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

관혼상제라는 말은 들어보셨나요?

인간이 살아가면서 거치는 4개의 큰 예식이라는 뜻으로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

결혼을 의미하는 혼례,

죽음을 애도하는 상례,

그리고 조상에 대해 경의를 올리는 제례로 구성됩니다.

오늘은 그중 상례에 해당되는

장례식에서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노래인

상여소리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

< 출처 -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국립무형유산원 >

상여란 운구에 쓰이는 기구입니다.

상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조립식으로 만드는 반영구적 상여이고

다른 하나는 일회성으로 쓰고 태우는 상여입니다.

흔히 한번 쓰고 태우는 상여를 사용하고

이를 꽃상여라고 일컫습니다.

상여를 메고 가는 향도꾼 혹은 상두꾼으로 불리는

상여꾼들이 부르는 소리를 상여소리라고 하며

지역에 따라 만가, 향도가, 회심곡 등으로

다르게 불리고 있습니다.

▼ 아래 영상에서 회심곡 감상하기 ▼

지역마다 제목이 달랐지만

노래 가사의 상당 부분이 비슷하고

선율의 골격도 지역 간에 차이가 적습니다.

다만 충청남도의 공주지방에서는

혼자 메기지 않고 4인의 합창으로 선창하고

이어서 모두가 받는

짝타령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상여소리는 어떤 형식으로 불릴까요?

상여소리는 상여가 나가기 전에 예행연습을 시작으로

하관 뒤 무덤을 다지는 과정까지 이어집니다.

망자와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의미와

장례를 치르기 위한 노동이 합쳐져있어

의식요이자 노동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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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소리와 함께 운구하는 모습 < 출처 - 뉴시스 >

노동요는 대체적으로

선창하는 소리인 메기는 소리와

다 같이 후창하는 소리인 받는 소리로 구성됩니다.

메기는 소리는 독창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며

그렇기 때문에 소리 하는 사람의 목청도 좋아야 하고

소리를 구성지게 잘 해야 합니다.

메기는 소리에는 보통

"북망신천이 머다더니 내 집 앞이 북망일세",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이나 일러 주오",

와 같은 노랫말이 많이 쓰입니다.

이 노랫말 가사의 구조를 보면

어딘가 정형 시조가 생각납니다.

그 이유는 바로 4+4 규칙 때문인데요.

"아침나절 / 성튼 몸이

저녁나절 / 병이 들어"

와 같이 4+4의 8자가 앞구와 뒷구를 이루는 것으로

모두 16글자의 문답식으로 짜인 것이

3장 6구체로 구성되어

앞구와 뒷구가 총 15자를 넘지 않고

초장, 중장, 종장의 구성을 갖고 있는

정형시조의 구성과 비슷합니다.

시조와 비슷한 길이의 가삿말 때문에

선창하는 선소리꾼은 암기력도 좋아야 했고

상여를 매고 무덤까지 가는 여정만큼

노랫말을 만들어 낼 만한 창의력도 요구되었습니다.

노랫말을 잘 외우고

목청이 좋은 사람이 메기는 소리를 하고 나면

상여를 맨 여러 사람이 받는 소리로 뒷소리를 받습니다.

받는 소리는 주로

"너허 너허 너화너 너이 가지 넘자 너화 너" 혹은

"에헤 에헤에에 너화 넘자 너화 너" 등의

후렴구와 같은 노랫말이 많이 사용됩니다.

때때로는

처음의 느린 부분에

"관세음보살", "관암보살", 나무아미타불" 등과

같은 불가의 노랫말이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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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놀이의 대표인 진도 다시래기의 일부

< 출처 -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국립무형유산원 >

상여소리는 상 치르기 전날부터 시작됩니다.

예로부터 호상이라고 생각이 되면

상여놀이 혹은 빈 상여놀이라고 하여

다음날에 있을 출상의 예행연습을 겸한

놀이를 통해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는데요.

상두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앞서 말했던 상여소리를 하면서

상가의 마당에 다다르면 상가에서는 상두꾼들에게

음식을 대접합니다.

이때 사위를 상여에 태우기도 하고

장난기가 많은 상주 친구가 나서서

거짓 상주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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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하는 상여소리는

'장맞이' 혹은 '말메이는 소리'라고도 합니다.

앞소리를 부르고 상여를 옮기면서 흔드는 종인 요령을

잡았다 하여 '요령잡이'라고도 하는 선창자는

요령을 흔들며 애처로운 소리로 메기는 소리를 합니다.

메기는 소리의 가삿말 내용은 대부분

유교, 불교, 도교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삼강오륜의 도덕을 강조하거나 교훈적인 내용,

또한 고인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칭찬하는 내용이나

고인의 유언을 담은 가사를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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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해야 할 상중에도 이런 놀이를 하는 까닭은

상주와 정서적인 공감을 하고

또 상주를 웃게 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후대의 자손들이 즐겁게 놀아야만

망인이 극락 왕생하여 자손들에게 복을 준다는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이 깔려있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상여소리는

출상을 시작할 때 부르는 서창소리,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행상소리,

묘지에 다다르기 위해

산에 오르면서 부르는 자진상여소리,

하관 후에 묘지를 다듬으면서 부르는 달구소리

이렇게 4가지로 나뉩니다.

서창소리는 24~32명으로 구성된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죽은 이의 혼이 집을 떠나기 서러워하는 심정을

나타내기 위해 느리게 부르는 소리입니다.

대게 출상해서 천천히 나갈 때는

굿거리장단으로 시작하는데

선소리꾼이 혼자 독창으로

"아침나절 성튼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 하면

모든 상여꾼들이

"오~호, 오~호. 너거리 넘차 너~허 너~어"라고 하여

'너거리 넘차'가락이라고도 합니다.

"실낱같이 약한 몸에, 태산 같은 병이 들어"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는 것은 냉수로다"

"눈물 짓고 이별하고, 황천길로 떠날 적에"

서창소리 중 선창 가삿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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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국립무형유산원 >

동구 밖으로 나가게 되면

행상소리를 부르게 되는데요.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소리를

행상소리라고 합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 다다르거나

하관 시간까지 촉박한 경우가 생기면

서창소리로 느리게 진행하다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반맥이 굿거리'라는 조금 빠른 장단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지역마다 장단의 명칭은 일정하지 않지만

'잦은 굿거리', '반맥이 굿거리' 또는

"오-호"라고 받는 소리를 본떠

'오호 소리'라고도 합니다.

서창소리와 비슷한 노랫말 구조로 부르며

때로는 즉석에서 지어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 묘지는 산에 위치해있는데요.

산에 올라가면서 부르는 노래를

자진상여소리라고 합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가파른 산길이나

외다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 빠른 박자인 자진모리장단으로

"오호", "어화 넘차"와 같은 후렴구로

선소리를 받아칩니다.

빠른 장단으로 노래를 부름으로써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했던 것입니다.

(메) 병풍 안에 (받) 오호

(메) 그런 닭이 (받) 오호

(메) 짧은 목을 (받) 오호

(메) 길게 뽑고 (받) 오호

자진상여소리 중

묘지에 다다르게 되면

다시 느린 가락으로 바뀌어

애절하고 슬프게 노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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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질 하는 모습 < 출처 - 뉴시스 >

마지막으로 하관하고 나서

묘지를 단단히 다듬으면서 하는 노래인

달구소리를 부릅니다.

중중모리장단이나 늦은 자진모리장단으로

선소리꾼이 북을 치며 메기는 소리를 하면

달구꾼들은 같은 장단으로

"어허 달공"이라고 받는 소리를 합니다.

노랫말의 내용은 묫자리가 명당이라는 덕담이

주를 이루고 있고

달구소리 후반에는 빠른 장단으로 된

잦은 달구소리를 부르며 달구질을 마무리합니다.

오늘날에는 장례문화가 변하여

상여가 아닌 리무진으로 운구를 하기 때문에

상여소리를 듣기가 힘든데요.

전통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각 지방에서는

사라져가는 지역의 고유한 상여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더 소소하고 알찬

국악 지식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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