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촌 살인 민주당 누구

박근혜 5촌 살인 민주당 누구

지난 25일 열린 SBS '2016 SAF 연예대상'의 방송 장면.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이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하고 있다. ⓒ sbs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끝내 침몰하지 않으니까, 늘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용기 내서 많이 제보를 주시면 저희도 2017년에도 부끄럽지 않은 방송, 할 말은 다 하는 방송 최선을 다해서 만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위바위보에 져서 발언을 하는데(일동 웃음), 제가 시사교양 PD입니다. 어제가 성탄절이어서, 박근혜 대통령님께. 산타할아버지는 어제도 그렇고 앞으로도 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5일 열린 SBS '2016 SAF 연예대상'. 교양 다큐 부문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동료 PD와 함께 무대에 오른 도준우 PD는 머쓱한 표정과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란 의미의 강렬한 수상 소감을 남겼다.

이 수상 소감은 트위터에서만 1만여 회 리트윗이 되며 며칠 후까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각 매체들도 앞 다퉈 '<그것이 알고 싶다> PD의 사이다 수상 소감'과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같은 날 배정훈 PD 역시 트위터에 엇비슷한 소감을 남겼다.

"2016 SAF 연예대상. 탐사보도가 환영 받는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사회가 병 들었다는 전제에서 시작하겠죠. 내년엔 이런 호강 하지 않길 바랍니다, 산타 할아버지. 알고 계신 것들 좀 제보해주세요. 02-2113-5500 / . "

그러나 산타 할아버지마저도 번역기가 필요한 대통령과는 소통이 불가능한 것 같다. 아무리 국민들이, 언론이 청와대를 향해 촛불을 들고 글로, 말로 난타를 해도 꿈쩍도 않는 걸 보면. 오히려 30일에 박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국민들이 또 한 번 분노할 만한 발언을 전해주기까지 했다.

이틀밖에 남지 않은 2017년 정유년, 결국 국민들도,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 PD들도 할 수 있는 일은 정답처럼 나와 있는 듯하다. 치타와 장성환의 '옐로 오션'을 트위터에 소개하며 "많이 늦었지만, 각자가 자기 역할을 다해야할 때"라고 적은 배 PD의 다짐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제 할 일에 매진하는 것 말이다.

이러한 <그알> PD들의 바람에 응답하듯, 야당 국회의원들이 발 빠르게 제 할 일을 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과 관련해서다(관련 기사 : '박근혜 5촌간 살인사건' 이보다 더 소름끼칠 순 없다)

"박근혜 대통령님께, 산타 할아버지는 '거짓말' 다 알고 계십니다"

박근혜 5촌 살인 민주당 누구

▲ '박근혜 5촌 살인사건' 특검 수사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2011년 발생한 박근혜 대통령 5촌 조카 박용수, 박용철 사망 사건 및 육영재단 폭력사태 등 특검의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 설훈, 이석현, 김경협, 전해철 의원. ⓒ 남소연

"우리는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에 관한 기존 수사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기존 수사에 대한 강북경찰서 해명을 반박하는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며, 위 사건에 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자 한다. 특검이 수사해 달라."

30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는 <그알>이 방송한 박근혜 대통령의 5촌조카 살인사건과 관련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촉구하며 국민조사위가 수집한 자료를 특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은 김효은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경찰과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 사건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동생 박지만 회장,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의 주인공인 최순실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등장한다. 현 정권 최고 권력자들의 등장만으로도 사건의 무게와 심각성은 예사롭지 않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서둘러 재수사는 없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은 진실을 은폐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하루 앞선 19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그알>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사건과 관련 "의혹만 가지고는 재수사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지금도 종합적인 수사 결과와 진술을 보면 피의자가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결론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공은 특검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잘 짜인 각본에 의해 살인과 자살로 연출된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됐다"는 국민조사위의 설명처럼, 이 사건은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의혹이 일었던 사건이었다.

한때 '음모론'으로 치부되기도 했었고,  <시사IN> 주진우 등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이 제기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과 함께 <그알>이 사건을 재조명했고, 국민적 의혹이 일면서 민주당이 검경에 재수사 촉구한 끝에 박영수 특검에 수사의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알>의 박 대통령과의 전쟁은 계속된다

박근혜 5촌 살인 민주당 누구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의 한 장면. ⓒ sbs

"취재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살해한 뒤에 자살했다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는 것, 박용철씨가 신동욱씨 납치미수 사건의 진상을 밝힐지 모르는 녹음파일을 갖고 있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박용철씨 사망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혹시 누군가 조직폭력배를 시켜 박용철씨를 살해하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박용수씨까지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한 거라면 그 명령은 누가 왜 한 것인지, 실제 범행의 실행자는 누구인지 이제부터 수사기관이 밝혀야 합니다."

지난 <그알>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편에서 진행자 김상중의 멘트를 통해 제작진이 정리한 의혹들이다. 여느 스릴러 영화보다 더 잔혹하고 치밀한 사망사건의 의혹,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렀던 시기에 일어난 이 사건은 사망한 박용철씨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계돼 있는 육영재단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박영수 특검이 조사해 볼 만한 가치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국민적 의혹이 일었던 사건을 언론이 다각도로 취재하고, 그렇게 여론이 환기된 사건을 정치권이 나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하는 일련의 궤적은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꽉 틀어 막혔던 언로는 물론이요, 이제는 국민적 여론이 언론과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나 청와대-문체부 블랙리스트을 포함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다각적인 수사에 잰걸음을 내고 있는 박영수 특검이 이 사건의 수사를 위해 좀 더 분발을 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제보 요청]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세월호 관련 성명 및 시국선언, 또는 특정 정치인 지지 등을 이유로, 직간접적인 피해나 불이익을 겪으신 문화예술인 분들의 용기있는 제보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알> 제작진은 다시 제보 관련 공지를 냈다. 이번에는 '블랙리스트'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들의 제보를 요청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국정농단 사태의 그림자를 부지런히 캐고 있는 <그알> 제작진은 앞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제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최근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작진은 박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에 대한 후속 취재가 진행 중임을 언급했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로 호응 중인 국민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 <그알>의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쟁'은 2017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