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데 왜 자꾸 피곤하게 만들어

피곤한데 왜 자꾸 피곤하게 만들어

“늘 피곤합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아요.”

이런 호소를 하며 외래를 찾아오는 환자가 늘고 있다.

또, 다른 증상을 가지고 찾아온 환자도 종종 상담 도중 만성적으로 피곤함을 호소한다. 어떤 경우는 종합검진을 하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간기능을 검사해 보고 싶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검사를 해 보면 대부분 정상소견을 보인다. 또는 약간의 경미한 이상소견을 보이기는 하지만 환자들이 호소하는 피곤함과는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관심들이 많은 간 기능도 마찬가지다. 만성적으로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종종 피곤한 증상을 느끼지만 역으로 피곤한 사람 중에 간기능이 안 좋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뇌종양 환자들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지만 반대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는 머리  속에 종양이 있는 사람이 1%도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렇게 피곤한데 검사결과는 다 좋다고 하니 무슨 연유일까? 

피곤한데 왜 자꾸 피곤하게 만들어

만성피로 환자들에서 대부분의 원인은 생활습관이다.

“회사일 때문에 이틀에 한 번씩은 회식을 합니다.” “담배를 하루에 한 갑씩 피웁니다. 술 마실 때는 두 갑도 넘고요.” “새벽에 물건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4시에는 일어나요. 잠은 11시쯤 자고요.” 이런 대화들은 피곤의 원인을 그대로 밝혀 주는 중요한 단서들이다. 담배는 옛날부터 피웠고 술도 벌써 20년째 마시는데 왜 지금 와서 피곤해지는가? 다른 병이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 몸이 그만큼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근근이 적응해 오던 몸이 이제는 그것을 증상으로 나타낼 만큼 약해졌다고도 볼 수 있고 지금까지의 나쁜 습관들이 누적되어 이제는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남자들은 보통 30대 초반까지, 여자들은 출산하기 전까지는 최상의 건강을 누리기 때문에 잦은 음주, 흡연, 불규칙한 수면 등 나쁜 습관들이 있어도 별 피곤함 없이 지내올 수 있었으나 이제는 술 마신 다음 날 깨기가 어렵고 휴일엔 아무리 늦잠을 자도 피곤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피곤한데 왜 자꾸 피곤하게 만들어

여기에 또 한 가지 피로의 중요한 원인으로 스트레스가 있다.

육체적인 업무의 강도가 낮더라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걱정거리가 있고 늘 긴장하고 있으면 심한 피로를 느끼게 되고 이런 스트레스가 육체적인 과로나 나쁜 습관들과 어우러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피로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피로의 양상이 잠을 많이 자도 지속되며, 아침에 더 피곤하고 수면장애나 불안 등의 심리적 상태가 같이 있으며 체중감소나 발열 등의 신체증상이 없는 경우, 또 의사의 간단한 진찰이나 검사에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는 앞에서 언급한 잘못된 습관과 스트레스에 기인한 피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경우의 치료는 실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자신의 습관 중에 해당 사항을 바꾸는 것이다. 금연을 실행하고 (도저히 불가능하면 줄이기라도 한다. ) 일주일에 회식은 1회 정도로 제한하고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도록 노력한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미래의 건강에 대한 준비책으로 매일 어렵더라도 약간씩의 운동을 하도록 한다. 아파트를 한 바퀴 뛰는 것도 좋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윗몸일으키기를 해도 좋다. 시간없어서 못 한다고만 하지 말고 현실에서 가능한 운동을 골라서 시행해 본다.

직장에서 받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 이미 정해진 근무 시간 등 본인이 바꿀 수 없는 것이야 할 수 없지만 본인이 노력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 만큼은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노력은 하지 않고 피로하다고 검사만 백날 받아봐야 계속 피곤할 뿐이다.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75)

Q “원장님, 봄이 와서 그런지 춘곤증일까요? 너무 피곤하네요.”

어느 날 상담차 내원한 환자가 건넨 말이다. 봄이 오면 나른한 느낌이 오는 경우가 많아 춘곤증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테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진맥을 하고 나니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다.

-혹시 체온이 떨어지면서 식은땀도 많이 나지 않으세요?
“어? 그러게요. 몸은 추운데 잘 때 식은땀이 나서 이건 또 어디를 가야 하나 하고 고민했는데요.”
-최근에 체중이 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네 요즘 이상하게 살이 더 찌는 것 같아요. 한 달에 3kg나 불었어요.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것도 역시 피곤해서 생긴 면역문제라 생각해서 한의원에 왔습니다.”
-모발도 푸석해지고 잘 빠지죠?
“제가 고민하는 걸 다 말씀하시네요.”
-면역력의 문제는 맞겠지만, 진맥과 함께 몇 가지 더 체크해 보니 단순피로라기보다는 아마도 면역질환 중에서 갑상샘항진증(갑상선항진증)을 의심해 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혈액검사부터 진행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며칠 뒤 환자는 혈액검사 결과 이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한약치료와 약침 치료를 했고, 이후로 굉장히 많이 회복돼 일상생활에서 피로감도 덜 느끼고 살도 많이 빠져서 생활하고 있다.

피곤한데 왜 자꾸 피곤하게 만들어

갑상샘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대사작용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사항진 혹은 저하로 인해 피로감을 심하게 느끼게 된다. [사진 Pixabay]

봄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피로감은 느낄 수 있는데 피로라는 것이 거의 모든 질환에 동반되는 현상이다 보니 ‘이러다 말겠지’, ‘이 정도 피로야 누구든지 느끼는 거 아닐까’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가 많다. 그러다 피로감이 극심해져서 만성피로에 이르면 부랴부랴 검사를 받게 된다. 여러 질환으로 피로감을 느끼지만, 그중에서도 갑상샘(갑상선)은 유독 피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질환이다. 갑상샘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대사작용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사항진 혹은 저하로 인해 피로감을 심하게 느끼게 된다.

갑상샘의 질환은 염증이나 결절, 물혹이나 암 같은 조직상의 문제도 있지만, 호르몬 기능의 저하나 항진에 의한 기능 이상증도 있다. 갑상샘항진증 또는 갑상샘저하증으로 불리는데, 이런 기능 이상증으로 인해 생활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갑상샘 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이상이 생긴 경우 영양소인 요오드·타이로신과 연관이 있다. 610년에 쓰인 한의학 서적 중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이라는 책에 “깊은 산속에 오래 사는 경우에 목이 붓는 증상이 발생한다”는 기록이 있다. 산속에 살다 보면 요오드가 함유된 미역·다시마 같은 식품을 거의 못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갑상샘기능이상증이 생길 수 있다고 기록해 놓았다. 갑상샘호르몬 분비가 많아져서 생기는 증상을 갑상샘항진증, 갑상샘호르몬 분비가 적어져서 생기는 증상을 갑상샘저하증으로 부른다.

둘 다 면역 이상으로 생긴 질환으로 닮은 듯 조금 다른 둘을 각각 분리해서 알아보자. 갑상샘항진증은 그래가브스 병이라고 부르는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것이 상당히 많고, 그 외에 바이러스나 임신, 갑상샘종에 의한 경우에 생긴다. 나타나는 증상은 피로감·체중감소·손발 떨림·다한증·신경질·불면 증상·생리불순·목이나 안구 돌출(그레이브 병일 경우) 등이다.

한의학에서는 담음(노폐물), 경계(놀람), 정충(심장 두근거림), 황열(스트레스성 상열감), 소갈(점막 이상으로 생긴 갈증, 주로 당뇨에서 많이 생김), 돌기 정도(눈이 튀어나옴), 영유(목이 부어 튀어나옴), 양명병(열에 의한 질환) 등을 기준으로 치료에 임한다. 체내의 열을 조절하고, 면역조절을 하며, 불필요한 열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거하고 스트레스를 다스린다. 열을 조절하기 위해 수승화강과 청열법을 기본으로 처방을 구성한다.

면역 조절은 한의학 치료의 핵심이다. 보기, 보혈, 보신 작용을 하는 약초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의학 치료의 특징 중 하나가 스트레스를 고려한다는 점인데, 이기해울(理氣解鬱) 하는 약초를 함께 하면 몸에 쌓인 울화와 화병을 풀어 자율신경까지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체중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고열량식이나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하고, 뿌리채소를 많이 권한다. 평소에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며, 술은 금물이다.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해야 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도리어 해롭기 때문에, 요가 같이 무리는 덜 되지만 근육도 단련되고 호흡도 병행할 수 있는 운동을 권한다. 예전에는 해조류 같은 요오드가 들어간 음식을 금할 때도 있었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반찬으로 먹는 정도의 적당량은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양의학의 방사선치료를 받게 된다면 조절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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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해야 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도리어 해롭기 때문에, 요가 같이 무리는 덜 되지만 근육도 단련되고 호흡도 병행할 수 있는 운동을 권한다. [사진 Pixabay]

갑상샘저하증은 하시모토병이라는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것이 많고, 갑상샘 절제 수술을 하면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 후유증이 생기기도 하며, 뇌하수체 이상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증상이 갑상샘기능저하증과 거의 비슷하지만, 대사저하로 생기는 증상으로 구분이 된다. 주요 증상은 1) 피로를 쉽게 느낀다. 2) 몸이 붓고 먹는 것에 비해서 체중이 더 증가한다. 3) 추위를 잘 탄다. 4) 땀이 잘 나지는 않지만, 식은땀이 생긴다. 5) 의욕저하 6) 집중력·기억력 감퇴 7) 피부와 모발이 건조하고 예민해진다. 8) 변비 증상 9) 목이 잘 쉰다. 10) 여성은 생리량이 늘거나 줄어드는 등 변화가 생긴다.

한의학에서 갑상샘저하증은 양기 부족 증상을 기본으로 하여 결양증(양기가 제대로 퍼지지 못하는 증상), 기울증(스트레스성 화병), 태음 및 소음증(음적인 기운에 문제가 생긴 현상), 담음(노폐물 대사 저하) 등을 참고해 치료한다. 양기를 올려주고, 면역조절을 하며, 비위 기능과 간신 기능을 좋게 하고, 기울증을 없애주면 치료가 된다. 양기가 생겨야 몸의 순환이 잘 되고 체온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비위 기능과 간신 기능이 함께 좋아져야 체온과 수분 대사가 해결되고 부기가 빠지고 체중도 조절될 수 있다.

갑상샘저하증이라는 것을 모르고 무리하게 체중을 조절하다가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갑상샘저하증일 때는 면역에 중점을 두고 수분 대사와 체온조절을 함께 진행해 주어야 다이어트의 목적까지 건강하게 이룰 수 있다. 항진증과 마찬가지로 저하증인 경우에도 스트레스로 인해 기가 울체된다. 울체된 기를 풀어주어서 자율신경을 잘 조절하게 만들어야 컨디션이 회복될 수 있다.

다양한 채소를 골고루 먹어줘야 한다. 채식은 비위 기능도 좋게 하고 열량을 조절하며,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운동해서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피로감이 심할 정도는 삼가지만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모든 운동이 다 좋다. 보통 근육운동이라고 하면 헬스장에서 인상 쓰는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그 운동도 좋지만, 요가도 아주 질이 좋은 근육을 만들 수 있으며, 유산소 운동이라는 조깅, 등산, 수영도 참 좋은 근육을 만든다. 모든 운동, 스포츠가 근육을 기를 수 있으니 취미로 운동하면 근육에도 좋고, 기분전환에도 좋아서 일거양득 이상이다. 요오드가 풍부한 음식으로 김,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와 굴, 꽃게, 새우 같은 해산물을 비롯한 치즈, 호밀빵, 생선, 달걀, 천일염 등을 챙겨 먹기를 권한다.

갑상샘기능이상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갑상샘저하증을 일으키는 하시모토갑상샘염 같은 경우 우리나라 사람의 10명 중 1명꼴로 생길 정도다. 평소에 대사기능이 원활하도록 식습관과 근육운동을 잘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피해 미리 예방하는 것을 권한다.

하랑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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