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왜 말 할 때도 찡그리는 거

이 책은 소통의 기술이라는 것 때문에 관심이 갔던 책이다.

왜냐면, 요즘 프리랜서로 전향을 하면서 사람 관계에 고민도 많아지고, 어떻게 대화를 더 잘 이끌어나갈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잘 거절할지 많은 고민이 들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제일 먼저 '나'를 신뢰하라고 한다.

인간의 행불행은 상황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불행이 찾아오면 처음에는 나의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만 집중되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다 점차 시간이 흘러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지진, 화산 폭발, 테러, 전쟁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만은 재해가 눈에 들어온다. 타인의 불행을 통해서 불행은 누구나에게 찾아올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불행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p.31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대범히 넘어갈 수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라도 침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존감이 낮아진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 좋아하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 활기 있게 살아가는 까닭은 자존감이 높기 때문이다.

p.43~44

요즘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뭘 해도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든다. '난 안될 거야.'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내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전, 한번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게 자존감이 높아져서 그런 것일까??

완벽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자존감은 낮아진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잘한 점이 있다면 스스로를 칭찬하고, 잘못한 점이 있다면 차후에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기억해두면 된다.

p.59

세상일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앎에도 난 계속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달렸고, 그로 인해 내 몸과 마음은 망가져버렸다. 돌아보면 그 과정에서 이것도 못하냐, 진짜 모르겠다...라는 생각들이 겹쳐 내 능력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그랬던 것 같다.

밤에는 도대체 뭘 하는지 말끝마다 '피곤해'를 달고 사는가 하면, 업무 관련해서 온갖 죽는소리를 다 하고, 돈이 없다고 1년 365일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은 지긋지긋한데 정작 당사자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p.97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이런 사람이 많다.

내가 편해서 그런가?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그런가?라고 생각하기엔 대화의 시작이나 대화의 주제가 피곤해, 힘들어 인 사람들이 많다.

잘 들어준다 해서 계속 그 사람에게 그런 얘길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생각보다 지친다. 그리고 같이 기운이 빠져버리고 기분이 나빠진다.

나도 그걸 깨닫고 나서는 남들에게 힘들다는 얘기를 잘 안 하게 되었다. 차라리 힘든 건 빨리 잊어버리고, 피곤하다면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대화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대화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에 인생철학이든 삶의 지혜이든 학문 지식이든 간에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는 자주 대화를 나누려 한다.

p.149

이 말엔 적극 공감.

나도 대화를 할 때 영양가 없는 대화를 자주 하는 사람보단 나와 지식을 공유하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본인의 자랑, 과거 얘기들만 하는 사람들과는 한두 번은 얘기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가 항상 그런 패턴이면 내가 왜 이런 얘길 듣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자다."

소통하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상대방의 시간도 내 시간처럼 아껴서 써야 한다.

p.154

소통하는 대화란 상대방이 기가 꺾였을 때 질책하고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다독여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특히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할 친구라면 더더욱 용기를 심어주어야 한다.

p.199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에는 미소에 있다. 일이 뜻대로 안 풀릴수록,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을수록 거울 앞에 서서 입꼬리를 올리며 자연스럽게 웃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중략)

자주 웃어야 세상이 내 편이 되고, 인생 또한 아름다워진다.

p.248

웃는 얼굴엔 침을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대화할 때 항상 웃으며 얘기하고, 어색할 때 웃음 짓는 대화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사람들에게 우린 자연스럽게 호감이 가게 된다. 나도 무표정으로 얘기하는 사람보단 웃는 얼굴로 얘기하는 사람이 좋듯이, 나도 그렇게 해야지.

이 책은 기본적인 대화의 기술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소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잘 쓰여있어 사회생활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내용 하나하나가 공감 가거나 이해되는 내용이라 나도 다시 한번 대화의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는 사람과의 소통으로 문제가 생기는 일을 좀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으하하. 신난다. 드디어. 만났다. 대기만 꼬박 석 달. 대선후보도 이러진 않는다. 하나 군말 않았다. 왜. 의문, 해명, 필요, 당위. 인터뷰 목적, 대개 그 정도다. 때론 누구와도 인터뷰 않는다는 게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유일한 까닭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다. 사심이었다. 그렇다. 사심. 다시 한 번 으하하.

실은 이번 건, 엄밀히 말해 인터뷰도 아니다. 정말 궁금해 듣고픈 게 있었던 게 아니었으니까. 이제 갓 스물의 삶에 정색하고 공공에게 고지하고 유포해 마땅한 정도의 사연 따위, 있다 생각지 않는다. 그게 누구든. 그럼 왜 만나느냐. 두 가지다. 먼저 정리하려고. 지금, 여기까지의 장재인을, 하나의 기승전결 스토리로. 다음, 듣고픈 말이 아니라 하고픈 말 있어서. 이건 마지막에 짚자. 왜 꼭 그래야 하느냐. 내 맘이다. 어쩌겠나. 당신이 참든가. 아님 말든가. 어쨌거나 나는 간다. 빠라빠빠-

인사 후 곧장 이동, 엠넷 회의실 하나 차지하고 모두 몰아냈다. 둘만 남자 장재인 첫마디. “진짜 하고 싶었어요, 이 인터뷰. 그거 읽었어요. 박기영 선배님 인터뷰.” 내가 누군지 모르지? “김어준 총수님.” 이름만 알지? “네.”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야, 내가.(폭소) 근데 장재인의 인기비결, 스스로는 뭐라 보나. “작사, 작곡? 자기 색깔이 있다는 거?” 그럼 아저씨 팬들은. “제가 옛날 감성 가지고 있어서?” 거기 근본적인 거 하나 더. 여자로, 매력 있어서. 물론 전형적인 미인 아니다.(폭소) 미간도 좀 멀고.(웃음) 믹 재거, 못생겼어. 근데 섹시해. 어글리 섹시라 하지. 장재인 찡그리는 거, 어느 순간 어글리 섹시해.(웃음) 아저씨들, 음색과 실력과 사연 덕에 대견했다가 어느 순간 묘하게 설레는 거지. 모든 팬심은 결국 사심이거든. 게다가 그 음악성이면 떳떳하거든. 아이돌과 다르게. 이런 거 처음 들어봤지. “네.” 내가 이걸 왜 혼자 떠들고 있게. “몰라요.”(웃음) 대중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보는지, 대중과 계속 만나겠다면, 그거 읽는 능력 필요하다. 근데 여자로 매력, 그런 건 알려주지 않을 거거든. 주변 사람들이. 너한테 그런 거 느끼면 안 되는 줄 알고. 바보 같은 생각이지.(웃음) 자, 가자.

장재인

연애해봤나. “한 번. 대학 와서. 3개월간.” 싸워서 끝났나. “전 화내고 그런 건 못해요. 그냥 안 맞으니까. 잘 모르고 사귄 거니까.” 모르니까 사귀는 거다.(웃음) 그럼 어떤 남자가 좋나. “생긴 건 정말 필요 없어요. 배려심이 중요해요. 폴 매카트니같이.” 폴 매카트니가 너한테 배려한 건 없잖아.(웃음) “가정 중시하고. 다정하고 저를 보살펴 줄 거 같은. 아버지 같은 사람을 찾는 거 같아요.” 아버지가 그런 분이신가. “아니요. 그런데 이 말 듣고 아버지 속상해하시면 어쩌죠?” 할 수 없다.(웃음) “하지만 지금은 바뀌셨어요, 엄청. 그리고 저희 집이 전체적으로 오빠한테 신경을 써야 했던.” 오빠가 공부 잘했구나. “네.” 그래서인가. “아니요. 저도 공부는 자신 있었어요.” 등수는. “중1 첫 시험에 전교 15등, 그다음 24등, 그다음 전교 1등.” 뻔뻔하구나. 자기 자랑이.(폭소) “오빠가 몸이 약했어요.” 내 동생도 몸이 약했기 때문에 그런 환경 안다. 그럼 남겨진 아이는 혼자 큰다. “맞아요, 어머니도 늘 이야기하세요. 전 모든 걸 혼자 했대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학교 알림장을 다른 애들은 엄마가 챙겨준대요. 정말 놀랐었어요. 전 늘 혼자 했거든요.” 내가 결혼한다니까 우리 모친 첫마디가, 보통은 누구냐거든, ‘언제?’였다.(웃음) 누구랑은 내가 알아서 할 문제란 거지. 혼자 큰다는 건 그런 거지. 그럼 혼자 책 많이 읽었겠다. “맞아요. 거의 책만 읽었어요. 무작위로.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어울리기 좀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방송에 언급된 사건(편집자주: 왕따) 있었구나. “네, 그런데 처음엔 심각하게 안 받아들이셨나 봐요. 부모님이.” 담담한 집안이구나.(웃음) 장재인 마음대로 장재인 될 수 있었던 건 결과적으로 그 담담 덕이지. 그럼 그 빈자리를 음악이 차지한 건 언제부터인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음악 듣고 혼자 울고. 외국 곡들 가사 해석하고. 그땐 위로받을 수 있는 한국가요가 없었어요. 전 그런 게 필요했거든요. 연애 이야기가 아닌 가사. 그러다 중3 때, ‘루징 마이 웨이’, 길을 잃었다. 첫 작곡. 속에서 나오는 말들을 무조건 다 썼어요. 나는 대화가 안 되는 애니까. 대화하는 게 힘드니까. 노래로 표현하고 노래로 말을 하자.” 작곡은 어떻게 하나. “그냥 멍하니 생활하다 어느 순간 머리에 계속 맴도는 멜로디가 있어요. 흥얼거리게 되고. 그걸 한 달 동안 달고 있다가 곡이 돼요.”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는 거구나. “정말 그래요. 그냥 나와요.” 작곡 배울 생각은 안 했나. “작곡을 배우면요, 작곡 배운 사람들의 느낌이 나더라고요. 전 그냥 자유롭게 쓰는 게 좋아요.” 혹시 신데렐라, 그거 나중에 보니 고칠 데 있던가. “손댈 곳 없어요. 왜냐면 그 순간에만 만들어질 수 있던 거예요. 그게 완벽하고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좀 빈틈이 있고 뭔가 부족하더라도 그 상태로 충분해요.” 그렇지. 그 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니까. 고유하지. “맞아요.” 똑똑한 놈.(웃음)

근데 꼭 자퇴까지 해야 했나. “음악이 유일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음악이 너무 좋고 내 음악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학교는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잖아요. 기타 칠 시간도 없잖아요.” 자퇴 후엔 뭘 했나. “아무도 안 만나고 독서실에만 있었어요. 적막하고 사람도 없는데 종일 있다 보니까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나중에는 말을 하는 게 힘든, 그런 게 있었어요. 휴게실에서 공원 정경이 보였거든요. 거기서 만날 멍하니 앉아서 글 쓰고 노래 듣고 작곡하고 책 읽고.” 요즘 무슨 책 읽나. “릴케의 시, 사르트르의 ‘구토’.” 릴케, 못생겼다.(웃음) 평생연인 루 살로메는 엄마처럼 생겼어.(웃음) 릴케와 그 여자 얼굴 보고 다시 그 시 읽어봐. 좀 웃기다.(웃음) “전 그런 어휘가 너무 좋았어요. 꽃이 깜짝 놀라며 빨강 하고 외쳤습니다.”(웃음) 혹시 그 시절 자신에게 문제가 있단 생각은 안 했나. “문제 있다 생각 안 했어요. 저는 그냥 늘 혼자 자랐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든 거잖아요.”

장재인

맞다. 예술가는 혼자 감수성으로 혼자 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미 완성된 천재들을 만나지. 어느 분야든. 충격적이지. “저도 있었어요. 충격 엄청났어요.” 누구. “비틀스. 후추상사 음반(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얼마나. “미치는 줄 알았어요. 이런 스토리가 있는 앨범이 60년대에 나왔다는 게. 고1 때 매일 밤 그 앨범 들으며 잤어요. 비틀스가 가상의 밴드로 노래한 건데, 12번 트랙 끝나고 13번 트랙 나오는데 정말 소름 끼쳤어요. 꿈과 현실이 반복되어 나오고 그렇게 오갈 때 몽환적인 스트링 소리 나오는데, 정말 꿈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꿈으로 빠져드는 느낌. 그리고 방관주의에 대한 가사. 내가 표현하고 싶고 고민하던 것들이 이미 40년 전에 다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고 정말 충격받았어요. 잠시지만 음악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도 했어요. 이미 모든 것들은 이루어져 있는데. 물론 지금의 것을 표현하자고 생각을 다잡았지만. 모든 곡들이 다 훌륭해요. 그 앨범이 내 인생 최고의 앨범이에요.”

그리고 또. “2008년 처음 듣게 된 피오나 애플. 그 시절의 제겐 피오나 애플의 음악이 정말 필요했어요. 그때 피오나의 음악이 없었다면 전 어딘가에서 조금 더 정체되어 있었을 거예요. 겪어온 환경이나 성향이 비슷해서 그런지 피오나 애플의 음악은 정말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느낌이었어요. 제겐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데, 피오나는 분노를 토해내지 않고 차분히 억누르듯 표현해내요. 그게 정말 새로웠고 와닿았어요. 그리고 앨범 제목, ‘tidal’, 조류. 밀물과 썰물. 수록곡들 하나하나 해석해 갈 때마다 모든 곡들이 제목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았어요. 제목이 모든 곡을 아우르고 있는 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 외 앨라니스 모리셋, 주얼 이렇게 세 사람은 달고 살았어요.”

근데 혼자 큰 자들, 치명적 약점이 있다. 직접 겪은 것들의 깊이는 남다른데, 겪지 않은 게 너무 많다. 겪지 않은 건 자기 것이 안 되는데. 그래서 연애하란 거다.(웃음) 여행도 좋고. 그리고 그런 천재들, 충분히 겪잖아. 그럼 다시 혼자가 된다. 왜. 그들도 결국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하단 걸 깨닫거든. “이제 정말 조금씩 그렇게 되어 가는 거 같아요.” 틈만 나면 잘난 척이군.(폭소) “예전엔 어떤 노래든 그 노래와 가사를 정말 많이 듣고 읽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요. 제 식대로 부르려고 해요.”

그럼 이번 슈퍼스타 통해 겪고 배운 건. 사람들과 교감하는 법인가. “네. 우리는 우리 11명에게만 의지할 수 있고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는 대화가 있었어요. 전 학창시절에도 깊은 대화 나눌 친구가 없었어요. 태어나 그런 걸 처음 하게 된 거죠.” 그런 이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 마지막에 운 것인가. “아니요. 1주일 있다 다시 볼 건데요. 그게 아니라 제가 밖에서는 그런 유대감을 나눈 사람이 없어요. 그런 걸 해본 게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 사람들이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밖에 나가면 그런 관계를 이미 맺고 있던 사람들이 있잖아요. 친한 친구들, 사람들. 전 이 사람들뿐인데. 이제 밖에 나가면 달라질 테니까. 그게 너무 슬펐어요.” 그런데 말이야. 모든 것에 대가가 있지. 좋은 것조차. “맞아요. 이런 것도 배웠어요. 사람들은 필요한 부분을 취하는구나. 각자 필요한 부분을 상대방에게서. 그런데 전 그런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너 보면 볼수록 눈 사이가 멀다.(웃음) “어쩌겠어요. 생긴 대로 살아야지.”(웃음)

장재인

그렇지. 근데 티브이로 보는 자신의 생김새, 묘하지. “정말 이상했어요. 생긴 것도, 말하는 것도 제가 그렇게 특이한 줄 몰랐어요. 어눌하고 어리바리. 아, 저게 뭐냐.” 그런 거 보고 사람들이 장재인 오해하는 점은. “되게 우울하고 외롭고 여리고 막,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실제는. “외로운 건 익숙해요.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낙천적이고 밝거든요. 우울하기보다는. 물론 낯도 가리고 하지만 비춰진 것보다 훨씬 명랑해요.” 그런 오해에 부대끼나. “초반엔 그랬어요. 어렸을 때 이런 걸 겪어 이런 성격이고 그래서 이렇다. 하지만 화면에 비춰진 건 제 단편에 불과하거든요. 제가 아니거든요. 이제 신경 안 써요. 그 또한 다 지나갈 테니까. 전 그냥 음악만 열심히 하려고요.” 맞다. 근데 음악만 아는 사람, 멋없다. 사람이 음악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 음악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음악 이외 관심 가는 건. “역사. 다큐멘터리. 옛날 흑백 사진. 오래된 풍경. 그런 거. 아, 남대문 불탔을 때 정말 엉엉 울었어요. 당장 서울로 올라가 남대문 앞에서 노래를 부르자. 존 레넌의 이매진.”(폭소)

하고픈 말은 다 노래로 생각하는구나. “네.” 가수가 되고 싶은 것도. “네. 제 노래에 위로받으라고. 힘든 사람들이. 끙끙 앓기보다. 제 음악 듣고. 그래서 전 방 안에서 저 혼자 심취해 만드는 음악은 안 하고 싶어요.” 유명해지고 화려한 무대에 멋진 옷 입고 돈 많이 벌고 그런 욕심은.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제 음악 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면 그땐 많이 벌고 싶은 생각이 들 거 같아요.” 저렇게 되고 싶다는 가수는. “솔직히 없어요.” 그럼 데뷔해 너와 기획사와 대중이 원하는 게 서로 달라 헷갈릴 땐. “걱정 안 해요. 전 첫 곡 쓸 때부터 앨범 어떻게 만들고 재킷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하면서 썼어요. 늘 생각해왔어요. 앞으로 제 모습을. 그리고 모니터의 모니터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무슨 뜻인가. “내 모습을 사람들이 평가해 놓은 글을 또다시 모니터하지 말자. 휘둘리지 말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너 자신도 헷갈릴 때는. “언젠가는 그렇게 되려나. 지금은 명확해요.” 원하는 대로 했는데 반응이 시원찮으면. “그래도 몇몇은 그 노래로 위로받을 거고 그걸 참고해 다음에 잘하면 되잖아요.(웃음) 미리 걱정은 안 해요, 성격상. 해 보고 아니면 말고.(웃음)” 그래서 어떤 기획사로 갈 건가. “제가 존 박 이미지라면 대형 안 갈 거예요. 하지만 전 대형이 필요해요. 제 음악은 아직 대중에게 사랑받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까지. 벌써 새벽 두시다.

이 아이, 시기와 질투, 배신과 이별, 곡해와 비난, 실패와 좌절, 그 모두를 겪게 될 게다. 삶이, 그러하니까. 안전했던 자신만의 공간은 속절없이 침범당할 것이고 옳고 그름은 더 이상 선명하지 않을 것이며 어디까지 불가피한 비즈니스인지 어디서부터 불순한 타협인지 그 경계는 모호해질 게다. 때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요구받는 자신 사이에서 하릴없이 배회할 것이며 때로 명백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경험들을 맞이하게 될 게다. 그때, 그렇게 모든 게 불안하고 불분명하고 불완전할 때, 모든 이의 조언과 충고와 도움이 세상 모든 방향으로 갈라질 때, 이 아이가 기억해낼 수 있었으면 한다. 장재인을 장재인 되게 한 힘은 애초 장재인 안에 있었다는 걸. 그러니 오로지 자신에게만 귀 기울이면 된다는 걸. 이 말이 하고 싶어 만났다.

니 멋대로 해라, 장재인. 그래도, 된다.

은 왜 말 할 때도 찡그리는 거

장재인 프로필

글 딴지일보 총수·사진 박미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