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지금 행복할수 없을까

소통: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행복감을 주는 이유

  • 조 커헤인
  • BBC 퓨처

2022년 10월 29일

왜 우리는 지금 행복할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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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하도 의심스럽다 보니, 낯선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저 오가며 말을 섞는 것이라도 전에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더 현명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성장기를 1980년대 미국에서 보낸 다른 이들처럼, 나 역시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위험하다"는 당대의 정서였다. 선정적인 언론 보도와 곤두박질치는 사회적 신뢰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경계심이 올라갔고 부모들도 자녀에게 낯선 사람을 주의하라고 채근하게 됐다. 이로 인한 결과는 도덕적 공황에 가까울 정도였다.

경찰과 교사, 부모, 종교지도자, 정치인, 언론인, 아동 복지 단체는 저마다 입장이 다소 달라도, 낯선 이와의 상호작용이 위험할 수 있다는 데는 입을 함께 모았다.

분명 낯선 사람들로 인해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위험하다"는 정서를 통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는 부족하다. 통계를 보면 아동(성인 포함) 대상 성범죄 및 폭력 대부분은 피해자가 알던 사람들이 가해자다. 즉 친척과 이웃, 가족의 지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아이를 데려가는 경우를 포함해 가족이 아닌 이들이 저지르는 납치는 미 국립실종아동센터에 보고된 아동 실종 사례의 1%다.

하지만 낯선 이들에 대한 우려는 그저 공포감의 수준이 아닌 듯하다. 낯선 사람은 위험하다는 등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고 방식이 우리가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그리고 이 때문에 우리가 소중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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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과학자 중에는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그들이 만난 적 없는 모든 사람이 위험하다고 가르치는 것은 매우 해로울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정치학자 디틀린드 스톨은 수십 년간 이어진 이 메시지가 타인을 모든 세대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이것은 분명 문제다. 신뢰는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스톨은 "낯선 사람을 무턱대고 경계하다가 놓친 사회적 또는 경제적 기회가 얼마나 많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낯선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이나 그 반대의 상황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낯선 타인과 안전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의 장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하려 한다.

몇 년간 나는 책(The Power of Strangers: The Benefits of Connecting in a Suspicious World)을 저술하면서 '왜 우리가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는지와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인류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고고학자, 도시 디자이너, 활동가, 철학자, 신학자, 그리고 어디를 가든지 대화를 시도하며 만난 수백 명의 낯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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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교통에선 조용히 하는 게 에티켓이지만, 여행 중에 만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면 여행이 더 재미있어 질 수 있다 (Credit: Getty Images)

내가 깨달은 것은 이렇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두려워함으로써 많은 것을 놓친다. 적절한 조건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건 우리와 이웃, 마을과 도시, 국가 및 세계에 유익하다.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자신의 깊이가 깊어질 수 있다. 더 나은 시민이자 사상가 혹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도 있다. 살아가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무한히 복잡하고, 격렬하게 양극화된 세상에서 낯선 이와의 대화는 생존 기술이다.

인간은 6000년 이상 도시에서 살았다. 도시는 낯선 사람들이 넘쳐나는 조직 형태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2013년 영국 서섹스 대학 심리학자 질리언 샌드스트롬과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엘리자베스 던이 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토의 커피숍에서 성인 30명이 웃으며 바리스타와 대화를 한 뒤 그들의 구매 경험이 더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샌드스트롬은 "사람들은 보통 낯선 사람과 관계된 모든 것에 대해 굉장히 비관적"이라며 글을 시작했지만, 실험 결과는 이러한 비관론의 반례를 보여줬다. 커피를 사면서 상호작용을 했던 참가자 한 명이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은 이들보다 더 강한 소속감을 느꼈고 기분도 좋아졌다고 답했다. 저자들은 "만약 당신이 약간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바리스타와 수다를 떨어볼 필요가 있다…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행복감을 누리는 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겐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자 용기를 내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시카고 대학 행동과학자 니콜라스 에플리와 줄리아나 슈뢰더는 직장인들에게 대중 교통 환승 장소, 택시, 대기실 등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카고에선 이들 장소에서의 대화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당연히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런 상호작용이 잘 안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숙이라는 사회 규범을 위반할까봐 걱정하면서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침입에 낯선 이들이 분개하고 거부할 것이라 우려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그들의 출퇴근 길이 이전보다 훨씬 불쾌해지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나가서 실제로 사람들과 교류했을 때, 그들은 낯선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수용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유쾌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에플리와 슈뢰더는 "직장인들은 낯선 이들과 이야기하는 게 사회적으로 거부당하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고 썼다. "하지만 우리가 입증한 선에서, 이 행위는 전혀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다."

아울러 낯선 이들과 이야기한 참가자들은 대화가 즐겁고 흥미롭고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어 통근을 더 즐거워졌다고 했다. 에플리와 슈뢰더는 이것이 "사회적 상호 작용에 대한 깊은 오해"를 보여주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현재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사회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결론 지었다.

이러한 결과가 중서부 미국인의 친근감에 왜곡되지 않도록, 에플리와 슈뢰더는 그동안 친밀감이 적다는 인식이 깔린 지역에서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런던의 대중교통 환승 장소였다. 이곳은 눈을 마주치는 것도 피하는 곳이기에 말을 걸어오는 낯선 이에게 경멸감과 공포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미국과 똑같았다. 대화가 놀라울 정도로 순탄하게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국가에서도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많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행복감이 올라가고, 덜 외롭고, 더 낙관적이며, 더 공감하고, 지역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강해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낯선 사람과 평소 자주 이야기하는 일반 사람들은 물론 전문가들은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것이 더 안전하다는 느낌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것에 대해 걱정하거나, 말을 잘 못하거나, 할 말이 없을까 두려워한다. 또는 다른 집단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 공격을 받거나 잘못된 말을 할까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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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와 대화하는 것은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함께 하는 대화를 방해하는 주변의 요인들도 있다. 스마트폰은 바로 옆에 있는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그 어느 때보다 기피하기 쉽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더라도 못 미더운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자연스레 경계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과거에 신뢰했던 사람과 비슷해 보이는 사람과의 협력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러한 두려움이 사라질 때 우리는 안도감을 느낀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이를 경험했다. 샌드스트롬은 "나는 이런 안도감은 세상이 무서운 곳이라는 메시지를 우리가 폐기했을 때 가지는 느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작위로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나쁜 곳이 아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대단한 힘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외롭고 소외되고 배제되고 단절되고 비관할 때, 이러한 발견은 우리를 안심시켜 준다. 길을 가다가 벌어지는 낯선 사람과의 상호 작용도 사회적 연결을 만들어주거나 공동체와의 유대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샌드스트롬의 최근 실험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내가 그동안 친구를 사귀는 법을 잊고 지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성애자이자 백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터라, 내가 낯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게 다른 소수자 정체성 집단보다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집필을 위한 연구를 하면서, 나는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훈련이 덜 된 집단에 맞추려 노력했다. 그런데 배경과 경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구 자료에서 볼 수 있던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누구나 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 낯선 사람들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의 경험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입장에 있는 남성들은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 이러한 한계를 꼭 염두에 둬야 한다.

샌드스트롬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소개했다. 먼저 그들이 이야기하도록 열린 질문을 한 다음, 공통점으로 대답하라. 보통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분명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예상보다 더 깊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건강 측면에서도 많은 이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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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

하버드 대학 교수 다니엘 앨런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를 더 현명하게 해주고, 세상에 대한 감각을 유지시켜주며, 공감력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대학에서 강의하던 시절, 그녀는 동료들로부터 도시 빈민가로부터 거리를 두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녀는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로 많은 (동료들의) 지적 및 사회적 능력을 침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거리두기를 거부했고, 이후의 삶을 바쳐 상호작용이 불가능했던 집단간의 연결을 구축했다. 앨런은 "안락한 정원 바깥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런 지식은 낯선 이들과 이야기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글을 남겼다.

인류는 낯선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종이 가진 놀라운 복잡성과 무한한 경험을 엿볼 수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없다면 지혜는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게 쉽지는 않다. 우리는 세상과 그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해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짜릿하고 심지어 재미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한 개인이 성장하고 사회 안에 존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서로를 알아가는 방법이며, 서로를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공존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도록 자란 후, 그들이 희망의 원천임을 알게 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러한 상호 작용이 잘 이뤄진다면(일반적으로 잘 이뤄진다), 낯선 사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사람들에 대한 더 나은 감정으로 발전하게 된다. 인류에 대한 나의 모든 인식이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면, 나는 대부분의 인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졌을 것이다. "낯선 사람은 위험해"라는 인식으로 마비되었을 것. 내 주변에 도사리는 멍청이와 편집증환자, 히스테리환자, 범죄자, 분노 조절 문제를 가진 사람, 선동가를 피하는 것이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세상으로 나가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 그들에게서 세상에 대한 나의 인식의 기초가 쌓였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 한 결과 나의 비전은 조금 더 낙관적이 됐다.

앨런은 내게 "나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한 덕에 인류 전체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인 그녀의 상호작용은 나보다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과 이야기할 때 그녀는 "긍정적인 것이 부정적인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2018년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실종아동센터(역사적으로 "모르는 어른은 위험해"라는 메시지의 주요 지지자 중 하나)는 마침내 낯선 이를 경계하는 슬로건을 폐기했다. 당시 이 센터 임원이던 칼 월시는 내게 "우리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결정은 전 세계의 다른 아동 안전 단체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좋은 시작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