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예인 보기 힘들었다는 공포영화

어느 연예인 보기 힘들었다는 공포영화

이 남자, 역시 유쾌하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2층 카페 안을 쩌렁쩌렁하게 했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인터뷰에 지칠 법도 한데, “사람 만나 얘기하는 건 여전히 즐겁다. 이것 또한 세상 사는 재미 아니겠냐”며 환하게 웃는다.

아닌게 아니라, 김승우 하면 ‘연예계 마당발’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 남자, “‘김승우 의외로 인맥 좁아’라고 제목을 뽑아달라”며 너스레다.

영화 ‘포화속으로’ 촬영장에서도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풍기며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달 16일 개봉되는 ‘포화속으로’는 113억 거대 예산을 투입한 작품으로, 1950년 실존했던 포항전투에서 발견된 고(故) 이우근 학도병의 편지를 모티브로 했다.

김승우는 이 영화에서 71명 학도병을 이끄는 아버지 같은 존재 ‘강석대’ 대위 역을 맡았다. ‘폭풍간지’라는 애칭을 얻었던 전작 ‘아이리스’에 이어 이번에도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멋진 역할이다.

어느 연예인 보기 힘들었다는 공포영화

“사실 ‘아이리스’ 촬영할 때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다들 뒹굴고 넘어지면서 고생하는데 혼자 정장 쫙 빼 입고 호주머니에 손 넣고 연기했다. 하지만 지금도 ‘장군의 아들’ 첫 촬영 나갈 때의 설레임과 그날의 고민을 갖고 있다. 예전엔 지금처럼 이 정도로 고마워한 적은 없다. 요즘엔 소중한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촬영장에서 권상우, 차승원 등 몸짱 배우들이 경쟁적으로 운동을 했다고 하더라.

▶ 난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 성격이다.(웃음) 김승우가 이두근 삼두근 나온다고 해서 더 멋져보이지 않을 것 같다. ‘태풍’이란 영화는 장동건이어서 멋있었다. 로버드 레드포드와 로버트 드니로는 누가 봐도 좋은 배우다. 하지만 그들이 생긴 것은 극과 극이다. 생긴 것이 주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식스팩은 어울리는 배우들만 만들었으면 좋겠다.(웃음) 터프한 스케줄을 대비해 적당한 체력이나 몸관리는 해야겠지만, (내 경우엔) 배우니까 그래도 벗었을 때 징그럽지 않을 정도는 된다.

-전쟁영화라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듯 하다.

▶ (다른 영화보다) 힘들었다. 그런데 힘들다는 얘기 속 편하게 못하겠더라. 권상우나 탑 등 다른 배우들 보면서 조용히(!) 있었다. 그 친구들이 다치고 구르고 폭탄 맞아가면서 고생 많았다.

-오랜 지방촬영인데다, 몸을 쓰는 역할이다 보니 체력관리도 필요했겠다.

▶ 하하! 가급적 탄산음료는 먹지 않고, 비타민 챙겨먹으면서, 홍삼이나 씹어먹는 정도? 이제는 힘조절 하는 방법 정도는 터득하고 있다. 이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몸에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터득한다. 일반인들은 이틀 밤을 세면 혼이 나가는데, 우리는 안 그렇다. 거뜬하다.

-‘아이리스’ 이후 연기자로서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 뭘 해도 폼 나고 멋있어 보이는.

▶ 한마디로 운이 좋다. 고마운 작품이다. 사실 그 드라마 촬영할 때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다들 뒹굴고 넘어지면서 고생하는데 혼자 정장 쫙 빼 입고 호주머니에 손 넣고 연기했다. 하지만 지금도 ‘장군의 아들’ 첫 촬영 나갈 때의 설레임과 그날의 고민을 갖고 있다. 예전엔 지금처럼 이 정도로 고마워한 적이 없다. 요즘엔 소중한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제작보고회 당시 1000만을 예상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사실, 이 정도 스케일의 전쟁영화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

▶ 많이 봐주실 거라 생각한다. 수치상으론 계산이 잘 안 된다. 전적으로 (영화는) 관객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의 열정과 고생한 시간들이 화면에 녹아있다. 그 이상으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흥행문제나 영화가 어떻게 보여지느냐는 배우의 몫을 떠난 것 같다.

-출연배우로서 이 영화에 대한 매력을 소개한다면?

▶ 숙소에서 공포를 느낀 적도 있다. 촬영장에서 터지는 폭발음이 어느 순간부터 두려웠다. 영화 촬영장이 그 정도인데, 실제로는 어땠을까 싶다. 그런 극한의 공포를 이겨내고 이 나라를 지켜주신 것에 대해 새삼 고맙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잠시나마 (그런 고마움을) 잊고 산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예전엔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나만 지면 됐지만, 이제는 상처받는 한 사람이 더 생겼다. 이 직업을 하게 되면서 얻은 것이 너무 많다. 감히 나같은 존재에게 박수를 쳐 주고. 삶의 질의 향상시켜주고… 그 친구 덕분에 가장 많이 드는 얘기는 ‘형 결혼하더니 많이 편해 보여요’ ‘여유 있어 보여요’ ‘표정이 밝아 보여요’ 같은 얘기다. 그건 전적으로 그 친구 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연예인 보기 힘들었다는 공포영화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부부로 산다는 것, 어떤 일인가. ▶ 예전엔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나만 지면 됐지만, 이제는 상처받는 한 사람이 더 생겼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외롭고 고독하다. 배부른 소리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 직업을 하게 되면서 얻은 것이 너무 많다. 감히 나같은 존재에게 박수를 쳐 주고. 삶의 질의 향상시켜주고…(웃음) 너무 고맙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사생활이나 일반적으로 누려야 하는 부분은 포기하는 게 많이 생겼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답이 서지만, 초반엔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었다.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다 받아들여야 하고, 포기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제는 업보다.

-김남주씨는 아직도 김승우씨를 보면 떨린다고 하더라

▶ 그런 것들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나한테 ‘너, 더 긴장해라’는 우회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 나 역시 너무 고맙다는 얘기를 항상 해 주고 있다. 그 친구 덕분에 ‘형 결혼하더니 많이 편해 보여요’ ‘여유 있어 보여요’ ‘표정이 밝아 보여요’ 같은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건 전적으로 그 친구 덕이라고 생각한다.

- 언젠가부터 김승우 하면 마당발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게… 김승우 의외로 인맥 좁아를 제목으로 해달라. 한 사람을 깊게 진하게 사귄다. 보기보다 서로 마음을 터놓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학교를 91년도에 졸업했고, 이 일을 10년 넘게 했지만 100명도 안된다. 남들은 핸드폰 3개 있는 거 아니냐고들 한다.

- ‘승승장구’가 잘 되고 있다. 애착이 남다를 것 같다.

▶ MC 제의가 왔을 때 마흔 정도가 되면 해야지 했다. 그 타이밍에 들어온 게 ‘승승장구’였다. 도전이고 모험이었지만 물리적인 나이를 잊게 된다. 그런데 박수까지 쳐주면서 돈까지 주니 황송하다. 지금은 (프로그램이) 진화하는 과정이다. 제작진에게도 게스트 섭외에서 자유롭고 싶다고 했다. 내 필모그래피에 들어가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게스트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서 미리 공부하고 대본에도 참여한다. 클로징 멘트에 마지막 평가는 직접 적어서 한다. 재미보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 처음엔 조바심을 가졌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든든한 제작진이 있어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심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싶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쪽 타율이 썩 좋지 않다. ‘이거 개봉되면 난리난다’ 했던 작품이 철저히 외면 받았던 경우도 있고, 긴가민가 했던 작품들이 흥행한 것도 있다.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됐고, 그래서 ‘이게 나의 한계인가’ 했던 적도 있다.” -사실,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잘되는 면이 없지 않다. 영화는 흥행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 그게 너무 안타깝다. 마음의 고향은 항상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쪽 타율이 썩 좋지 않다. 이거 개봉되면 난리난다 했던 작품이 철저히 외면 받았던 경우도 있고, 긴가민가 했던 작품들이 흥행한 것도 있다.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됐고, 그래서 ‘이게 나의 한계인가’ 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관객과는 소통이 덜 되더라도, 배우로서 연기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작품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운이 좋아. 태어나서 홍상수 감독 영화라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본 게 전부였는데, 어떻게 그런 행운이 나에게 왔는지.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승우는 매치가 안된다.

▶ 다 그랬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도 아무리 생각해도 홍상수와 너는 안 어울리는데 했다. 어찌됐건 평단과 관객들에게도 좋은 소리 들으니 ‘난 운 좋은 놈이다’ 했다.

-‘드림걸즈’를 통해 뮤지컬에도 도전했다.

▶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마흔이 되면서 물리적으로 나이 들고 있구나를 느낀다. 그런 타이밍에 도전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 영화만 20년 하다가 큰 스케일의 뮤지컬이 들어왔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품이었지만, 약속한대로 뮤지컬에 섰고 끝을 낸 것만으로도 내 도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 연예인 야구모임 ‘플레이보이즈’ 구단주다. ‘천하무적 야구단’ 제의도 거절했다 들었다.

▶ 이 일로 얻는 스트레스도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취미로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싶었다. 아무런 통제 없이. 굳이 섭외를 하러 다니지 않아도, 지들이 오고 싶어 안달난다.(웃음) 가급적 우리 일을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야구를 좋아하고 잘 하기까지 했으면 좋겠다. 야구장엔 스타가 없다. 인기 많은 현빈이 운동장 고른다. 언제 현빈이 청소하겠나.(웃음)

-설경구, 송강호 같은 배우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 박수 쳐주고 싶다. 이제는 각양각색 배우들이 사랑받는 시대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서로 다른 캐릭터의 배우들이라 생각한다. 질투심은 안 든다.

-칸영화제가 연일 화제였다. 세계적인 영화제는 배우로서 욕심이 날 법도 하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너무 좋겠다. 칸, 베를린의 레드카펫을 밟는다면 영광스런 순간이겠다. 언젠가는 오겠죠?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졌으니, 그런 날이 오지 않겠나.

-그날도 연말 시상식 때 입었던 산타클로스 자켓을 입고 갈 건가.

▶ 하하하! 아니다. 정석으로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 하고 갈 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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