 않고 뇌의 병변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폐암 초기인 1~2기에는 증상이 전혀 없다. 가장 흔한 증상은 보통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이다. 이런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3~4기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기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또 뼈로 전이된 경우 이들 부위의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방문하거나, 뇌 전이로 인한 어눌한 말, 편마비(몸이나 얼굴 한쪽에 근력이 떨어지는 상태)증상으로 신경외과에서 진료를 받다가 폐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폐암이 의심되면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한다. 촬영 결과 폐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시행해 폐암을 확진한다. 조직검사는 외부에서 바늘로 찔러 조직을 얻는 방법과 기관지 내시경을 통해 조직을 얻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조직검사를 통해 폐암이 진단되면 병기 설정과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양전자 단층촬영(PET)을 시행한다.

폐암은 뇌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뇌 MRI 검사는 필수다. 뇌 이외 다른 장기로의 전이 확인하려면 PET로 검사한다. 폐암 환자에게 뇌 전이는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데, 일반적으로 전신 항암치료와 함께 감마나이프 또는 방사선 수술로 전이된 뇌 병변을 치료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 방사선 치료, 수술로 나눠진다. 수술은 주로 초기 폐암 환자에서 완치를 목적으로 시행된다. 1·2기 또는 3기 중 일부 환자에서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 1기는 수술로 치료가 끝나지만 2~3기는 수술 후 재발률이 높아 수술 후 몸에 남아있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보조항암요법이 추가된다.

방사선 치료는 두 가지 목적으로 시행된다. 1~2기 초기 폐암으로 수술이 가능하나 환자의 전신 상태가 좋지 않거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수술이 불가한 경우 방사선 수술로 암을 제거한다. 또 뼈, 뇌 등 다른 장기로 전이돼 통증 등이 나타나면 증상완화 목적으로 시행되기도 한다.

약물치료에는 세포독성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가 사용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지난 수십 년간 사용해 온 전통적인 항암제로 폐암치료에 널리 사용되지만 탈모, 구토, 울렁거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표적치료제는 특정 돌연변이가 있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해 돌연변이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관문억제제가 대표적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병용했을 때에도 치료 효과가 좋아 폐암 4기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경희의료원은 다양한 진료과 간 협진으로 3일 내 최종 진단되면 항암치료는 5일 이내, 수술이나 방사선 수술의 경우 10일 전후로 시작할 수 있다"면서 "폐암 4기 환자들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폐암 4 기 얼마나 살수 있나요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폐암은 2000년 이후 암 사망 부동의 1위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60% 넘던 시절의 후유증이다. 최근 들어 폐암의 견고한 성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19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폐암 5년 상대생존율은 1995년 12.5%, 2010년 20.3%에서 2018년 32.4%로 올랐다. 최근 몇 년 새 상승이 눈에 띈다. 2010~2018년 대장·유방·전립선암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조기 폐암은 더 눈부시다. 같은 기간 진단 당시 암세포가 폐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상태’ 환자의 생존율이 47.6%에서 71.7%로 급등했다. 2019년 국가 무료 암 검진 대상에 폐암이 들어가면서 조기 발견 비율을 높이고 있다. 심지어 폐암 4기 환자의 생존율도 8.9%이다.

사망률 1위 폐암, 생존율 급상승
4기 여성 항암제로 암세포 줄어
면역·표적치료제 2개→17개로
저선량 CT 조기 발견 확률 높여

경북 영천의 전미숙(47)씨는 2017년 6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몸살이 낫지 않아 검사했더니 위·림프샘 등으로 전이된 것으로 나왔다. 전씨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평소 등산을 해도 숨차지 않았다고 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절망했다. 국립암센터에서 항암제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타세바라는 표적항암제 알약을 먹었다. 3년 후 내성이 생겨 타그리소라로 바꿔 지금까지 먹고 있다. 전씨는 “폐의 원 발생 부위만 암세포가 남고 사라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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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4기 생존자 전미숙(가운데)씨가 19일 경북 영천 자신의 카페에서 할머니들에게 보리떡 제조법을 가르치고 있다. 전씨는 표적항암제 덕분에 4년 넘게 아무 탈없이 살고 있다. [사진 전미숙]

전씨는 떡카페 ‘보리떡 머슴과 커피 마님’을 운영한다. 19일 동네 할머니들에게 체험학습을 해줬다. 발병 전보다 더 열심히 산다. 전씨는 “암의 공포에서 해방되긴 했지만 넉 달마다 검사할 때 긴장한다. ‘이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전씨는 “26년 동안 남편의 간접흡연에 노출됐고, 30대에 10년간 가스배달업을 할 때 가스를 마신 게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폐암 생존율 향상의 일등공신은 항암제이다. 이레사라는 표적항암제를 시작으로 혁신적 약이 쏟아진다. 폐암 표적항암제(건강보험 적용)가 2010년 2개(이레사·타세바)에서 올해 13개로 늘었다. 옵디보·키트루다·티센트릭·임핀지 등 면역항암제도 4개 나왔다. 아바스틴만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나머지는 5%만 낸다. 심평원의 폐암 진료 적정성 평가, 수술·방사선 치료 실력 향상 등도 폐암치료 발전에 기여했다. 폐암의 국제적 권위자 이진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전 국립암센터 원장)에게 폐암의 실태를 물었다.

폐암 4 기 얼마나 살수 있나요

이진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그렇지 않다. 노인이 느니까 그리 보이지만 노인 비율을 같게 보정하면 발생과 사망이 줄어든다. 사망률은 2002년 29.5명를(인구 10만명당) 정점으로 지난해 18.6명까지 떨어졌다.”

“최근 몇 년 새 좋은 항암제가 많이 나왔다. 2002년 50대 폐암 환자가 이레사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 있다. 이레사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이은 기적의 표적치료제이다.”

“요즘 나오는 신약은 비흡연자의 암, 즉 여성 폐암에 잘 듣는다. 흡연 남성 폐암에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약하다. 그래서 여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44.3%로 남성(27%)보다 높다.”

“1950~60년대생 여성은 단칸방에서 아버지·삼촌의 담배 연기에 노출된 세대다. 그 영향이 지금 폐암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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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실태

“한국 음식은 중국 음식처럼 기름에 볶는 게 적다. 중국은 실내에서 볶는다. 아파트 요리 연기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담배회사의 물타기 작전일 뿐이다.”

“금연밖에 없다. 전자담배가 결코 폐암을 덜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도둑놈이 들었다가 설거지해 놓고 갔다고 해서 좋은 도둑이라고 하지 않지 않나.”

“건강검진 때 저선량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으면 된다. 하지만 암과 무관한 작은 혹 같은 게 나와서 불필요한 걱정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과거 결핵의 흔적들이다.”

이 위원장의 마지막 권고이다.

“암은 평생 가지고 사는 만성병입니다. 당뇨병·고혈압은 평생 치료하지만 암은 조기 발견해서 수술하면 끝입니다.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잘라내면 완치됩니다. 맹장염 수술한 사람을 계속 맹장염 환자로 부르지 않잖아요. 폐암도 면역치료, 표적치료 하면 4~5년 넘게 삽니다. 5년 생존자가 점점 늘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