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의 바보 들 에게 웃으면 서 화내 는 방법

세상 의 바보 들 에게 웃으면 서 화내 는 방법

우리는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을까? 악의나 잔혹함에 분개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없지만, 어리석음에 분노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데카르트가 말했던 것과는 반대로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 것은 양식(良識)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 아주 까다로운 사람들조차도 자기 안의 어리석음을 없애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저자 서문 중에서 -
발췌문에 이어지는 단락들은 책에 있는 소제목 하의 全文을 실은 것이다.

"이놈의 나라엔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우리는 서로 질세라 앞다투어 그렇게 뇌까린다. 그러다가 자학적인 기질이 발동하면, 외국은 모든 점에서 우리보다 낫다고 덧붙이기 일쑤다. 더러는 그런 푸념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합리적인 양식이 인종과 국적과 사회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가 골고루 나누어 가진 자질이듯이, 무능력 - 또는 어리석음 - 도 인류의 천부적인 특성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바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위에서 말한 일들을 맡고 있는 바보들의 봉급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택시운전사란 온종일 다른 운전자들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차들이 붐비는 속을 요리조리 헤쳐 나가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사람의 형상을 한 피조물은 무조건 혐오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을 두고 세상물정 모르는 상류층의 급진주의자들은 택시운전사들이 모두 파시스트라고 말한다.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택시운전사들은 이데올로기 문제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이 노동조합의 가두행진을 싫어하는 건 정치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시위대가 교통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기차는 탈 수도 있고 안 탈 수도 있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기차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관한 막스 베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가난한 사람으로 남는 실수를 범한 죄에 대한 벌이다.


진짜 해적들은 신의도 법도 모르는 악당이다. - 중략 - 그들은 행실이 나쁜 여자들의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비이며, 험상궂고 추저분하고 마늘냄새와 럼주냄새를 풍기는 불한당이다. 그러나 세월은 약이고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할리우드의 영화쟁이들이 손을 대자, 그들은 일약 전설적인 영웅이 되었고, 섬에 관광을 온 가족들에게 매력적이고 모험적인 삶의 본보기로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매스터 데이 타임>, <메모리 팰>, <루스리프 식 타이머>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기적의 비망록이다.
- 중략 - 기적의 비망록을 파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 1월 1일에 스미스라는 사람을 만나 거의 열두 달이 지난 뒤인 12월 20일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고 치자. 사람의 정신으로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자질구레한 사항을 기억하고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1월 1일에 기적의 비망록을 펼치고 12월 20일의 페이지에 <오전 10시, 스미스 씨>라고 적는다. 그러면 놀랍게도 1년 가까이 그 부담스런 약속을 잊고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저 12월 20일 오전 7시에 아침을 먹으면서 비망록을 열어보기만 하면 기적처럼 그 약속이 생각날 것이다 운운.
그러나 만일 12월 20일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나 점심을 먹으면서 비망록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어쩔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만일 당신이 이 기적의 비망록을 사기 위해 50달러를 썼다면, 그것은 당신이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상식쯤은 지니고 있는 사람임을 뜻하는 것이다.


희극의 실행 여부가 계급을 가르는 새로운 장벽이 되었다. 즉, 옛날에는 마음놓고 노예를 비웃는 데서 주인임이 인정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마치 노예들만이 주인을 조롱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드골의 코나 아넬리의 주름살이나 미테랑의 송곳니를 아무리 웃음거리로 만든다 해도, 놀림을 당하는 그들이 놀리는 자들보다 언제나 더 강한 쪽이 될 것임을 우리는 직감으로 알고 있다.


무해한 얼간이를 조롱하던 희극적인 인물은 퇴장하고 자기의 박약성을 스스로 드러내며 아주 행복해하는 정신박약자를 직접 등장시켜 스타를 만든다. 누구도 불만이 없다. 바보는 자기를 드러내서 좋고, 방송사는 배우에게 보수를 지급할 필요 없이 쇼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좋고,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가학증을 충족시키면서 타인의 어리석음을 조롱할 수 있어서 좋다.


만일 당신이 사형에 찬성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마땅히 사형수가 버둥거리고 껄떡거리고 지지직 타들어가고 소스라치고 움찔거리고 콜록거리다가 저의 더러운 영혼을 하느님께 되돌리며 숨을 거두는 장면을 보아야 한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더 솔직했다. 그들은 처형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표를 샀고, 죽어가는 사형수를 보면서 미친듯이 좋아라 했다. 당신 역시 사형이라는 최고의 정의를 지지한다면, 먹고 마시면서, 아니면 무엇이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아해야> 마땅하다. 사형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면 마치 그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될 일이다.


가마우지 : 농담하지 마세요. 아직도 사람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벌써 오랜 전 얘기예요. 오죽하면 유니세프에서 까지 자기네 일을 도와달라고 나에게 제의하겠어요? 그들은 아프리카의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눈에는 파리 떼가 달라붙어 있고 배가 공처럼 잔뜩 부풀어 있는 아이들을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모습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줘요. 사람들은 얼른 채널을 돌려 버리지요. 동물은 그와 달리 사람들로 하여금 측은한 마음을 갖게 해요.


처음에 매스 미디어는 우리로 하여금 가상세계를 현실로 믿게 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현실을 가상으로 여기게 한다. TV 화면이 현실을 많이 보여주면 보여 줄수록 우리의 일상은 점점 더 영화처럼 되어간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우리는 몇몇 철학자의 주장과 비슷한 이런 식의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세계에는 오로지 우리만이 존재하며 우리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신이나 악마가 우리의 눈앞에 투사한 영화일 뿐이라고.


진짜 힘있는 사람은 걸려오는 전화를 일일이 받지 않는다. 늘 회의중이라서 전화를 직접 받을 수 없는 자, 그가 바로 힘있는 자이다. 경영진의 말석이라도 차지한 사람에게는 성공의 두 가지 상징인 개인 화장실 열쇠와 <이사님은 지금 회의중이십니다>라고 대답하는 여비서가 있게 마련이다.
이렇듯 휴대폰을 권력의 상징으로 과시하는 자는 오히려 자기가 말단사원의 한심한 처지에 놓여있음을 만인 앞에서 고백하는 셈이다.


위에서 말한 것이 바로 상류층 사람들이 시가를 피우는 이유이고, 사회가 시가를 관대하게 용인하는 이유이다. 설령 시가를 피우다가 건강을 해친다 할지라도, 그것은 품격 높은 자살행위일 뿐, 가난뱅이들이 궐련을 피우다가 개죽음을 당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 하나를 덧붙이고자 한다. 청교도의 나라, 위생과 보건의 나라, 수많은 질병과 죽음이 찾아올 것임을 알리는 보건부의 불길한 경고문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담뱃갑에 새겨넣은 나라 미국에서 반흡연 투쟁이 한창 고조되어 있는 이 때에,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세상에, 그 나라에서는 약국에서 담배를 팔고 있다. 참 알다가도 모를 나라이다.


설령 자기는 차라리 잊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가가 있다 할지라도 출판사들이 그가 잊혀지도록 그냥 내버려둘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 중략 - 글다운 글은 한 줄도 쓴 적이 없는 작가들마저 망각 속에서 끌어내는 판국이니 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후손이란 식탐은 많으나 미식가는 못되는 자들이다.


그들은 사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죽기 전의 삶이 무척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것을 당장 놓아버리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들은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가능하면 나중에 가기를 바란다.

<맞습니다>라는 말로 대답하지 않는 방법

우리는 구어(口語)에 범람하는 판에 박은 말을 상대로 한 싸움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맞습니다>도 그런 말 중의 하나다.
요즈음엔 너나 할 것 없이 동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맞습니다> 또는 <맞아요>라고 대답한다. 그 말이 널리 사용되게 된 데에는 초창기의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에서 정답임을 나타내기 위해 영어의 <댓스 라이트>나 <댓스 커렉트>를 모방했던 것도 한몫을 했다.
따라서 <맞습니다>라고 대답하다고 해서 그것을 꼭 어법에 맞지 않는다거나 예의에 어긋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말을 배운 사람을 스스로 드러낸다는 점이 문제가 될 뿐이다.
<맞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어느 세제회사의 경품으로 받은 것임을 누구나 뻔히 아는 백과사전을 자기 집 거실 서가에 버젓이 진열해놓는 것과 같다.
그 말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독자들을 돕자는 뜻에서, 여기에 사람들이 대개 <맞습니다>나 <맞아요>라고 대답하는 질문이나 단언들의 목록을 제시하고, 동의를 표시하기 위해 바꿔 쓸 수 있는 말들은 각 문장 뒤의 괄호 안에 넣기로 한다.

- 나폴레옹은 1821년 5월 5일에 죽었습니다. (훌륭하십니다.)
- 실례합니다만, 여기가 가리발디 광장인가요? (네.)
- 여보세요, 마리오 로시 선생님 댁인가요? (누구세요?)
- 여보세요, 저는 마리오 비안키입니다. 마리오 로시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바로 접니다.)
- 제 셈이 맞는다면, 제가 아직 1만 리라를 더 드려야 하지요? (예, 1만 리라입니다.)
- 뭐라고 하셨지요, 의사선생님, 에이즈라고요? (정말 가슴 아프지만 사실입니다. 미안합니다.)
-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방송에 전화해서 실종된 사람을 만났다고 알려 주셨지요?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 경찰입니다. 로시씨이십니까? (카를라, 짐 꾸려!)
- 아니, 자기 팬티 안 입었잖아! (그걸 이제 알아차렸어?)
- 몸값으로 10억 리라를 요구하는 겁니까? (이렇게 카폰을 갖추고 돌아다니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겠소?)
- 보아하니, 당신 10억 리라짜리 부도 수표에 서명을 하고 나를 보증인으로 내세운 거 아니야? (당신의 예리한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
- 벌써 탑승이 끝났나요? (저기 하늘에 작은 점 보이시지요?)
- 뭐라고? 너희들 지금 날 바보 취급하는 거야?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는군.)

독자들은 나에게 물을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맞다>라고 대답하지 말라고 권하는 것인가?
맞다.

안옵티곤

안옵티콘은 육각형의 다른 건물 다섯 동을 안에 지니고 있는 육각형 건물이다. 육각형으로 나 있는 다섯 통로와 중앙에 자리한 육각형의 닫힌 방만이 다섯 건물의 벽사이에서 협소한 주거공간을 이루고 있다. 안옵티콘은 <아무도 보지 못하면서 모두에게 보일 수 있음>의 원리를 실현하고 있다.
안옵티콘의 주체는 중앙의 폐쇄된 육각형 방안에 있는 간수이다. 이 방을 밝히는 것은 원뿔대 모양으로 난 두세 개의 채광창인데, 이 채광창은 위에서 빛이 들어오게 해주지만 간수가 이 채광창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동그란 하늘 조각뿐이다. 간수는 수감자들이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육각형의 다섯 통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른다.
수감자들은 통로로부터 역시 원뿔대 모양으로 난 채광창을 통해 간수를 감시할 수 있다. 감시를 당하는 간수는 자기가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누구 언제 자기를 감시하는지도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안옵티콘은 간수로 하여금 감옥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 어떠한 통제도 할 수 없게 한다. 그는 수감자를 감시할 수도 없고 탈옥을 막을 수도 없으며 수감자들이 아직 있는지 누가 자기를 관찰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설령 누가 간수를 관찰하고 있다고 해도, 그는 그 사람이 수감자인지 이 자유방임기구(「혼인한 기계들」, 「일곱의 다른 남편들이 옷을 입혀 준 동정녀」 참조)의 임시 방문자인지 알 수가 없다.
안옵티콘은 간수의 완전한 책임면제라는 이상을 실현하며 다음과 같은 영원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누가 간수를 감시하는가 (Ouis custodiet custodes) ?>

비교 잡학 대학교 설립안

오시모리카(모순어법을 뜻하는 oxymoron에서 나온 말)학과
-  집시 도시 계획학
- 이슬람 포도주 양조학
- 무성 영화 음성학
- 점자 도상 해석학
- 혁명 제도
- 프랑코게르만 어
- 우랄멜라네시아 어
- 우그로로망 어
- 달나라 수리학
- 파르메니데스 역학
- 헤라클레이토스 정역학
- 티벳 해양학
- 우주 현미경 검사
- 위장 안과학
- 스위스 비잔틴 문화 연구
- 탈선 규범
- 대중 귀족 정치 제도
- 민중 과두 정치 제도
- 혁신적인 전통의 역사
- 동어 반복 변증법
- 불Boole 대수 논쟁술
- 아디나타("가능하다"라는 뜻)
- 중세 에트루리아 어의 운명
- 모르스 부호의 형태소
- 남극 농업사
- 헬레니즘 시대의 미국 역사
- 파스쿠아 섬의 회화사
- 수메리아 현대 문학
- 몬테소리 시험 제도 연구
- 사하라 사막에서의 군중 심리학
- 신도네의 색가(色價) 현상학
- 구석기 시대 회화사
- 쥐라기 농업사
- 성당 기사단 가족제도사
- 아프리카 호랑이 해부학
- 아시라아 바빌로니아 우표 연구
- 아즈텍 경마
- 콜롬비아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전 제국들의 바퀴기술
- 교수(絞首)에 의한 연기증(嚥氣症) 치료
- 침묵의 음운론

비잔틴 문명 연구 학과
- 수압을 이용한 뇌 절개
- 덴마크 식 오럴 섹스에서 성문(聲門)의 기능에 관한 현상학
- 불가식별 소립자의 현미경 검사
- 비표준 집합의 심리치료
- 비형식 논리학
- 망각술
- 선(先) 선소크라테스 시대 철학사
- 고고학 연구소들에 관한 고고학
- 바티칸 지리학
- 모나코 공국의 식민지 역사

테트라필록토미아(머리카락을 넷으로 자를 수 있는 학문) 학과
- 수면문자학
- 남의 엉덩이에 불을 붙이는 기술
- <꺼져라> 같은 상투적인 표현들의 분석
- 고환을 때리는 기술
- 항문 삽입 리듬 연구

이 대학교에서 비교 잡학 학사 학위를 얻고자 하는 학생들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18개 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시험에 대비해서 읽어야 할 책들은 각 과목 별로 60권에 달한다. 책의 제목은 텍스트와 일치할 필요가 없고 만일 텍스트가 있다면 그것이 제목과 일치할 필요도 없다. 참고도서 목록은 할리퀸 출판사의 편집 기준에 따라 작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