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자이재웅1. 이 노인은 곡물 창고를 정리하러 현관문을 나섰다. 곡물 창고는 본채 건물의 뒤란 쪽에 위치해 있었다. 뒤란은 풀이 무성히 자라 큰 돌과 웅덩이를 가리고 있었고, 그래서 이 노인은 뒤란 쪽에 백열 전등을 하나 달아 두었지만 그것은 고장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 노인은 발로 풀 밑을 더듬으며 나아가야 했다. 2. 이 노인은 엽총을 챙기고 현관문으로
나아가 실내를 한 번 둘러보았다. 현관문의 전등 외에는 모든 불빛들이 소등되어 있었다. 그는 마치 긴 여행이라도 떠나는 사람처럼 집안에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설거지도 마쳤고, 서재의 책들과 침실 옷장의 옷들도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모든 것이 평상시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가 지금 침대에 있지 않고 엽총을 든 채 현관문 앞에 서 있다는 것 뿐이었다. 그는 현관의 전등을 끄고 밖으로 나섰다. 3. 트럭은 얼마 후 S시 변두리에 진입했다. 그 곳은 도시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었다. 들판 곳곳에 신축공사 중인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개발지임을 알리는 푯말이 박혀 있는가 하면 모래더미와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하스는 트럭을 시공 중인 건물 공터에 세웠다. 엔진이 꺼지자, 밤의 침묵이 갑작스레 찾아들었다. 멀리서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려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