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창조가 왜 그토록 강조되는 것일까요? 최은석(이하 최) 10년 전 <포천>에서 500대 기업을 뽑으면 1, 2등 기업이 액슨 모빌이나 GM 같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산업화 시대의 기업이었고, 정보화 시대에는 IBM이 등장했죠. 요즘에는 구글, 페이스북이고요. 꿈의 사회, 드림 소사이어티라고 하잖아요. 선진국에서는 이게 메가트렌드가 됐고, 여기에 구글과 애플의 창의성이 대두되니까 마치 창조가 우리를 먹여 살릴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창조가 근본적인 트렌드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과연 창조가 돈이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과거 애플에서도 획기적이면서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었지만 매출을 높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외관이 아름답거나 기능이 혁신적인 것 모두 창조에 포함되기도 하고, 또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만 창조적인 것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다 돈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박 예술은 표현이고 디자인은 배려입니다. 애플이 디자인에 힘을 들였음에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간호섭(이하 간) 칼 라거펠트는 상업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디자이너입니다. 샤넬, 펜디, 클로에 등 1년에 12번의 컬렉션을 진행한다는 건 상업적으로 완벽하게 성공한 패션 디렉터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창조를 생각할 때는 그 사람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칼 라거펠트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떠올리긴 어렵습니다. 샤넬의 트위드 재킷을 봤을 때 칼 라거펠트를 바로 생각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하지만 그가 여전히 기억되고 회자되는 이유는 오랜 전통의 명품 브랜드들은 레노베이션해서 모던화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오늘날 기업과 정부, 사회가 요구하는 크리에이터는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인가요? 큰 그림을 그리면서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크리에이터는 어떤 사람일까요? 최 본질 다음이 ‘변신’인 것 같습니다. 본질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특히 뉴미디어 분야에서 원하는 자질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시대상의 흐름이 빠르지는 않았으니까 예술가들이 자신의 모습을 휙휙 바꿀 필요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끊임없이 압축해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21세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창조적인 사람에게 끊임없는 자기 변신이 필요하게 된 거죠.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계속 변신시키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현 시대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른
크리에이터일수록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세 분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궁금합니다. 최 작년에 ‘라이브파크’ 론칭 준비를 하면서 ‘프로토콜’을 맞춘다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서는 로봇, 저기는 뭐, 저기는 뭐, 서로 사용하는 단어가 너무 다르니까. 10초 안에 상대방과 소통이 가능한 단어나 문맥을 찾아서 대답을 받아내는 거죠. 저는 한국말을 문학전집을 통해 배웠어요. 구어체보다 문어체를 먼저 배운 거죠. 그래서 구어체의 뉘앙스, 그러니까 쓸데없이 감정을 담아 함정에 빠지는 오류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라이브파크를 론칭하면서 한 번에 200명, 300명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했죠. 내 작품으로 세상을 설득해야 하니까 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대림미술관 측에서 준비한 질문이 마무리된 뒤 이날 토크를 위해 미투데이를 통해 들어온 질문과 현장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국민대 공업디자인과 OOO입니다. 무언가를 만들 때 레퍼런스를 참고하라고 하는데, 그 얘기는 솔직히 외국의 잘나가는 것을 하나 베끼라는 말로 들립니다. 단가나 시간 때문이겠죠. 이런 상황을 계속 참고 일해야 하는 건지, 그렇게 억눌렸을 때 어떻게 방향성을 찾아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기업이 산업 전반을 지배하는 ‘그룹사’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나라잖아요. 또 전 세계에서 인구 1인당 디자이너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나라이면서 디자이너의 은퇴율이 가장 높은 나라고요. 하청에 또 하청을 주는 구조, 크리에이터들에게 창의력을 요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체력에 기반한 물리적 노동력을 요구하죠. 속도전이다 보니 벤치마킹, 즉 베끼는 능력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저도 그게 싫어서 창업을 했고요. 지금도 여전히 크리에이터들을 착취하는 구조에서 못 벗어나요. 그렇다고 제가 대통령을 할 수도 없고. 현실을 한탄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아니면 대기업에서 확실히 정치해서 임원이 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아요.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OOO입니다. 저는 또래에 비해 인풋이 무척 많은 것 같은데 만족할 만한 아웃풋이 나오지 않아 남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쯤 좋은 결과물이 나와 인정을 받고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박 22살이라고 했죠? 지금 아웃풋할 때가 아니에요. 인풋하세요. 재능은 쥐어짜는 ‘스퀴즈 아웃(squeeze out)’이 아니라 차고 넘치는 ‘스필 오버(speel over)’하는 게 좋아요. 40살까지 살고 죽을 거 아니면 인풋하세요. 자기 안에 쌓여 있으면 언젠가 흘러나올 겁니다. 그 흘러나오는 게 유명하게 만들어줄 거에요.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OOO입니다. 저는 패션디자인을 복수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