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우리들에 왜 꿈을

퇴사하면 커리어가 망가지는 3가지 유형

아무것도 없는 우리들에 왜 꿈을

 

최근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백종원이 자기 남편이면 좋겠다는 분이 나오시더라구요. 오죽하면 그런 고민이 생겼을까 싶기도 하고, '백종원이 남편이었으면'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 속에 많은 사연이 녹아 있을 것 같습니다.

결혼생활은 원체 복잡 다난한 것이고 개인의 생활이니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기존의 것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 만족도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매뉴얼의 전문 분야인 커리어로 빗대어 본다면 퇴사/이직을 하려는 이유가 중요하달까요.

그래서 오늘은 퇴사나 이직을 권장하는 상황과 성격에 대해 한 번 다뤄보고자 합니다.

1. 반드시 퇴사해야만 하는 경우

첫 번째로 나를 둘러싼 상황에 명확한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법도 전혀 안 지키고 직원들을 쥐어짜는 회사, 장기적인 비전은 커녕 오늘내일하면서 변화의 의지조차 없는 회사, 노답 상사와 동료들이 가득한 조직이라면 당연히 박차고 나와야 합니다. 이건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해가 되는,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조직이니까요.

이와 같이 명확한 상황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퇴사/이직을 할까 말까는 큰 고민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옮겨갈 새로운 환경이 지금보다는 나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정도의 조건이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바로 개인 커리어 상에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경우입니다.

지금 직장에서 이룬 것도 많고 나름 인정도 받고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경우

하던 일이 너무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진 경우

번아웃으로 인해 휴식기를 가지고 싶은 경우

이직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고 급여를 확실히 올려보고픈 경우

개인의 동기부여가 충분히 있는 상황에서의 퇴사와 이직도 개인에게는 큰 위험 감수이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용기 있게 시도해볼 만한 일입니다.

2. 퇴사하면 안 되는 경우

하지만 이렇게 명확한 이유가 없는데도 충동적으로 퇴사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문제가 벌어집니다. 내 커리어가 걸린 문제인데 설마 경솔하게 선택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싶겠지만,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저 '싫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성격을 기반으로 커리어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는 저희 미매뉴얼에도 많은 분들이 퇴사/이직 고민을 문의하시는데요, 그중에서 저희가 퇴사를 말리는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다. 혹시라도 본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차분하게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유형들은 특정 개인의 성향이 아닌, 분석 결과를 설명하기 쉽게 유형화한 것입니다.)

1)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날 이렇게 무시하지?

이런 성향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모임에 얼굴을 자주 비추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순진한 태도를 갖고 있으며 모임을 주도하거나 이끄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모임에 다니는 만큼 관심분야도 넓지만 그중에서 무엇 하나도 깊이 알거나 꾸준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월수금에는 수채화를 배우고 화목에는 독서 토론에 다니며 토요일에는 쿠킹 클래스, 일요일에는 자전거 동호회에 나갑니다. 하지만 막상 3개월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은 없는 것이지요.

직장에서 일할 때도 약속을 쉽게 쉽게 하지만, 실제로 지키지는 못합니다. 담당하는 업무를 하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다른 엉뚱한 주제를 가지고 와서 그것에 목숨 걸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주변을 놀라게 합니다. 역시 얼마 못 갑니다. 이런 성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불안이 많고 스트레스를 쉽게 받음

- 남에게 휘둘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음 

- 여러 가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그룹을 주도하지는 못함

-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충동을 참기가 힘듦

-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지만 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는 않음

- 남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가끔 힘들고,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싫어함

-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어려움

- 내가 스스로 한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며 자신이 무능한 것처럼 느낌

- 요구받는 것보다 무언가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열심히 하는 것 같지는 않음

- 일을 막상 시작하려면 잘 안되다가 갑자기 다른 것에 확 꽂힘

혹시나 이런 유형에 속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회사에서 일단 버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기가 힘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 회사는 일도, 사람도 익숙하기라도 하지.. 무턱대고 이직했다가는 옮긴 회사 사람들로부터 "n년차 경력으로 왔다면서 일을 왜 저렇게 해?"라는 핀잔을 듣기 쉬운 유형입니다. 아니, 100%에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월급 루팡이 되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지금 회사에는 업무 맡겨 놓으면 1인분은 한다, 일 좀 한다는 평판을 받을 때까지는 남아 있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도움을 받아보세요. 아마 친구나 비슷한 연차의 동료가 주는 조언은 여러분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나보다 경력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나 성격/심리 부분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앞에서 말씀드린 성향은 자기 혼자 고치기에는 어려운 것들입니다.

2) 그럴 수도 있지 왜 이렇게 못살게 구는 거야?

월급 루팡이라는 말은 듣지 않을 정도로 일은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 상사들이 다 멍청한 건지, 아니면 내 주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나 유튜브에는 똑똑하고 쿨한 사람들 많던데 최소한 내가 몸 담았던 조직에는 그런 사람 1도 없었죠.

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아이디어도 나름 많은데 왜 이상한 것들로 이렇게 날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뭐, 일을 하다 보면 마무리가 잘 안될 때도 있고,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는 것이며, 남들에게 적당히 둘러댈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사소한 것들 가지고 주변에서 트집을 잡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 짜증을 잘 내고, 한 번 짜증이 나면 제어가 잘 안됨

- 사람들 앞에서는 목소리도 크고, 그룹을 주도하려고 함

- 하지만 사람들과 헤어지고 나면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짐

- 관심 있는 일에는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드는 성향. 귀가 얇다는 말도 자주 들어봄

-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가 멋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확 꽂힘

- 하지만 그게 왜 그렇고, 어떤 맥락이고 등등 복잡한 이야기는 싫어함

- 필요하면 사람을 이용하거나 때때로 훼방 놓을 수도 있지. 사람은 누구나 다 이기적이니까.

- 자신을 착한 사람이고 내 사람들에게 애정도 많다고 생각함

- 하지만 그들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건 원치 않음

- 스스로를 아주 유능하다고 생각함

- 일을 하다 보면 약속을 어길 수도 있고 실제로 내가 적당히 일하고 있기도 함.

-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 태도의 문제가 아닌, 일이 재미가 없고 상사가 일을 잘 못 시키기 때문임.

- 일 벌이는 건 많은데 마무리되는 것은 딱히 없음. 일을 쉽게, 경솔하게 시작함.

본인이 이런 성향인 것 같다면 절대로 이직하지 마세요.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이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를 괴롭히는 '멍청한 상사'들이 가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나랑 안 맞는 동료나 부하직원 때문에 괴로울 거예요. 그러니 지금 회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세요. 한 번 이직하게 되면 그 뒤로는 퇴직금 받을 수 있을 때까지 한 회사 다니는 것 자체가 지옥이 됩니다.

3. 내 꿈은 이런 회사가 아닌데…

한 마디로 눈 앞의 현실이 아닌, 꿈을 좇는 사람들입니다.

앞의 두 유형과 마찬가지로 새롭고 신기한 것 좋아해요. 그래서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도 많고 아는 체도 많이 합니다. 자기가 잘났다고 자랑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막상 그 깊이는 그렇게 깊지 않습니다.  

배 째라고 일을 펑크 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집중력, 그리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볼 때 가끔은 이 사람은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런 면에 대해 충고를 들으면 ‘모르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라고 짜증을 냅니다.

그 밖에는 이런 특징들이 있어요.

- 불안이 많고 짜증을 잘 냄

-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감정 기복을 겪는 경우가 많음

- 사람들을 이끌고 주도하고 싶은데 막상 나서기는 싫음

-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리더 역할하는 것도 싫어서, 순순히 협조하고 싶지가 않음

- 관심 분야가 다양하고 좋아하는 것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음

- 공상을 많이 하고 전시회나 미술관 같은 곳을 가면 생기가 넘침

- 하지만 막상 주변 사람에 대해서는 큰 관심 없으며, 본인이 그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함

- 스스로 생각해도 일을 잘하는 것 같음. 주변과 약속도 잘 지키고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함

- 하지만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는 경우가 많고 일에 제대로 몰입하지 않음

- 그냥 대충 할 때가 많고, 적당히 마무리하는 경우가 흔함

이런 분들도 이직을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당신이 꿈꾸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3개월 정도 여행자로서 살아가거나, 이민 등을 가서 이곳도 저곳도 아닌 경계인이 가지는 약한 소속감을 지낸 체 살아가면 그나마 조금 나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선택을 하면 한 평생 부평초처럼 살아야 합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우연히 시작한 유튜브가 대박이 날 수도 있겠고, 여행 에세이가 터져서 대박 작가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일 조차 여러분의 큰 꿈을 만족시키지는 못합니다. 그저 몇 달 정도의 유효 기간을 가진 소소한 이벤트일 뿐이죠.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 유형이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분들께는 퇴사와 이직은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셋 중 어느 하나라도 내게 가깝게 생각된다면 혼자 결정하지 마시고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들, 특히 본인보다 경력이 더 길고, 사회생활 경험이 더 많은 분들의 의견을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아마도 퇴사를 말리실 겁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꼰대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충분한 이유가 있고 또 그만큼 위험해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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