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이나 이미지

어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이나 이미지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0장 특정공포증의 인지치료(2)

인식은 인지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인지 과정에서 자동적 사고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에서다. 자동적 사고는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이기에, 공포증 환자에게서 인지 사고는 자동적으로 작용되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자동적 사고가 공포증 환자의 존재를 결정함을 의미한다. 그들의 내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자동적 사고는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 왔고, 공포증상에 지배되게 만든 동인이기 때문이다. 공포는 위험이나 위협이 있다고 지각될 때 생겨나는 감정이므로, 공포증 환자는 실제로 위험이 없거나 적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다.

1. 자동적 사고의 탐지  

1) 위험에 대한 왜곡된 지각

공포증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나 두려움은 위험에 대한 왜곡된 지각으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갇히지 않을 것이라든지, 설사 고장이 나서 갇힌다 해도 질식해서 죽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을 정말로 믿는다면, 엘리베이터에 대한 공포증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왜곡된 지각, 즉 위험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생각은 공포증을 발생·유지시키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비현실적이고 타당하지 않게 지각하는 것을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이처럼 인지치료는 공포증 환자들의 두려운 상황에 대한 비현실적 생각을 파악하고, 이런 생각의 타당성을 평가하며 수정하는 기법이다. 지금부터 공포증 환자들이 두려운 상황에 접했을 때 나타내는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타당한 생각으로 바꾸어 보는 방법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2) 자동적 사고를 인지하는 방법

인지치료에서 자동적 사고의 탐지는 중요 과제이다. 자동적 사고는 환자의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자 일종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치료에서 치료자가 환자의 인지를 이해시키고 자동적 사고와 심상들의 존재를 인식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자동적 사고는 위험에 대한 타당하지 않은 생각이라고 전술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환자가 자동적 사고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순간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자동적 사고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제로 인지치료에서 이런 자동적 사고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는 공포 상황에 접했을 때 나타나는 자동적 사고를 파악할 수 있어야 자신의 생각이 행동이나 감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에서 떠나 객관적인 심리적 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는 이런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더 현실적이고 타당한 생각으로 바꿀 수 있다. 어떤 환자들은 자동적 사고를 쉽게 찾아낼 수 있지만, 어떤 환자들에게는 이것이 힘들기 때문에 자동적 사고를 탐지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의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자동적 사고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분명하고 간결하다: 마치 전보나 속기같이 짧게 생각된 형태로 머릿속에 재빨리 스쳐간다.
-자동적이다: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그냥 자동적으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럴듯하거나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옳은지 의문을 갖거나 검증하지 않은 채 무조건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그러한 생각이 틀리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날 수 있다.
-반복적이고 강력하다: 강박적 성향이 있어서 계속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중단시키기 어렵다.

3) 자동적 사고의 인지에서 실제적인 요령

공포증 환자들은 자동적 사고를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에 오랫동안 습관화되어, 당연하고 타당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위험과 관련된 생각들은 공포나 두려움을 유발할 수 있기에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이런 생각을 회피하려 한다. 짧은 순간 위험과 관련된 생각을 한 후에 곧바로 이를 회피하거나 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동적 사고를 찾아내는 효과적 방법은 실제 두려운 상황에 접해본 다음 그때 떠오른 자동적 사고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무엇인가?', ‘그때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는가?’,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웠는가?’등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해본다.

나아가 환자는 공포증이 없는 사람이 두려운 상황에 접했을 때 떠올랐던 자동적 사고의 예를 참조할 수 있다. 다음은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상황을 표현한 것들이다. “비행기가 이륙하다 실패해서 불이 날지 몰라.” “불이 나면 폭발할 테고, 난 죽을 거야.”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할 때 이렇게 심하게 비행기가 떨리는 것을 보면, 비행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 아니면 조종사가 조종에 미숙한지도 몰라.” “이러다가 사고가 나고 말거야. 사고가 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죽을 거야.” “비행 도중에는 지금 나는 비행기 소리는 뭔가 이상해.” “틀림없이 비행기에 무슨 문제가 있어. 아니면 비행기가 납치되고 있는지 몰라.” “무슨 문제가 생겨 인공호흡기를 쓰게 된다면, 나는 아마 숨이 막혀 죽을 거야.” 등이다.

2. 자동적 사고의 평가

공포증 환자는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들이 두려운 상황에 있을 때 나타나는 생각들에 오류가 많은 이유이다. 두려운 상황에서 나타나는 자동적 사고는 사실이 아닌, 타당성을 검토해 보아야 하는 가설이나 추측으로 다루어야 한다. 일단 자동적 사고를 가설로 받아들이게 되면, 자동적 사고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질문이나 도전들에 더 개방적이게 된다. 인지치료에서 자동적 사고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체계적인 잘못은 ‘인지적 요류’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포증 환자들은 다음의 두 가지 인지적 오류를 보인다.

1) 과대평가

과대평가는 실제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판단의 오류이다. 이 과대평가 오류는 부정적인 사건들이 실제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을 때조차도 실제로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공포증 환자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부정적인 사건들을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거나,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인 사건들도 훨씬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서 제시된 사례를 통해 자동적 사고 속의 과대평가라는 인지적 오류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여대생은 20세이다.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두려워하여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였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게 되면 숨쉬기 힘들 거라고 두려워하는 한다. 그녀는 엘리베이터가 붐비면 ‘내가 숨쉬기에 충분한 공기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라 생각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내려버렸다. 그녀는 실제와 자신의 느낌을 혼돈하고 있다. 개인이 두려움을 느낄 때는 투쟁/도피반응으로 과호흡을 하거나 숨이 가빠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생리적 반응이고 위험하지 않다.

또 요즘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구조상 지속적으로 공기도 유입된다. 이런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자료를 무시하고 공기가 부족해 숨을 쉬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부정적인 일을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생각하는 과대평가이다. 다음의 거미를 두려워하는 중년 남자의 예를 통해서도 과대평가 오류를 찾아낼 수 있다.

그는 35세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다. 그녀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어서 늘 편치 못했다. 그는 거미만 보면 거의 경기반응을 일으키며 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는 거미를 보게 되면, “저 거미가 내 옷 속으로 들어갈 거야. 그렇게 되면 난 거미를 찾을 수 없게 되고 결국에 내가 자는 동안 물려서 그 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 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거미가 있는지 확인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야외에는 나가지 않으며, 혹시 거미를 발견하면 문을 닫아버리고 다른 사람을 불러 잡게 하였다.

이런 경우 거미가 나타나서 그의 옷 속으로 들어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의 옷 속으로 들어간다 해도 못 찾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만약 거미에 물렸을 때 혼수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을 통해 그는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과대평가의 오류들은 객관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지속되는가? 한 가지 이유는, 공포증 환자는 지속적으로 공포 대상이나 상황을 회피하기 때문에 반대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공포 상황을 직면한 후에도 계속 과대평가 오류가 지속될까?

아파트 10층에 살고 있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한 주부이다. 그녀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아파트 베란다에 나간다. 하지만 결코 그녀의 걱정처럼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베란다에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위험한 일이 현실로 일어나지 않은 것은, 실제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안전한 행동들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난간 쪽으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았어”, “내가 10층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면 떨어졌을 거야”, “내가 벽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았어” “만약 벽을 잡지 않았다면 나는 중심을 잃고 떨어졌을지 몰라” 식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그녀가 벽을 잡았건 잡지 않았건, 아래를 쳐다 보았건 쳐다보지 않았건, 난간 쪽으로 갔건 안 갔건 그녀가 베란다에서 떨어질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어려 가지 안전행동을 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잘못된 과대평가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것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경향 때문이다. 환자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또 기분이 좋고 자신감에 차 있을 때면 자신의 단점은 별로 보지 않고 자신의 장점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렇다면 공포증의 경우에는 어떨까? 두렵고 불안한 신념을 가진 환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일들을 찾는 경향이 있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신념으로 인해 치명적인 비행기 사고 소식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백만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

2) 극단적 생각

극단적 생각은 과대평가의 일종이다. 다만 극단적 생각은 그 결과에서 부정적으로 치닫는다. 극단적 생각은 어떤 사건의 결과를 실제보다 더 나쁘게 확대해서 생각하는 오류이다. 이런 인지 오류는 어떤 일을 ‘극히 위험한’ 혹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혹은 ‘파국적인’ 일로서 보기 때문에 생겨난다. 공포증 환자는 흔히 자신에게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 극단적으로 생각한다.

공포증 환자들의 전형적인 극단적 생각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나는 도저히 그런 두려움에 대처할 수 없을 거야. 다른 고속도로에 가면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야”, “뱀들은 크고 징그러워. 나는 뱀을 본다면 기절하고 말 거야”, “주사의 고통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일 거야” 등이다. 그러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의 결과를 파국적으로 나쁘게 해석하는 극단적인 오류의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어느 과장이다. 그는 1년 전 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난 다음부터 교통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속도로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집이 신도시라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출퇴근이 매우 편리한데도 30분 이상 우회하는 주변도로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고속도로에 가면 너무 두려워 어쩔 줄 몰라 당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핸들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대형사고가 나서 자신이 죽거나 크게 다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고속도로에 나가게 되었을 때의 결과를 너무 나쁘고 끔찍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 나가지 못한다. 또한 고속도로에 나갔을 때 있을 수 있은 결과 중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여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있다.

3) 합리적 사고

합리적 사고는 타당한 생각으로의 전환이다. 환자의 생각이 현실에 맞고 논리적 타당성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물론 공포 상황에서 경험하는 부적응적인 자동적 사고를 보다 잘 이해하고 찾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공포 상황에서 보다 타당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현실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자동적 사고를 현실적이고 타당한 생각으로 바꿀 수 없게 된다.

공포증 환자의 자동적 사고의 타당성에는 일정한 평가가 따라야 한다. 환자의 타당하고 현실적인 자동적 사고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환자는 스스로 자동적 사고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타당한 생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자동적 사고의 타당성을 스스로 평가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사용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 생각에 반(反)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것은 항상 사실인가?
-달리 설명할 수는 없는가?
-일어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무엇인가?
-일어날 수 있은 최악의 일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가장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일은 무엇인가?
-실제 최악의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로 끔찍할까?
-내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가?
-나는 이 일의 전체를 보고 있는가?
-나는 충분히 객관적인가?
-나는 동일한 행동을 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보는가?

이런 질문들은 일련의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에 해당한다. 그것은 질문이 전체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기 위해 시도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질문을 통해 공포증 환자는 자신의 자동적 사고에서 현실적으로 타당한가를 평가하고, 더 타당하고 현실적인 생각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자동적 사고에 대해 타당한지를 검토해 보는 탐색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자동적 사고에 대해 스스로 문답하며 평가할 수 있는 정신적인 습관이 생기게 된다.

4) 과대평가에 반박

과대평가의 오류에 반박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근거를 묻는 것이다. 잘못된 자동적 사고를 반박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자동적 사고를 객관적 사실이 아닌 추측이나 가설로 받아들이고, 그런 생각에 대한 근거를 검토하며 현실적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자신의 자동적 사고에 대한 근거들을 고려하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더 현실적이고 타당한 생각으로 바꿀 수 있다.

과대평가 오류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동적 사고를 반박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번개로 인해 사망한 2백만 명 중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대신, 번개가 쳐도 죽지 않은 나머지 1백 99만 9999명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 안전하게 착륙하는 수백만 대의 비행기에 대한 정보가 단 하나의 비행기 추락사고 정보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정보이다.

또 과대평가 오류를 반박하기 위해,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을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일어날 확률이 얼마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일어날 것 같다” 혹은 “내가 생각하기에 아마도 일어날 것 같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객관적이다. 이 작업은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생각을 바라보게 만듦으로써 과대평가 오류를 수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짐작의 오류를 바꾸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도움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달리 설명할 수는 없는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두려워하는 사건의 발생 확률을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앞에서 우리는 엘리베이터 공포를 가진 여대생의 예를 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게 되면 숨쉬기가 힘들어 질식할까봐 두려워하는 사례였다. 이런 자동적 사고의 타당성을 따져보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면 질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근거가 있는가?”, “실제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혀서 질식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제로 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질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질식한 일도 없었으며,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사람이 질식한 사고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으면 답답하게 느껴지고 숨이 가빠졌다는 자신의 느낌 뿐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숨이 가빠지는 것을 곧 질식할 것이라는 징후로 보지 않고는 달리 설명할 수는 없을까? 숨이 가빠진 것은 그녀가 불안해져서 숨을 고르게 쉬지 않은 것이지 질식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이런 근거들을 고려해 볼 때 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질식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비현실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자동적 사고를 여러 질문을 통해 더 현실적이고 타당한 생각으로 바꿀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힌 상황에서 그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혀서 숨을 제대로 못 쉬게 되면 질식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가? 달리 설명할 수 없을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들은 과대평가를 점검하기 위한 질문들이다.

이제 환자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히게 되면 질식할 것이라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숨이 가빠지는 느낌만 가지고 그렇게 생각한다. 숨이 가빠지는 것은 불안해서 숨을 고르게 쉬지 않았기 때문이지. 질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혀서 질식한 사고는 없었지 않은가? 등의 타당한 생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5) 극단적 생각에 대한 반박

공포증 환자들은 극단적 생각에 대해 반박해야 한다. 치료는 사실상 이런 반박에서 시작되지만, 공포증 환자는 두려운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서 인지적, 정서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은 상황이 과연 그렇게 끔찍한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면밀히 생각해 보지 않는 이유이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냉철히 생각해 보는 질문이 도움이 된다.

또 이들은 자신이 두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불안에 압도되어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한면 이들은 그런 두려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질문을 통하여 내담자의 평소 대처 능력으로도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극단적 생각의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용기도 필요하다. 일어나는 일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파국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대로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어난 일들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생각하는 대신에 그런 일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려해 봄으로써 극단적 생각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공포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동안 나타나는 두려움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짧은 거리를 운전해보는 것과 같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극단적 생각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부정적 감정에 반대되는 행동적 대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배워야 한다.

병원에서 주사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의 경우, 고통은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고 예전에 더 강렬한 고통도 견디어냈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동물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동물을 봤을 때 대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대신에, 동물에게 접근해서 효과적으로 동물을 다루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두려움이 아무리 강렬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견디어낼 수 있다. 극단적 생각의 오류를 수정하는 방법은 이 생각을 더 넓은 관점에서 보고, 자신이 대처할 수 없다고 자동적으로 가정해버리는 대신에 대처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다음의 질문이 도움이 된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은 최악의 경우는 무엇인가?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되는가?

환자들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면 그만큼 불안과 공포는 감소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일(최악의 경우)이 일어난다면 과연 그렇게 끔찍한가?” “내가 전혀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을 해 봄으로써 그런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해서 구체적인 방법을 열거해 본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그런 상황에 결코 무기력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전술한 고속도로를 운전하지 못하는 어느 과장의 예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극단적 생각을 반박하는 방법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첫째,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당황하는 것이 정말로 끔찍한 일인가?”, “만약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당황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두려워서 당황하게 되면 운전을 하는데 다소 지장은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정신을 잃거나 통제력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실제로 운전하다 너무 불안하고 두려워져서 운전을 잘 할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을까?”와 같은 질문을 해본다. 그 과장이 고속도로 운전 중 매우 불안해지거나 두려워지더라도 바로 정신을 잃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매우 불안하게 느끼더라도 여전히 그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은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차를 세운다든지 속도를 줄이는 등 그 상황에서 무언가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게 되면 통제력을 잃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정리: 인지치료의 효과

지금까지 우리는 특정공포증의 치료에서 인지치료의 원리를 고찰하였다. 인지치료는 생각을 바꾸는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사용되는 접근법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정도의 전개로도 충분히 이해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치료의 원리를 적용하여 적절한 사례를 다루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인지치료의 보편적인 특성 때문에 이를 개인적 연구차원으로 돌려 훈련하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