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인류의 보편적 반응이자 동시에 개별적 반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란 말 없는 사기다.”
○인간은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는가? 니코 틴버겐은 동물 연구를 통해 인간이 만든 모조품에 더 큰 자극을 받거나 뻐꾸기 알을 품는 숙주 새의 행태를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옥스퍼드대 제공 인도의 물리학자이지 신경과학자인 고팔라사무드란 나라야나 라마찬드란 박사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일종의 초정상자극이다. 우리는 생존에 유리한 자극에 이끌리는 신경학적 본성을 가지고 있는데, 종종 과도한 자극에 대하여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상 수준을 넘는 자극, 즉 초정상자극이다.
그런데 초정상자극이 유발되는 궁극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연선택과 성선택에 의한 결과다. 그림에 숨겨진 미적 의미를 찾는 것은 수풀 속의 포식자를 찾아내려는 경향, 대칭성을 추구하는 것은 온전하고 감염되지 않은 성적 파트너를 추구하려는 경향, 번식력이 왕성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모방하는 둥글고 붉고 윤기 있는 대상에 대한 선호, 배경의 시각적 잡음에서 필요한 먹이를 채취하기 위해서 색을 분리하고 대비하며 혹은 그룹을 지어 인지하는 경향, 그리고 특정 자극(어머니의 모습) 등이 주는 유리함을 감정적 선호와 연결 짓는 경향 등 다양한 적응적 인지 모듈이 미적 인지와 관련된다. ○ 인간의 미감, 동물의 미감 아름다움을 인간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물론 복잡하고 미묘한 상징적 언어 능력을 통해 대상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이를 다시 아름다운 인공물로 재현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인간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유일한 존재는 아니다. 동물도 대상에 대한 호오의 감정 반응을 보이는데, 대상이 생존 상의 직접적 이득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아마 침팬지는 바나나가 그려진 그림을 보고 기쁨을 느낄 것이다. 침팬지는 바나나 그림과 실제 바나나를 구분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바나나 그림을 보면 쾌락 중추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심지어 이미 바나나를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침팬지라고 해도 말이다.
○ 아름다움의 폭주 미에 대한 인간의 선호는 그에 대한 독특한 행동 반응을 유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아름다움은 폭주한다. 진화적 줄달음이라고 하는데, 생존 상의 손해를 무릅쓰고 특정한 형질이 과도하게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역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여러 형질이다. 수컷 공작의 길고 아름다운 꼬리는 이미 진화이론을 접한 독자라면, 진부한 예로 생각할 정도로 잘 알려진 사례다. 종종 수컷은 수명을 갉아먹는 한이 있더라도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아름다워야만 교미를 허락하기 때문이다. 그럼 암컷은 왜 그러한 아름다움에 집착할까? 아름다운 아들을 낳아야, 아들도 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를 이은 폭주가 시작된다. 수컷은 점점 과장된 색, 과장된 모양을 가지도록 진화한다.
○ 아름다움에 대한 반응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인류학 및 진화의학을 강의하며, 정신장애의 진화적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에 '내 마음은 왜 이럴까' '인류와 질병'을 연재했다. 번역서로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행동과학》,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