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누구와 만나고 무슨 책을 읽는지 말해달라

피고인한테 책을 선물하고, 독서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책을 읽는 3가지 이유를 털어놓았다. 문 부장판사는 16일 지신의 블로그(착한사람들을위한법이야기)에 "책을 읽는 이유 3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창원지법 부장판사로 있을 때인 2007년 2월 그는 방화미수로 구속된 30대한테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을 선물했다. 30대는 카드 빚 때문에 자살하려고 마음먹고 투숙하고 있던 숙박업소에 방화한 혐의로 구속되었던 것.

그 사람이 누구와 만나고 무슨 책을 읽는지 말해달라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독서 이유 3가지'를 설명해 놓았다. 사진은 블로그에 있는 문형배 부장판사의 캐리커쳐.
ⓒ 문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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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피고인한테 '자살'이란 말을 10번 되풀이 하도록 했고, 그 끝에 그는 "피고인이 말한 '자살'이 우리에게는 '살자'로 들린다"고 말했다.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20대 청년한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문형배 부장판사는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책을 선물했다. 또 환각물질 흡입으로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항소한 20대 청년한테도 그는 책 <마시멜로 이야기>를 선물했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진주 대아고, 서울대를 나와 창원지법 부장판사, 부산지법 제2행정부 부장판사를 거쳤으며, 지난해까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그는 블로그에 '독서일기'와 '생활법률' '시론, 사법개혁' '기행문' '생활단상'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번 글에서 "블로그가 입소문이 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책을 많이 읽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밝혀 놓았다.

그는 책을 많이 읽는 이유가 '무지를 극복하기 위하여', '무경험을 극복하기 위하여', '무소신을 극복하기 위하여'라고 설명해 놓았다.

'무지 극복'에 대해,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것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고전을 읽은 적이 없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 보니 문화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투리는 말을 안하는 것으로 감출 수 있었지만, 무지는 감출 방법이 없었다. 장발장이 레미제라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그 때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었다."

'무경험 극복'은 판사와 관련해 설명해 놓았다. 그는 "판사가 되고 보니 사건을 이해하기엔 내 경험이 너무 좁고 얕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며 "경험을 늘리려고 해보니 이 또한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장 법관윤리가 문제였다"고 설명해 놓았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두 가지다. 지금은 언론사 사장이 되신 어떤 분이 사법연수생이었던 나에게, 법조인이 되면 초등학교 동창생과 꾸준히 만나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떠올라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18년 정도 1년에 몇 회는 초등학교 동창생을 (때로는 부부동반으로) 꾸준히 만났으니 어느 정도는 실천한 셈이다. 두 번째가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르를 구분하지 말고 이것 저것 읽어보자고 하였던 결심이 여기까지 나를 데려왔다."

'무소신 극복'에 대해 설명한 그는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남녀 공학의 중학교 시절 소풍을 가서 노래를 불러라는 선생님의 권유에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를 까먹어 끝을 맺지 못할 정도로. 그 때 불렀던 노래가 남진의 '님과 함께'였다. 고등학교 때는 교복이 중고라서 반장을 하지 못했다. 대학교 가서는 사투리 때문에 남 앞에 나서지 못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무슨 결정을 하려면 무척 어려웠다. 결정을 하고 나면 곧 후회를 하게 되고."

그는 "소신을 갖추려면 앞서 간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그들의 생각과 내 생각을 서로 맞추어 보는 과정을 거치면 생각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포함해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이번 글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그 사람이 누구와 만나고 무슨 책을 읽는지 말해달라'. 그런 구절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며 "혼돈의 시기에 그나마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친구와 책 덕분이라 생각하니 이 글을 쓰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책 읽기를 권했다.

책을 읽는 이유야 몇 가지라도 말할 수 있지만,

요즈음 내게 가장 큰 이유는.

"책을 통해 뻗어나가는 무한히 많은 경험과 기회들"이라고 말해야겠다.

책을 읽은 것뿐인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고, 공부하고 싶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지고,

나를 사랑하고 싶어지고, 나를 아끼고 싶어지고, 괜찮은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지고,

꿈을 꾸고 싶어지고, 용기 내고 싶어지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어진다.

그 경험들은 차곡차곡 쌓여 점점 내가 원하는 '내'가 되어가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 주었다.

기시미 이치로의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읽혀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책이 있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책이 있어 행복한 인생.

물론 '책만 있으면'은 아니니까,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에 '책'도 있다는 말일 테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책을 읽는 사람들은 불행보다는 행복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고 만다.

'독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 혹시라도 책을 읽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을지 이 책에서 함께 생각해보기로 하자. p12'

책을 읽는 법을, 혹을 서평 쓰는 법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많다.

나 역시 그런 책을 많이 읽었다.

읽고, 쓰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내 만족도 만족이지만,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도 좋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 일이 고난도의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역량을 키워야 할 일도 아닌데,

나는 어쩌자고 읽는 법을 배우고,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그리도 조바심을 냈을까, 싶어져서

책 읽는 일에 심드렁 해질 때도 있었지만, 조금 지나면 읽는 않고 지나간 시간들이 또 공허해져서

또다시 책을 찾아 읽었다.

그 사이 나의 읽기는 행복했을까. 매번 공부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반복했다.

그러다 생각한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고, 잘하고 싶고,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가장 우선에 두고 살고 싶고, '나'를 잃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만 아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다른 이들의 불행을, 행복을 평가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의 삶을 공감하고 응원하는 일에 진심이고 싶다.

그런 일들이 '책'을 통해 가능하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겠다.

그래서 읽는다.

앞으로도 읽는 일만큼은 게을리하고 싶지 않다.

그것만이 지금 내가 아는 가장 진실에 가까운 '책'에 대한 마음이다.

'나는 왜 읽을까?'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이런 고민은 실은 필요 없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 고민에 빠져본 이들이 있다면,

'나도 이제 책 좀 읽고 살아야지 않을까' 생각한 이들이 있다면,

'어떻게 읽어야 하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하지?'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슬쩍 그 앞에 이 책을 내밀어 보겠다.

반대로 이미 책을 많이 읽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냥, '책을 읽을 이유'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하고 있던 대로 그냥 읽으라고, 읽자고 말해야겠다.

결국, 자기 자신만이 안다.

왜 책을 읽는지, 왜 책을 읽고 싶은지, 왜 읽어야 하는지, 읽지 않고는 못 견디는지.

# 책을 읽을 때에도 저자의 생각을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내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그때까지 갖고 있던 가치관과 사는 모습을 되돌아보고 음미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점은 삶의 방식 그 자체를 보여준다.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진다. 책을 읽기 전후로 삶의 방식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그렇다고 책을 읽으면 꼭 변해야 하는 것일까. - <어떻게 읽는지를 보면 삶의 방식이 보인다> 중에서, p23

#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정해진 목적이 있어서 책을 읽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하듯이 책을 읽는 것도 삶의 하나라고 봐야 한다. 어떤 목적이나 일 때문에, 기분 전환을 위해 읽는 것도 아니다. 삶과 동떨어지거나 정해진 목적만을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하다. 책을 읽는 목적은 단적으로 말하면 행복이다. 책을 읽을 때 행복하지 않다면 독서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 <행복해지기 위해 읽는다> 중에서, p26

# 책을 읽는 목적을 바꾸듯이 인생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그때까지와는 다른 목적을 세우고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은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생을 다시 살기로 했다면 누군가 비난한다고 해도 그런 비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자기 인생에 확신이 없는 사람은 반대 의견에 부딪히면, 그 반대 의견을 자기 인생을 살지 않는 변명거리로 삼는다. 그런데 내가 내 인생을 살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의 인생을 산단 말인가? 생물도 기계도 목적 지향적이다. 따라서 다른 생물이나 기계도 한번 목표를 정하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목표를 정한 후 뭔가 문제가 생겼음에도 목표를 바꾸지 않으면 단체로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레밍처럼 된다. - <재미없으면 그만 읽어도 된다> 중중에서, p51

#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아이가 영향을 받아서 저절로 책을 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만 읽는 생활에 질려서 또 멀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책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이 책 재미있었어"하고 추천할 수는 있겠으나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식은 피하는 편이 좋겠다. -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게 하려면> 중에서, p102

#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 책을 끝까지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읽다가 재미없으면 그만 읽을 용기도 필요하다. 재미가 없다고 해서 그 책이 좋지 않은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럴 때 책을 덮을 용기를 내지 않으면 시간을 헛되이 쓰게 된다. 다만 내용이 유익한지 아닌지를 판별하기란 어렵다. 고전을 읽을 때는 상당수의 책이 지금 자신이 마주한 문제와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이 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안이하게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오히려 현재의 문제의식에서 약간 어긋나야 보이는 것이 있을 때도 있다. - <마음대로 읽을 용기> 중에서, p146

# 평가와 가치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든 그 평가와 자신의 가치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책에 관해 말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주관적 평가일 뿐이니 그 평가와 책의 가치는 당연히 별개의 문제다. - <책을 고르는 힘을 기르려면> 중에서, p150

# 책을 쓰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긴 시간을 들여 쓴 책을 속독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면 고속철도나 비행기를 이용해도 되겠지만, 도중의 경치를 즐길 생각이라면 고속철도나 비행기는 너무 빠르다. 자전거만 해도 경치를 즐기기에는 좀 아쉬움이 있다. 걸어야 보이는 게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삶과 같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삶의 목적지가 죽음이라면 서둘러 죽어야 한다. 하지만 물론 그렇지 않다.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아도 된다. 도중에 쉬어도 되고, 여정을 그만두어도 된다. 어찌 되었든 과정을 즐기지 않으면 독서하는 의미가 없다. - <빨리 읽기의 함정> 중에서, p195

# 국내 신문뿐 아니라 해외 신문까지 훑다 보면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단신으로만 다뤄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세상의 움직임을 대국적으로 이해하려면 가급적 해외 신문도 봐야 한다. 지금은 신문뿐 아니라 미디어 자체가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해도 인터넷이 차단되지 않는 한 정부가 이를 숨길 수 없다. 전쟁 중일 때 영어를 아는 사람들은 단파방송으로 세계정세를 파악하고, 전쟁의 국면이 불리해 머지않아 패전하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글을 읽든 무작정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신문의 경우 많이 읽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약간의 정보로도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신문기사 비판적으로 읽기> 중에서, p204

#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일을 오래 해왔던 사람이라면 어떤 영역에서는 자신이 우수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당장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무언가를 배울 때뿐 아니라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이상적인 모습에서 점수를 하나하나씩 깎는 감점법이 아닌 현재를 0이라고 하고 점수를 하나하나 더하는 가산법으로 매길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한탄하지도 않고, 자신의 가치를 뭔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찾지도 않는다. 더욱이 이제 다른 사람과의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 새로운 단어를 하나라도 외울 수 있고, 몸을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헤엄칠 수 있게 되면 그것 자체가 기쁨이 된다. 그러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 <배움은 나의 불완전함을 알아가는 과정> 중에서, p257

# 쓰는 것과 읽는 것의 연관성을 말하자면, 글을 써서 발표할지 말지 와는 상관없이 글을 쓰면 책 읽는 자세가 달라진다. 읽을 때도 수동적으로 책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사상을 스스로 검증해보거나 저자의 사유에 자극을 받아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읽고 써서 온전히 이해하기> 중에서, 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