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비겁한 위선

여류소설가 공지영씨의 소설 '도가니'가 베스트 셀러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지영씨는 1963년 1. 31.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창작과 비평>에 '동트는 새벽'으로 등단했다. 작가는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있는 문장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그려내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잡았다. 불합리와 모순에 당당히 맞서는 정직성,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홉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는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주요작품으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 인간에 대한 예의, 상처없는 영혼,착한여자1,2,봉순이 언니,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네가 어떤 삶을 살던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등이 있다. 수상경력은 오영수 문학상,엠네스티 언론상,한국 가톨릭문학상 장편소설부문을 받았다.

지난 8일 성매매피해자 재활의원 단체인 '다시함께사는센터' 주최 초청강연에서 공지영씨는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3번이혼에 자살까지 시도한 적이 있다'며 자신의 솔직한 과거를 고백하기도 했다.

또 한겨례신문 창간 20돌을 맞아 전국 순회강연을 개최중에 있다. 이에 편승된 공지영씨는 지난 30일 오후 이화여대 강연에서 '치유, 평화, 그리고 문학'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사랑이란 희생하거나 희생당하는게 아니라 희생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남자는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라'고 권유했다. 헤어질때 어떠한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깨끗하게 헤어질 수 있는 멋있는 남자를 만나라는 것. 그리고 '이성에 대한 사랑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또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로 1번에 두지 말라'고 했다. '1번에 두는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은 황페해지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88만원짜리 세대는 돈과 안정적인 삶만을 추구하는 불행한 삶이다'고 하였다. '20대는 실패의 특권을 가지고 있다. 도전과 실패를 절대로 두려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설 도가니는 실제 무대가 잔남 광주시 인화학교를 무대로 했다고 한다. 1995년 11월에 MBC PD수첩에서 처음 방영된 '은페된 질실-특수학교 성폭력 사건'이 이 소설의 줄거리로 각색되어 쓴 책이다. 당시 온 나라를 덜썩이게 만든 어린여성장애인들에 대한 장기간의 성폭력 사실에 전국민들은 경악하였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리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류에 편승하여 모나지 않게 현실에 안주하려는 속성이 있다. 공지영씨는 아직 젊은시절 386세대의 시각으로 이 사회를 바라보고 있으며 줄기찬 비판으로 가진자와 기득권층의 부패와 부조리를 파헤치고 있다. 누구나 은폐된 진실에 대해서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기 싫어 눈을 감거나 도망치고 싶은것이 사실이며 가슴속에 도사린 비겁함이 고개를 들곤 하는게 사실이다.

‘도가니’는 지난해 11월26일부터 5개월이상 인터넷 포털 ‘다음’에 연재하며 조회수 1100만을 기록한 화제작을 다듬어 책으로 낸 것이다. 최근 ‘괜찮다 다 괜찮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 일상속 모습을 담은 에세이집을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렸던 작가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줄거리...

안개로 뒤덮인 남쪽도시 무진시의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에 기간제교사로 내려간 강인호는 부임 첫날부터 짙은 안개와 무섭도록 고요한 학교분위기에서 불길함을 감지한다. 첫날 밤 학교 여자 화장실 비명소리를 신호탄으로 학교와 기숙사에서 교장과 행정실장. 기숙사 생활지도교사 등이 청각장애아들에게 오랫동안 저질러온 성폭행. 구타 등 무지막지한 폭력의 실체를 알아간다.

말도 안되는 진실에 강인호는 대학선배이자 무진시 인권운동센터 간사 서유진. 최요한 목사 등과 힘을 합쳐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리려하지만 자애학원과 결탁된 교육청. 시청. 경찰서. 교회. 재판부 등 공고한 ‘침묵의 카르텔’에 부닥친다.

아이들의 증언이 매스컴을 타면서 가해자들은 재판에 회부되나 피해아이들이 재판과정에서 다시 한번 인권 유린을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털면 먼지가 날 강인호의 예전 행적까지 까발려진다. 서유진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싸움을 이어가고. 인간적인 번민에 휩싸여 도피한 강인호를 보듬어 안는다. 결국 강인호는 대책위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그들과 법정싸움을 벌이지만 돈에 약한 부모들과 무진시의 가진자들의 결탁으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찿지 못하고 학교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고 현실의 벽을실감하게 된다. 검음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아내와 같이 무진시를 떠나게 된다. 

소설은 2005년 TV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당시 그 프로를 시청한 사람보다 사청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소설 도가니는 그 고발프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호감을 주지는 못하는 단점도 있다. 전국의 장애인학교 교사, 운영진은 물론 장애우를 가진 부모,친척들에 의해서 상습적인 폭력과 어린 여성 장애우들에 대한 성폭력은 부지기 수 일 것이다. 국비보조를 받는 곳은 물론 기부나 헌금,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대부분의 특수학교 운영자들이 벌이는 부패와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작가도 밣혀진 진실보다 밣혀지지 않은 진실이 더 많다고 하니... 최근에는 구청이나 지자체의 장애인 담당 공무원들까지도 그들을 지원하는 예산을 빼돌려 착복하는 사건이 여러건 발생되어 뉴스에 발표된 사실도 있다. 

작가는 오랜기간 현장에서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해 집필했다고 한다.작가는 후기에서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것 이상의 의미한다는 것을 안 이후 나는 평화의 한자락을 잡은 듯했다. 쓰는 내내 이 실제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가해자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처음 보는 나를 믿고 그들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던 청각장애인들인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진실은 몹시 게을러서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가진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배라고 한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등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의 근원에 대한 작가의 직관과 통찰력은 대단하다.

물론 말을 잘하고 글을 잘쓰는 사람들이 모두 말과 글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지식인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비겁하게 회피하거나 대안도 제시 못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실제 상황은 변수가 많으며 그런 변수들에 대해서 임기응변력이 부족하고 다양성의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먼저 누구나 자신을 스스로 인격적으로 도야되어야 함은 물론 말과 글로 표현하고 실제적으로도 행동하는 사람들이 극히 소수이다.

아마 추측하건데, 작가의 현실비판능력은 이미 젊은시절부터 몸에 베어온 사고일 것이며 3번의 이혼을 통해서도 개성이 강하고 남존여비 사상에는 단호한 면이 많을 것이고 그러한 자신의 인생을 통해서도 이 사회시스템에 남다른 비판의식이 자랐는지도 모른다.

태초에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진자와 갖지못한자 사이에는 항상 불평등 조약이 존재하여 왔다. 우리 인간사회는 탐욕과 폭력이 삶의 원천이 되어온 것은 사실이며 역사의 물줄기를 형성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으며 오늘날에도 부정과 부패,비리를 밥먹듯이 저지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수많은 세월동안 그 당대에 많은 현실비판이 갖지못한 지식인들에 의해 표출되어 왔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을 제기하던 그들도 명분은 그릇듯하지만 위치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그들도 탐욕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항상 공존한다는 점이다. 어느 사회나 시스템의 미흡한 점은 공존하여 왔다. 비판만이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 그리고 행동이 연계된 일관된 인생이 존경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피해를 당하는 쪽보다 그런 피해를 구상하고 행동하는 비양심적인 인간들의 심리상태는 무엇인지? 왜 그러한 행위를 인간은 역사이래 멈출수가 없는지? 그러한 문제에 대한 현실적으로 근원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행동으로 실행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공지영의 광란의 '도가니'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비겁한 위선
소설‘도가니’의 실제 무대였던 광주 인화학교. 2006년 공모를 통해 새로운 교장이 왔지만 마찰을 빚은 학생들이 교장에게 계란을 던져 고소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다. / 박국희 기자

이 소설은 포털 사이트에서 1100만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6월 30일 출간 이래 13일까지 5주 연속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고 한 달 남짓 만에 20만부가 팔려나갔다. 그 소설의 배경인 '광란의 도가니'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사건이 일어난

광주광역시의 '광주 인화학교'를 찾았다. 사회복지법인 '우석'이 운영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학교다. '재활의 전당'이라고 쓰인 비석이 한가운데 서 있는 학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했다. 여전히 같은 재단과 이사회 밑에서 학교는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조차 "차 없이는 돌아다니기 힘든 곳"이라고 할 정도로 학교는 시 외곽의 인적 드문 곳에 있었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시립 정신병원이 전부였다. 건물 외부와 복도 곳곳에 설치된 10여개의 CCTV만이 눈에 띄었다.

병원 인부들은 "사건 이후 학생들이 다 나가 1∼2명만 태운 통학버스가 왔다갔다 하더라"고 했다. 기숙사 직원은 "나쁜 이야기를 굳이 꺼내 뭐하겠느냐"며 "소설은 안 읽어봤지만 얼마나 사실과 가까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2005년 6월 내부 직원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할 때까지 학교는 '말 없는 학생'들로 고요했다. 당시 재단 이사장의 차남인 행정실장 김모(61)씨와 기숙사 '인화원'의 생활지도교사 이모(38)씨가 구속됐다.

이듬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가해자와 피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앞서 구속됐던 2명을 포함해 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교장 김모(63)씨 등 모두 6명의 교직원이 상습 성폭행과 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던 A(18)양은 이들에게 12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A양은 아버지가 청각장애 2급이고 어머니 역시 정신지체 1급의 장애인이라 도와줄 수도 없었다고 한다.

다른 농아 학생들 역시 부모가 없거나 있더라도 장애인인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무상으로 지원되는 학교 기숙사에서 방학 기간에도 살다시피 하다 교직원들의 성 노리개로 전락했다.

당 시 인권위가 100여명의 농인 학생들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증언들이 나왔다. 한 직원은 "소설에 나온 부분은 내가 아는 내용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작가 역시 사회적 파장을 생각해 입에 담지 못할 내용 모두를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사가 시작되자 졸업생들의 증언이 있었고 퇴직 교사들의 추문까지 불거졌다. "한 번만 하자"며 청소시간마다 학생을 따라다니던 교사,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맞을래? 키스할래?"라고 물어보며 학생들 스스로가 "제발 때려달라"며 울먹이게 만든 교사,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통학버스와 강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섹스를 한 불륜 교사 커플….

오 래돼서 사건화되지도 않았고 소설에도 반영되지 않았지만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저마다 공통적으로 증언했던 내용들이다. 어려운 문제를 가르쳐준다며 성추행하는 교사나 씻겨준다며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샤워실로 유인하는 교사들은 약과였다. 성폭행 후 양 손목을 묶어놓은 채 다음날 학생들에게 발견되기까지 알몸 상태 그대로 내버려둔 사건도 있었다.

윤민자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장은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교직원들은 말 못하는 장애 학생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두 번 성폭력이 있은 후에도 별 탈이 없자 분위기가 해이해진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는 "퇴직자들까지 합하면 가해자가 10명이 넘었다"고 했다.

한때 300여명을 넘었던 학생 수는 지금 28명이다. 20년 넘게 근무했다는 행정실 직원은 "전국의 청각장애인 학교를 봐도 마찬가지지만 의학 발달로 인해 학생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지 그 사건 때문에 학생들이 나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친고죄의 고소기간이 지났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들어 인권위가 고발한 6명의 가해자 중 4명만 처벌을 받았다. 나머지 교사 한 명과 행정실 직원은 여전히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1 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교장과 청각장애인인 기숙사 생활지도교사 등 2명은 지난해 7월 광주고법 항소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다. 피해자의 부모들은 "재판을 받으러 왔다갔다하기 귀찮다"거나 "가해자측과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소송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학생들까지 성추행했던 기숙사의 생활지도교사와 청각장애인 지도교사는 그 후 학교를 그만뒀다. 윤 위원장은 "이들은 직업을 찾지 못하고 광주 시내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성범죄 전과가 있는 이들이 비슷한 일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교장은 올 7월 췌장암으로 숨졌다. 행정실장이었던 그의 동생은 만기출소 후 재배 산삼 등의 건강식품을 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형제의 아버지인 재단 이사장은 2007년 숨졌다. 현재는 그의 사위이자 2005년까지 아랍에미리트 대사를 지냈던 강선용(64)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피해 학생 10여명은 졸업 후 결혼을 하거나 취업을 하면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대부분 광주 시내에 있었다. 가장 피해 정도가 컸던 A양만 다른 지역 특수시설로 보내졌다. 지적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B(24)씨는 여전히 인화학교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비겁한 위선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광주지역 18개 시민단체로 이루어진 대책위원회측은 "부모가 없기 때문에 인화원측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B씨를 빼내오는 게 불가능하다"며 "구청이 직권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유야무야 됐다"고 했다.

싸우는 데 지친 대책위원회측의 항의도 잦아들었고, 사건 이후 겉으로 보기에는 잘 돌아가는 인화학교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 관공서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제 그 학교에 다니지 않아… 연두네 집에 여자아이들 여섯 명의 기숙사를 꾸몄고 우리는 그것을 홀더라고 부르기로 했어."(289쪽)

소 설 말미에 나오는 '홀더'는 광주시 서구에 실제로 있었다. 홀더는 '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자'는 뜻이다. 2006년 9월 대책위원들이 피해 학생들을 위해 작은 빌라에 마련한 공동생활 공간이다. 거실과 방마다 빨간 사이렌이 붙어 있는 게 특이했다. 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현관 벨소리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였다.

2007년 1월에는 남학생 홀더도 생겼다. 현재 여학생 6명, 남학생 4명이 이곳에서 3년째 같이 살고 있다. 이들은 근처의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같이 공부하며 홀더에서 지도교사와 함께 방과 후 학습을 한다. 장애인탁구협회의 지원으로 구청에서 탁구를 배우기도 하고 캠프를 가거나 텃밭을 함께 가꾸기도 한다. 인화학교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청능(聽能) 훈련도 시작했다.

초등학생 때 성폭력을 겪었던 학생들이나 친한 친구들이 어른들에게 무방비로 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던 아이들의 충격은 컸다. 김창호 수화통역사는 "충격 때문이었는지 사춘기 고교생이 된 지금 성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거나 도벽(盜癖)까지 생긴 경우도 있어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건 당시 학생들의 수화 통역을 맡은 것을 계기로 남 홀더 전담교사를 맡고 있다.

피해 학생들 역시 소설책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 것을 신기해하는 정도일 뿐 포털 사이트에 소설이 연재가 됐을 때도 대부분 읽지는 않았다고 했다. 단어 이해력이나 문장력이 떨어져서 소설책 읽기도 쉽지 않지만 누구 하나 묻기 전에는 그 일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는 28일에는 홀더 후원의 밤 행사가 열린다. 이들을 직접 인터뷰했던 공지영도 참석한다. 홀더 사무국장 김혜옥씨는 "소설이 인기가 있다 보니까 '책 내용이 정말 사실이냐'고 물어오는 등 후원의 밤 행사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고 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4년이 지났지만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책위는 당시 공소시효 문제로 기소되지 않고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는 행정실 직원과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는 학교 수련회에서 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1심에서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윤민자 대책위원장은 "인화학교가 존재하는 한 대책위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화를 전혀 할 줄 몰랐던 그는 1년 만에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정도가 됐다.

학 교는 조용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즐겁게 뛰놀아야 할 교내에 학생들은 다 나가 정적이 감돌고 선생들만 기형적으로 남았다"며 "지금도 '광란의 도가니'였던 기숙사를 쳐다보면 그때 일이 생각나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오히려 100% 소설에 까발려지지 않아서 아쉬워요. 그래야 장애 학생들에 대한 이런 일이 더이상 생기지 않을 텐데요."

레이블: 광란의도가니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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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떠나야 했다는 제보자가 제작진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어느 시각장애인복지관의 사무국장이었습니다.

그가 가져온 건 700여장의 방대한 서류 뭉치.

그 서류 속에는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재단의 여러 편법 운영이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3번의 인사 조치와 5건의 고소고발이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한 기관 모두에서 벽에 부딪혔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조사와 재판들.

주변에선 그에게 무모한 싸움이라고 했습니다.

제작진에게 굳은 의지를 밝혔습니다.

억울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고통으로 남을 것 아닙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기울여서, 어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하고야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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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해온 사업을 접고 사회복지업에 나머지 인생을 걸었던 50대의 김종현씨. 그는 어느 재단 산하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2년 동안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재단의 비리를 알게 된다. 엄연히 시각장애인들이 주인이 되어야 할 복지관이었지만, 재단은 복지관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 그는 자신이 가지고 온 서류들이 그 증거라고 했다. 그가 각종 서류를 펼쳐놓으며 제작진에 조목조목 털어놓은 사회복지시설 운영의 숨겨진 이면들. 그 충격적인 증언은 과연 사실일까.

세계적인 봉사단체에 신청한 후원금 7만 5천 달러는 신청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다. 가구 등의 내부 기자재를 산다고 국가에 신청한 기능보강비도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의 확인 결과, 꼼꼼하게 작성된 서류의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달리 작성되어 있었다. 모두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었다. 한편 상임이사의 인척은 인정받을 수 없는 경력까지 포함하여 높은 월급을 받았다. 재단에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은 복지관을 떠나야 했다는 증언들도 잇따랐다. 전화비와 기름값을 횡령했다거나 장애인을 폭행했다는 갖가지 사유가 원인이 됐다. 서류와 증언들은 하나하나 재단의 실체를 드러내주고 있었다. ‘국가를 대신해 좋은 일을 하는 단체’라는 이미지 속에 감춰진 사회복지시설 운영의 실태를 공개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처음부터 얘기했잖아요. 그냥 적당히 애써요.          - 관할구청 사회복지과 공무원

문제 제기 후, 김종현 사무국장에게 돌아온 건 3차례에 걸친 업무정지, 근로계약 해지, 정직처분 및 재계약 불허 통보 그리고 5건의 고소고발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번은 복귀됐지만, 현재는 재단 측으로부터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이 내려진 상태.

최초 문제 제기 후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도움을 요청한 어느 기관에서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내부 고발자는 고발로서 그 역할이 끝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행정, 사법기관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내부 고발자가 홀로 힘겹게 싸워나갈 일은 없다는 것이다. 과연 내부 고발자를 위한 우리 사회의 보호 시스템은 어떤 수준인지 점검해본다.

해당 복지관은 지난 92년에도 당시 원장이자 현재 상임이사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복되는 비리에도 제작진이 만난 재단 관계자들은 모든 것은 장애인을 위한 것이었으며, 선한 목적을 위해 쓴 돈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옳은 일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여 옳지 못한 수단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공익 법인을 개인의 소유로 생각하는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이사진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는 내부 고발자에 의해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문제를 걸려내는 사회망이 없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재단 운영의 투명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개방 이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 추적 60분 <어느 재활원생들의 비명 - 우리는 재단의 노예였다> 편에서 방영된 후, 개방 이사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재활원을 찾아가 그 해법을 찾아본다.

“딸과 내 자신에게 정말 해 주고 싶은 말은 ‘네 자신을 죽도록 사랑하라’는 것이다”

한겨레신문 창간 20돌을 기념해 열린 ‘찾아가는 한겨레 특강’의 첫 강연이 30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열렸다. 첫 강연자인 소설가 공지영씨는 ‘치유, 평화, 그리고 문학’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딸에게 얘기하듯 편하게 얘기하겠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300여명의 학생들은 공씨의 ‘사랑학 특강’에 숨을 죽였다. 특강이라는 딱딱한 형식을 빌렸지만, 공씨와 학생들의 대화는 엄마와 딸, 이모와 조카가 수다를 떠는 것처럼 격이 없었다.

공씨는 20대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20대 시절에 대해 “사랑해 본 적도 없었고, 사랑 해 본 적이 없으니 이별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제가 20대 때 반독재, 식민지, 민주화 이런 거창한 이야기만 하고 살았다. 연애 문제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은 왕따를 시킬 정도로 한심하게 봤다. 이제 서른이 넘은 후에 보니 대단히 후회스럽다.”

그렇다면 공씨가 나이 서른 먹어 늦 공부로 터득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는 초롱초롱한 여대생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여성들에게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다. 사랑은 희생하거나 희생당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생을 허락해야 할 이성을 고르는 기준은 좀 독특하다. 공씨는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느냐”는 딸의 질문에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우선 만날 때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잘 보고 헤어질 때 스토킹을 할 남자는 아닌지, 깽판 부릴 남자는 아닌지 잘 봐야 한다. 그런 다음 최선을 다해 만나라. 비단 남자친구 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끝은 항상 중요하다. 만남은 항상 계획된 것이 아니다.”

공씨는 이성에 대한 사랑보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네 외모가 어떻든 체중이 어떻든, 네가 너 자신을 잘 데리고 다니면서 잘 보살펴야 한다. 그것이 네 평생의 숙제다.”

공씨의 수다는 사랑학을 넘어 20대를 위한 삶의 자세로 옮겨갔다. 그는 무엇보다 행복하려면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돈은 참 중요하다. 그러나 무서운 마력을 가지고 있다. 항상 (인생에서) 1번의 자리에 오르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돈이 1번에 오르는 순간 다른 것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돈을 무시할 수 없지만, 절대로 1번 자리에 가게 만들면 안 된다. 그 순간 내 인생은 매우 황폐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씨는 같은 맥락에서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는 “세대를 규정짓는 말로 돈은 너무 가혹하다”며 “돈과 안정적인 삶만 추구하는 것이 진짜 88만원짜리 삶”이라고 꼬집었다.

공씨는 20대에 만연된 불안과 그로 인한 안정 희구 성향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그는 “불안은 평생 안고 가는 것”이라며 “불안해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중의 불안만 아니라면 자연히 치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씨는 ‘실패할 수 있는 특권’을 강조하며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을 마지막으로 주문했다.

“지금 실패하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다. 사랑에도 꼭 실패해 봐야 한다. 취직에도 실패해 봐야 한다. 그래서 어느 날 하염없이 배낭 매고 입 딱 다물고 해 보지 않으면 여러분 삶은 이제 흑백영화로 바뀌는 것이다. 영상은 분명히 돌아가는데 다채롭지 않다. 보고 느끼지 않으면 여러분의 삶은 88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88만원짜리다.”

강연은 자리를 뜨는 사람 없이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을 넘겨 계속됐다. 강연이 끝나고 공씨의 사인을 받기 위해 2백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강연장 문 쪽이 혼잡을 빚기도 했다.

한편, ‘찾아가는 한겨레 특강’은 <한겨레> 창간 20돌을 맞아 지면을 장식하는 다양한 필진들이 직접 독자들을 찾아가는 쌍방향 강연이다. 이 강연은 ‘젊은이여 드높은 기개로 세상을 품어라’라는 주제로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과 박미라 작가, 하종강 한울노동연구소장,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등 15명의 강연자가 나서며, 개성 있는 소주제로 특강을 이끌 예정이다.

서울·대구·부산 지역의 30개 대학과 전교조 등을 상대로 45개 강좌가 예정돼 있으며, 대학 동아리·시민단체 등 150명 이상의 인원이 청중과 강연장을 확보하면 강연을 신청할 수 있다. 이날 공지영 작가와 같은 시간대에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정남구 <한겨레> 경제부 기자의 ‘한국경제 어디에 서 있는가’ 강연을 시작으로 6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아래는 공지영 작가의 특강 전문이다.

하어영 박종찬 기자 김도성 피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비겁한 위선

치유, 평화 그리고 문학
공지영 작가 찾아가는 한겨레 특강 1회 -이화여대 편

급하게 알렸다고 들었는데 귀한 시간에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한 시간 반 동안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 보자. 오늘 제목이 매우 거창한데, 이런 말 잘 모르고, 작은 이야기들로 편하게 만남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더구나 오늘 여자들만 있는 대학이라 각별하게 하고 싶은 말들도 많이 생각이 난다. 시간이 많으니까 제가 먼저 이야기하고 여러분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져 봤으면 좋겠다.

사실 여러분에게 별로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제가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였다면 이번에 이소연씨가 우주가서 본 별이 이러쿵저러쿵 할 것이고,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이었으면 동물에 대해 말해 줄텐데, 소설이라는게 살면서 있는 일을 말하는 것이니까, 오늘 잘못하면 제 삶에 대한 수사가 될 수도 있고 그럴 것 같다. 그래서 가급적 안 하려고 하는데 요즘 몇 번 하다 보니까 의외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는게 상당히 재미있는 것 같다. 제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딸 같은 여러분들 만나다 보니까 부담이 덜 한 모양이다.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제가 그 책에서 쓰고자 했던 이야기들, 뒷이야기들을 해 보고 싶다. 제가 어린 시절을 거의 신촌일대에서 자랐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이미 그린하우스에서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이대생을 봤었고, 고등학교 때는 한 잔의 맥주 정도를 마실 정도 였기 때문에 매우 익숙하다. 오늘 오다 보니까 남자분들이 걸어다니고 있더라. 신촌 옆에 싼 맥주집이 많아가지고 그쪽으로 많이 다녔는데, 이대생들하고 남학생들이 서로 스쳐 지나갔던 기억들이 났다. 그런데 요즘은 남학생들도 많이 다니더라. 이대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땐 연애 문제 고민하면 왕따였다”

제가 여러분 만할 때, 되게 거창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살았다. 반독재, 식민지, 민주화 이런 이야기를 안 하면 지성인 아닌 것 같아서 항상 그런 말들로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연애 문제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은 우리가 왕따를 시킬 정도로 한심하게 봤다. 엄마 문제 아빠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사소한 일로 고민하느냐고 구박했다. 그리고 이제 다들 서른이 넘은 후에 보니까 대단히 후회스러웠다. 물론 반독재도 중요하지만 일상에 대해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저는 여러분 만할 때 사랑도 해 본적 없었고, 사랑 해 본적이 없으니 이별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위 어머니 세대를 보자. 어떤 시절이었냐면, 동네에서 남자들하고 이야기하는 것 들키기만 하면 바로 결혼해야 된다. 제 시절에는 캠퍼스에서 손잡고 다니는 것 들키면 바로 결혼해야 된다. 구설수 오르느니 결혼하는 게 나았던 것이다. 그 정도로 남녀 간의 교제도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에 우리 엄마 세대들은 우리에게 해 줄 말이 없었다. 우리 엄마 세대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성취에 대해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분들도 일 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의 전문직이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억척스럽게 일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 회식과 같은 사회생활이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회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에게도 배울 수 없었고 친구에게서도 배울 수 없어서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남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아버지들은 항상 가부장적으로 하고 그래도 엄마들은 다소곳이 아침 차려오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것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여자들이 일도 하고 사회생활을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어이가 없는 거다. 엄마들은 딸들에게 우리같이 살지 말라고 하고, 아빠들은 아들들에게 우리처럼 살라고 하고. 남녀 간에 항상 불협화음이 많은 세대였다. ‘나는 네게 다가갈 것이다’ 라는 책은 그런 이야기다. 사랑에 관한 것이다. 이 주제로 내가 딸하고도 얘기 많이 한다. 그런데 한 편으로 내가 성공적으로 살지 못했는데 어떻게 딸에게 말을 해 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사람이 할 말이 더 많겠는가 아니면 여러 번 조난당하고 실패한 사람이 할 말이 많겠는가.

“이십대에는 정말 사랑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이십대에는 정말 사랑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물론 책도 중요하지만 실전이 중요한 그런 세대이다. 삼십대 가서 실전 하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할까? 주책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이십대 때 이러한 실전을 많이 해 봐야 한다.

딸이 가끔 묻는다. 엄마, 어떤 남자 만나야 하는지 열 자 이내로 말 해 줘. 그러면 좋은 대학 다니고 성실하고 우리 집에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자기 일 제끼고 니 일 챙기는 사람 만나라 그런 말을 하고 싶은데, 다른 얘기를 해 준다. 좀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 딸이 충격을 받더라. 이게 정말 중요한데, 비단 남자친구 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끝은 항상 중요하다. 우선 만날 때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잘 보고 헤어질 때 스토킹을 할 남자 아닌지, 깽판 부릴 남자 아닌지 잘 봐야 한다. 헤어질 때도 점잖게 잘 할 것 같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최선을 다해서 만나면 되는 것이다. 만남은 항상 계획된 것이 아니다. 일 년 전에 여기서 나랑 만나기로 한 사람 있는가? 한국에서 들어왔고 여러분들 이대로 왔고 거슬러 올라가면 수 천만 가지의 인연으로 우리가 여기 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만남은 어느 정도 우리의 소관이 아니다. 그러나 헤어지는 것은 우리의 소관이다. 헤어지는 것 자체는 우리의 소관이 아니지만 어떻게 헤어지냐는 것은 우리의 소관이다. 우리가 여기서 나가서 어떤 남자를 만날지는 모르는 거다. 하지만 헤어짐이라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규정하고 훈련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인격과 삶의 총체가 드러나는 것이고 우리의 노력으로 그것을 좋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남들에게는 잘 헤어지는 사람이었나 이런 생각을 해 보니 그런 이야기를 괜히 한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잘 못 헤어지는 사람이다. 사실 내 자신이 나에게 잘 헤어져 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우리 자신하고도 또 헤어지는 것이다. 언젠가 죽을 때 모든 것을 놓고 가야 한다. 혼자 죽는 것이다. 아마도 내 육체도 놓고 가는 것이다. 이런 이별도 장기적으로 준비를 해 봐야 하는 것이다. 정말 잘 헤어지는 사람들은 사실 헤어질 일도 없다. 만날 때 잘 해주는 사람은 참 많다. 그러나 헤어질 때 잘 헤어지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니 그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라. 헤어질 때 어떻게 했는지.

“니 자신을 죽도록 사랑해라”

여기 오기 전에 어떤 잡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저보고 얼굴이 굉장히 밝아지고 예뻐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아까 우리 딸에게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고 어쩌고 이런 말을 했지만 사실 딸과 내 자신에게 정말 해 주고 싶은 말은 니 자신을 죽도록 사랑해라 라는 말이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 요즘 애들 다들 지 잘난 줄 아는데 그런 말을 해 주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로 숭고한 일이다. 여러분들 동생을 사랑하는데 동생이 항상 아이스크림만 먹고 있으면 잘 한다 하면서 그걸 계속 먹이나? 아닐 것이다. 넌지시 이야기한다. 그만 먹고 나가서 걸어보는 게 어떻겠니, 하고. 그리고 항상 술만 퍼먹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 그만 술을 먹고 나가보라고 할 것이다. 계속 술만 먹는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과는 굉장히 다른 이야기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가 오랜 시간에 걸쳐 임상실험을 했는데, 사람들에게 종이 한 장을 주고 가장 중요한 말을 써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근데 그게 크게 두 부류로 나뉘더라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눠주고 시키면 뭐라고 하겠는가? 돈?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한 부류는 ‘나의 자존심’이라고 썼고 다른 한 부류는 ‘나’라고 썼다고 한다. 이 분이 오래 연구한 결과 놀라운 것을 발견했는데 나의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것과 나를 중요시하는 것은 대단히 큰 차이가 있더라는 것이다. 나의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대개 위선자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나의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이를 위해서 나 자신을 희생시킬 수가 있더라는 것이다. 내가 오늘 내 친구랑 싸웠는데 사실 걔를 굉장히 좋아한다. 근데 자존심 때문에 말을 못하겠다. 나는 저 사람과 화해하고 잘 지내길 원하지만 내 자존심은 그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을 잠깐 억누르고 화해를 하는 것이다.

그때 그 글을 읽고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왔다. 나 스스로도 많은 병, 이를테면 공주병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라 항상 자존심 상한다 이런 말을 많이 해 왔다. 그동안의 일들을 나 자신과 자존심으로 나누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제가 제 딸이나 누구에게 이야기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한다. 네 외모가 어떻든 체중이 어떻든 너는 너 자신을 너무나도 잘 보살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네 엄마도 못하고 너 자신밖에 없다. 너는 너 자신을 위해서 더 먹고 싶지만 사실 숟가락을 놔야 할 때도 있는 것이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친구에게 먼저 화해를 시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네가 너 자신을 잘 데리고 다니면서 잘 보살펴야 한다. 그것이 네 평생의 숙제다. 이런 말을 한다.

“명품족이 부러운가? 차라리 명상을 하거나 독서를 해라”

제가 이 사실을 좀 더 어렸을 때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여러분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혹시나 싶어 이런 말을 해 본다. 외모라는 것도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형식과 내면은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준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제 딸이 학교에서 친구들이 명품 백을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제가 나가서 보니까 그런 백들이 70만원 정도 하더라. 비싼 것은 천만원도 하고. 지금 제가 걸치고 있는 옷들을 가격을 다 합치면 12만원 정도 한다. 저는 살면서 한 번도 10만원 넘는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 근데 주변에 보면 씨이오나 전문직이나 많다. 근데 그 사람들 보면 비싼 옷 입고 다닌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항상 자랑하는 것을 보면 이거 어디서 2만 5천원에 샀다 이런 것이 자랑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명품이라는 것이 대체 뭘까. 저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 특히 여성에게. 제가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의 결과를 산출해 봤더니 명품을 산다는 것이 일종의 자기 성취였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재벌 딸들도 아니고 팍팍 샀겠는가? 모으고 모아서 겨우 하나 사고 그랬을 것이다. 거기서 오는 성취인 것이다. 그래서 제가 만난 전문직 여성들은 명품이니 뭐니 신경을 안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분들이 돈도 많고 그렇다. 그런데 그런 것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너무나도 바쁘기 때문이다. 짬이 나면 명상을 하거나 독서를 하지 그런 것이 신제품이 뭐가 나왔나 알아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명품을 통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분은 젊다. 그래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히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여러분 몸에서 떨어져 있는 것은 투자하지 말라. 소매치기가 와서 찢어버리고 갈 수 있는 것에는 투자하지 말라. 헬스클럽이나 책이나 공부나 이런 것은 누가 뺏어갈 수 없지 않은가. 여러분은 이런 곳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아까 제가 만난 그 씨이오 중에 어떤 분이 있다. 제가 깜짝 놀랐다. 유명한 사람이라 해서 소개를 받았는데 깜짝 놀랐다. 왜 놀랐느냐? 너무 못생겨서다. 나는 여자 외모에 그렇게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다. 근데 진짜 그렇게 못생긴 여자는 처음이었다. 말은 아주 조리 있게 잘 하는 분이었다. 이후 잊어버리고 그 분이 성공하고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그 분을 다시 만났는데 눈이 부셨다. 너무 예뻐진 것이다. 칼을 댄 것도 아니다. 안에서 어떤 광채가 나는 것이다. 그 분이 50대 초반이신데 제가 그때 좀 생각을 하게 됐다.

제가 여러분 나이 때는 70넘은 할머니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러분이 제 나이쯤 되면 100살까지 사는 사람, 심심치 않게 나올 것이다. 여러분이 좀 더 나이 먹으면 여러분들 120세까지 살아 내야 할 수도 있다. 외모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근데 30이 넘어가고 40이 넘어가면 이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성형한 귀부인은 아름다운가?

한 가지 더 이야기하겠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연대 캠퍼스 걸어 다닐 때 남학생들이 데이트신청 했겠는가 안 했겠는가? 안 했다. 주로 술집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4년 통틀어 세 명이 다가온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을 만나게 됐다. 보니까 키도 나보다 작고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왜 나한테는 저런 애만 오는 거야 생각했다. 근데 아마 그 친구는 깊은 상처를 받았나 보더라. 그런데 어느 날 여러분이 잘 아는 어느 포털사이트 사장이 나를 알고 매우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 분이 나한테 딱지맞은 적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럴 리가 없다고 하여 만나봤다. 그런데 만나보니 그 친구다. 키는 그대로지만 너무 멋있게 변한 것이다. 엄청 못생기고 두꺼운 안경 끼고 그랬는데 지금 보니 안경은 그대로였는데 너무 멋있게 변한 것이다. 그때 제가 생각하게 됐다. 쟤는 왜 저렇게 멋있어 졌을까? 생각해보니까 그 친구가 삶을 매우 잘 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뜻이 아니다.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 여자들한테 딱지도 맞고 이 직업 저 직업 전전하면서 아픔을 겪었지만 그것을 잘 끌어안고 이렇게 된 그 친구를 보면서 야, 이 미모라는 것이 장난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사람들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됐다.

학교 다니면서 엄청 예뻤던 친구들이 못생기게 된 친구들도 있고 못생겼는데 귀부인처럼 된 친구도 있다. 재벌 총수들 잘 생겼는가? 그 부인들 예쁜가? 난 그 성형 많이 한 나이 먹은 아줌마들 보면 그걸 예쁜 것이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되더라. 얼마나 좋은 것 먹고 잘 지내겠는가? 그런데 아름답지 않다. 여러분들 도 많이 닦은 분들이나 고매한 종교인들 보면 어떤가? 아름답다. 맑고 빛난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이다. 왜 저 사람들은 아름다워지고 왜 저 사람들은 좋은 것을 먹고 온갖 좋은 것들을 했을 텐데 왜 아름답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제 미모를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한 것이다.

욕심 부리지 않는 것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 남들을 위해서 배려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분들 미모는 내면에서 발화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이것들을 붙잡고 여러분들 살아가야 한다. 뭐 성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의 얼굴들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빛나지는 것들을 캐치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마더 테레사와 다이애나 누가 더 행복했을까?

길을 다니다보면 사람들이 물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면 그렇게 대답한다. 사랑이라고. 아까 그 미모 얘기에서 좀 더 비약을 해 보자면 마더 테레사가 사실 얼마나 못생겼는가? 키도 150이 안 되고 쭈그렁한데 그 양반이 가지는 그 품위와 빛을 제가 한 번 멀리서나마 책을 통해서 느껴본 적이 있었다. 그 분이 처음 빈민 활동을 시작할 때 초기 얘기 다 알겠지만 한 번 하면 어느 날 이 분이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나뭇가지 같은 것을 지고 왔다고 한다. 그래서 의아해서 그게 뭐냐고 했더니 얘가 죽어가고 있길래 왔는데 여러분이 살려주지 않으면 들판에 던져버리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봤더니 나뭇가지가 아니라 앙상하게 마른 어린아이였다고 한다. 물론 결국 죽었지만 그 아이를 수녀님이 돌봐주고 하니까 그 아이가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인도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빈부격차 심하고 아직도 빈민이 많다고 한다. 빈민이 쓰러지면 밤에 쥐들이 와서 그것을 파먹는다고 한다. 그것을 물리칠 기운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마지막에 꼭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수녀님 인생을 사는 동안에 너무 행복했고 저는 행복하게 죽습니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 것을 보고 제가 많은 생각을 했다.

우연히 마더테레사와 같은 날에 죽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매우 유명한 사람인데, 저랑 같은 나이인 다이애나라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의 결혼식이 전세계에 생방송 됐다. 비단 드레스를 입고 호박같은 마차를 타고 왕자에게 시집을 가고 있었다. 그것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 여자는 가진 것도 없었다. 21살짜리가 영국 왕자에게 시집을 가는데 매우 부러웠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가십이 흘러나오는데 그 여자가 우울증이라느니 자살을 시도했다느니 그런 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여자가 이혼을 했는데 영국 왕실의 근엄함과 이 여자의 자유로운 기질이 계속 부딛쳤던 것이다. 결국 이 여자는 교통사고로 마더데레사와 같은 날에 죽었다. 그 여자도 나중에 좋은 일 많이 했고 고군분투 끝에 많은 것들을 얻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마더데레사처럼 살 수도 없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같은 날에 죽음으로써 저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저 두 사람의 차이가 뭘까. 그 쭈글쭈글한 마더데레사는 행복해 보이고 다이애나는 그렇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돈 분명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내 인생 1번의 가치인가?

분명히 돈 중요하다. 그래서 한 번은 정말로 질문을 해 봤다. 100억 가진 사람에게 당신이 가진 것이 돈입니까 숫자입니까. 그랬더니 지금 현재로는 숫자라고 하더라. 그래서 하나 더 물어봤다. 100억 가진 사람과 200억 가진 사람이 무슨 차이냐고 하니까 숫자가 차이난다고 하더라. 중요한 얘기다. 돈이라는 것은 참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서운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1번의 자리에 오르고 싶게 만드는 그런 것 같다. 세상에 많은 것들이 있는데 돈만은 항상 배타적으로 오는 것 같다. 돈을 1번에 오는 순간 다른 것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물론 돈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절대로 1번 자리에 가게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는 순간 내 인생은 매우 황폐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 꿈 많을 것이다. 이번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라는 책을 내면서 충격을 받았는데 첫째는 제 책 중에서 가장 빠르게 많이 팔려나갔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공지영하고 상관없이 책 제목만 가지고 사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내 딸이 여러분하고 비슷한 세대다. 이 세상에 많은 세대들이 있지만 누구도 돈의 액수를 가지고 그 젊은이들을 규정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어느 경제학자가 한 번 규정하고 나서 여러분들은 드디어 무슨 세대가 됐는가? 88만원 세대다. 이제 그런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사인회를 가면 학생들이 그런다. 이 책 제목 그대로 책에 써 달라는 것이다. 얼굴을 보니까 애절하다. 여러분 보면 항상 불쌍하다. 우리 부모들은 항상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했지 부자 되라고 한 적 없었다. 근데 여러분들 요즘 내가 서점가서 보면 20대에 1억 버는 방법 10대에 부자가 된 누구 이렇게 하면 성공한가 저렇게 하면 성공한다, 이런 것들을 보고 너무 끔찍했다. 여러분들이 이제 내가 의탁해야 하는 세대다. 여러분들이 딱 나의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세대인데, 여러분에게 좋은 말을 해서 잘 살게 하지 않으면 나의 노후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무슨 박애적이라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너무 가슴 아프다”

제가 인터넷에 성공한 사람의 동영상을 봤다. 물론 그 사람은 유명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뭘 성공한 사람인가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들 성공이란 무엇인가? 제 생각에 성공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데 그것을 굉장히 잘 하게 됐고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안철수씨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저는 그 모 당의 비례대표 1번, 그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돈 번 것은 뭐 그래 잘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돈 벌어서 누가 도움을 받았는가?

여러분이 원하는 성공이라는 것이 정말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사는 것만을 의미한다면 여러분 중에 2%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 지고 그렇게 될 수는 없다. 그럼 그 사람들은 사실 2%도 아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여러분들에게 성공이라는 것은 너무 잔인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여러분들이 그토록 원하는 안정. 여러분 같은 세대는 처음 봤다. 어떻게 20대가 안정을 찾지? 우리 땐 웬만한 대학 나오면 취업률 100%였다. 원하면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삼성, 엘지, 이런 기업은 물론이고 은행 보험사 증권 들어가는 것도 굉장히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다 정년제 보장돼 있고 그랬다. 그런데 졸업한지 12년 만에, 97년 아이엠에프가 터지면서 이런 모든 신화가 무너지게 됐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안정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교사들 재임용 언제 강화될지 모르고 언제 그 고시가 재고시 이런 식으로 돼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20대 때 정말로 해야 되는 것은 실패를 해 봐야 한다. 실패를 해 보지 않으면 안정될 수 없다.

내 자랑 좀 하겠다. 대학 때 주로 술집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패거리 친구들이랑 항상 놀았는데 문학을 하고 친했는데 그 친구들한테 항상 구박받으면서도 왜 항상 이들과 붙어다녔냐 하면 이 친구들이 전국 문학상을 휩쓸었었다. 전국 규모로 대학에서 모집을 해서 상금이 엄청 많았다. 친구들이 그래서 항상 아르바이트 안 하고 그런 것들에 매진을 했다. 늘 그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상금 받으면 돼지갈비라도 하나 얻어먹고 또 부러워서 항상 따라다녔다. 그 친구들은 이미 그때 신춘문예에 응모도 하고 그랬다. 나도 그때 응모해서 항상 많이 떨어지고 그랬다. 제가 지금도 어디 심사위원가면 꼭 그런 말을 써 준다. 여기 이 심사위원들도 많이 떨어진 사람들이니 포기하지 말라고. 제가 젊었을 때 만일 상 많이 타고 그랬으면 큰일 났을 것 같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생명력이 없어졌을 것 같다. 모든 힘이 딱딱하고 센 것들은 생명력이 없는 것들이다. 항상 부드럽고 상처도 잘 받고 이런 것들이 생명의 본질이다. 만일 그때 성공하고 그랬다면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런 세월을 못 겪었을 것이고 강하고 겸손하게 되지 못했을 것이다.

“20대에 실패하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다”

정말로 20대들에게 제 딸까지 포함해서 당부하고 싶다. 지금 실패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감당이 힘들다. 나의 나이, 후배들 얼굴, 지금이야말로 거꾸러지고 실패하고 실연당해서 길거리에서 다리 뻗고 울어도 봐야 하고 이런 것들을 지금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나중에 너무나 불쌍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고시 같은 것들 연령제한 직전까지 다른 것들을 이것저것 해 보기 바란다. 처음부터 방구석에서 오랜 세월동안 그런 준비만 하고 되고 나서 놀아야지 그러면 안 된다. 여러분 교사가 되기 위해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판사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 아니다. 여러분 멀쩡한 사지육신을 이 세상에서 만끽하고 누리라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꼭 실패해 봐야 한다. 사랑에도 꼭 실패해 봐야 한다. 취직에도 실패해 봐야 한다. 하고 싶었던 일에도 좌절해 보고. 그래서 어느 날 하염없이 배낭 매고 입 딱 다물고 해 보지 않으면 여러분 삶은 이제 흑백영화로 바뀌는 것이다. 영상은 분명히 돌아가는데 다채롭지 않고 그런 것이다.

여러분 초록의 종류도 참 다채롭다. 하늘빛도 항상 다르다. 그런 것들을 보고 느끼지 않으면 여러분의 삶은 88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다 벌어도 88만원짜리밖에 안 된다. 실패해도 괜찮다. 여러분들 시간이 많다. 요즘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 아 이제 겨우 46살밖에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한다. 여러분들 이 나이에 성공하면 딱딱해진다. 그것은 성공이 아니다.

내가 너무 수다를 많이 떤 것 같다. 여러분들한테 많이 좋은 얘기를 해 준 것은 아니지만 딸들 같고 그래서 노파심에 잔소리를 해 댔는데 어땠는지 모르겠다. 질문을 받겠다.

» 작가 공지영씨. 김명진 기자

공지영 작가 학생들과 일문일답

“여전히 촌스러운 당신들, 그래도 정말로 예쁘다”

학생 1: 지금까지 좋은 얘기 감사하다. 좋은 얘기들만 해 주셨으니까 쓴 소리 같은 것도 좀 부탁한다.

공지영: 역시 이대생이 수준이 높은 것 같다. 쓴 소리 할 것 없다. 진심이건대 여러분들 정말로 예쁘다. 우리 세대와 차이점 보면 첫째는 키들이 커졌다는 것이고 둘째는 여전히 촌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예쁘다는 것이다. 쓴 소리 할 것이 없고, 여러분들 잘 하고 있다. 여기 공지영 강의 들으러 온 친구들이면 좋은 친구들 아닌가?

학생 2(김윤희·22):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이유 없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 작가님은 젊었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공지영: 제가 대학 4학년 2학기 때 너무나도 불안했다. 그때부터 담배피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부모님이 등록금 줘서 살았는데 이제부터 내가 돈 벌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불안했다. 사회에 나가서 학생이냐고 물어봤을 때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이 불안했다. 신촌을 떠나는 것이 두려웠다. 시간이 많이 지나가고 내가 내 일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그러면서 그것이 해소됐던 것 같다. 그때는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어떻게든 자립하자. 돈을 좀 적게 받더라도 그것이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그래서 그 불안을 가지고 가면서 살다 보니까 이제 서서히 그런 불안이 사라졌다. 지금은 이제 이렇게 중년의 여성이 됐는데, 불안해하는 것을 불안해 하지마라.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살인마부터 성녀까지, 내 안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있다”

학생 3: 심리를 전공하고 있는데 심리 수업을 할 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 책의 이야기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책도 한두 번 읽어보고 그랬는데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상담사 이상으로 잘 하는 것 같다.

공지영: 자기를 잘 보면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다 들어있다. 희대의 살인마부터 성녀까지 다 들어있다. 저는 사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쓰고 사형수들 만나보면서도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 내 안에 수많은 악마부터 천사까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하나 스킬이 있다면 제가 한 2년 반 정도 정신분석을 받았었다. 심리 관련해서 석사 논문 논문 정도 쓸 만큼 공부도 했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 책을 쓸 때는 그런 의식을 안 했었는데 의외다.

학생 4(주소영·23): 저희 모녀가 작가님 모녀보다 한 살씩 많다. 책을 보면 작가님은 나이가 한 살씩 많아질 때마다 조금씩 안타까움이 많아지는 것 같다. 지금의 그 주부로서의 모습 말고도 많은 길이 있었을 것 같은데 희생한 것이다. 그런데 남을 위해서 희생한다든가 그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 우리 어머니 같은 그런 분들 많을 것 같은데 지금 나이가 40대 중후반일텐데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어떻게 하면 사라질지 모르겠다.

“힘들어 하는 어머니께 봉사활동을 권해봐라”

공지영: 사실 엄마도 남이기 때문에 나도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자식에게도 해 줄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 저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도 전문직 일을 하셨다가 사정으로 인해 일을 놓으셔야 했다. 어머니가 항상 저희 자매에게 말을 하셨다. 절대로 돈을 벌어라. 저는 그게 어렸을 때부터 귀에 많이 익었다. 어머니가 우리 자식들을 보람 있어 하셨지만 언젠가 자식들 인생에 대해 회한으로 돌아보는 것을 봤다. 나는 그래서 어머니같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분들 앞으로 여성으로서 결혼하고 애 낳고 이런 일은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힘든 일이다. 매일 매일이 전투상황이고 지금 나이가 이렇게 됐는데도 아직도 잔재가 남아있다. 집안일에 시달려야 하는. 그런데 여러분 결혼도 하고 일도 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권하기가 힘들다. 저 힘든 세월을 어떻게 거칠까. 그럼 젊은 여성들이 묻는다. 혼자 지내면 어떨까요. 물론 그래도 된다. 물론 그건 편하고 고생 안하고 좋다. 근데 그게 좀 공허하달까, 그래서 그게 뭔데? 편하면 다야? 이런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일하는 여성들이 잘 살수 있도록 사회가 변해야 하는 것은 맞다.

“사랑은 희생당하는 것이 아니다”

제가 아주 친한 친구 다섯 명이랑 같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 하고 독신인 친구 한 명만 일을 하고 나머지 넷은 주부인데 다들 힘들어한다. 제가 구치소 가서 보면 깜짝 놀랐다. 십 몇 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 분들이 성취감에 만족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야말로 봉사인데 그 분들의 얼굴이 정말 밝고 보람도 있고 그렇더라. 만일 하나 권유해 드릴만한 것이 있다면 그런 봉사활동 같은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봉사활동할 수 있는 곳 많다.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찾아서 어머니들에게 권해드리면 어떨까 한다. 사랑을 베풀어 줄 수 있는 그런 곳에 가면 좋을 것 같다.

잔소리 하나만 더 하겠다. 여성들에게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다. 사랑은 희생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안 된다. 여러분에게 말해주는데 차라리 이기적으로 굴어라. 희생당하는 것은 힘이 없어서 상처를 극복할 능력도 없어서 망가지게 된다. 여성은 특히 그렇다. 저 또한 그 모든 것들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인데. 엄마가 나로 하여금 오빠나 아버지한테 밥 차려주라고 하면 저는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갔다. 사지 멀쩡하고 나보다 힘도 센데 왜 내가 차려줘야 하나 생각했다. 희생이라는 것은 힘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고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예수 같은 사람이 희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가 머리채 붙잡혀서 막 싫다고 하면서 희생되지는 않았지 않은가? 그것은 희생당하는 것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집 안에서 혹시 내가 희생해야 되는 것이 아닌지 강박관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은 넉넉하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내가 여자니까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사람 망치는 길이다.

학생 5: 저는 남몰래 작가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다. 공지영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가치관이 변하고 생활이 변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가님께서도 제 또래였을 때 제가 작가님한테 받은 감동처럼 삶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준 책이나 사건이 있으면 말해 달라.

공지영: 그 질문이 항상 어렵다. 굳이 꼽자면 딱 여러분 나이 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가 많이 팔렸던 때인데, 그 때 그 분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 사건을 처리하는 묘사들 그래서 진짜 좋아했었다. 만일 그때 이런 사인회가 있고 그랬다면 도시락 싸 들고 따라다녔을 것이다. 나중에 작가가 되고 나서 몇 번 뵈었는데 요즘 많이 아프시다고 한다. 그때 토지를 읽으면서 아 소설이라는 것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을 세세하게 다룰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감동을 받았었다.

“어느 날 삶이 얘, 이것이 네가 원하는 것이었잖아 하고 말을 걸 것이다”

학생 6(이정은·20): 오늘 좋은 얘기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다. 주변에 있는 분들한테 항상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러 공부를 하면서 도전하는 것에 대해 겁먹을 때가 있다. 선생님도 원하는 것에 대해서 방황을 하거나 그래서 공허해 보이는 자신을 볼 때가 있으셨는지?

공지영: 당연히 많다. 어느 정도였냐면 엠티 갈 때 항상 신나 해 놓고 엠티 갈 때 아침에는 아파서 못갔다.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 같다. 지금도 여행이 두렵다. 독일에 우화가 하나 있다. 씨앗 저장고에 누워있던 씨앗이, 씨앗 저장고는 따뜻하고 친구도 많고 좋았는데 어느 날 확 들려 가더니 축축하고 어둡고 아무도 없는 땅 속에 뿌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원망을 했는데, 드디어 몸이 갈라지고 뭐가 나오면서 괴로워했는데 그것이 싹이 된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네가 태어난 이유는 그 따뜻한 저장고 안에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둡고 힘들어도 거쳐서 싹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열매도 줄 수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걸 통과해 나가야 한다. 하기 싫은 마음이 막 생길 때가 있다. 그때 생각한다. 이것이 굉장히 좋은 일을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마귀가 나를 막는구나. 더욱 빨리 가야지, 생각한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미신이지만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하는 것이다.

일단 해야 될 것은 빨리 하는 것이 좋다. 이왕 졸업할 것이면 빨리 졸업하고 고민이 된다면 일단 돈부터 벌고 이런 것이 좋은 것 같다. 중요한 얘기인데 고민이 참 멋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게으름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이 되는 사람들을 제 주변에서 300명 정도 봤다. 따야 할 것은 빨리 따고 일단 자기가 자립할 수 있는 돈을 벌어가면서 고민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자신이 생활하고 유리된, 그런 공간에 자꾸 놔두면 꿈조차도 붕붕 뜬다. 사회 나가서 첫 월급 딱 받아보면 눈물도 나고 그러면서 사회에 근접해 진다. 정신과 의사들은 리얼리티에 접근했을 때가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졸업하고 빨리 돈 벌고 살기 시작하면 어느 날 삶이 얘, 이것이 네가 원하는 것이었잖아 하고 말을 걸 것이다. 그럴 때는 쉬어도 된다. 쉬면서 준비하면 된다. 게다가 하나도 안 늦었다. 26살이면 어리다. 여러분 앞으로 수십 년씩 남아있으니까 빨리 해야 할 것은 하고 나중에 누군가 귀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면 그때는 다시 시작해도 된다.

정리=취재·영상팀 김도성 피디
                                                                             -서초동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