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대한 불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대한 불만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집 구하기 프로젝트

내가 찾는 게 무지갯빛 행복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래도, 너와 나는 행복하고 싶다. 그러려면 늘 ‘이것만 있으면’ 혹은 ‘이것만 된다면’하는 게 있다. 열 살 소녀 이레의 ‘이것만’은 ‘집’이다. 미니 봉고차 생활만 벗어나면 살 것 같다. 행복을 찾기 위한 이레의 고군분투기는 어른이 읽어야 할, 한 편의 속 깊은 동화다.

가족이 나오고, 아이가 나오고, 개가 나오는 영화라?… 사람마다 취향이 제각각이지만 이 한 줄의 설명으로 보면 분명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코드가 아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은 만일에 입소문이 없었더라면 일부러 찾아보거나 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을 영화다. 하지만 <개훔방>은 훈훈하고 따뜻하면서도 결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괜찮은 영화라는 평이 자자했다. 이 영화가 상영됐을 때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괜찮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가 왜 이렇게 어렵냐는 거였다. 입소문을 듣고 영화관에 가려고 보니 개봉관도 적었고, 그마저도 일찌감치 종영됐다. 이유는 만인이 알듯 슈퍼갑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 때문. 급기야 <개훔방>을 아끼는 관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영화관을 빌려서 단독 상영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취향과 상관없이 이 영화의 매력이 몹시 궁금해진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고 여름이 돼서야 책상 위 컴퓨터 화면을 스크린 삼아 만나게 되었다.

넘치는 유머, 천진하지만 현실성을 갖춘, 무공해 영화이야기의 얼개는 단순하다. 열 살 소녀 이레 가족은 한순간 아빠와 집을 잃어버린다. 벌써 한달째 이레는 남동생 지석이와 엄마와 함께 집이 아닌, 미니 봉고차에서 생활하고 있다. 엄마 말로는 딱 일주일만 있다가 집을 구할거라고 하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당돌하고도 야무진 우리의 주인공 이레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고맙게도 이레의 옆에는 어른보다 백배는 ‘어른스러운’(?) 친구 채랑이 있다. 집이 없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이레의 뒤를 밟아 봉고차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채랑이지만, 채랑은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이레의 손을 잡아준다. 무표정하고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똑부러지는 말투, 채랑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밋밋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이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천진함에서 비롯된 이 단순함이 사실은 세상을 푸는 열쇠일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이레와 채랑의 생각은 이렇다. 집이 없다면 집을 구하면 되는 일. 둘은 ‘평당’(평당의 의미를 모르는 아이들이 지역명으로 아는)에 있는 500만원짜리 집이 목표다. 그렇다면 500만원만 손에 넣으면 된다. 두 꼬마의 모의는 실소를 자아내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집 잃은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을 준다니, 개를 훔쳐서 사례금 500만원을 받으면 된다. 어른 같은 말투를 쓰며 철없는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을 ‘찜쪄먹는’ 아이들인데, 이 신기한 대조가 작은 영화를 큰 영화로 만드는 힘이다. 현실적인 공상에 빠진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상쾌한 유머를 던져주는 한편, 사이사이 어른인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레와 채랑과 남동생 지석의 작당을 담은 아기자기한 노트, 중간중간 등장하는 동화적인 CG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함을 선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이들의 집 구하기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대한 불만

 

‘행복을 위한 전제’ 같은 건 없어

세 꼬마는 전략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다. 500만원이 있어도 ‘평당에’ 있는 집을 사기 어려울 거라는 현실을 빼놓고 보면, 이들의 계획은 성공할 듯 보인다. 꼬마들은 우여곡절 끝에 마르셀에 있는 우아한 노부인의 개 월리를 손에 넣는다. 또 월리를 찾아주면 500만원을 주겠다는 전단지를 내거는 데도 성공한다. 이제 월리를 노부인의 손에 안기고 500만원을 받으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그러나 영화는 조금씩 비틀리고 꼬여간다. 그리고 계획이 비틀리는 순간마다 이레의 얘기가, 철없어 보이는 엄마의 속마음이, 노부인의 사연이, 떠돌이 대포의 철학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개를 훔치고, 개를 찾는 전단지를 찾아서, 개를 데려다주고, 그 대가로 500만원을 받아서, ‘평당에’ 있는 집을 사고, 그 집에서 반 친구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열 수 있다면, 이레는 행복할 것이다. 지석과 엄마와 자신이 행복하려면 반드시 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지레가 생각하는 행복의 전제조건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대한 불만

그런 이레의 생각을 도발하는 어른은 떠돌이 대포다. 세상 전체를 집 삼아 사는 것,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힘을 내주는 데서 기쁨을 얻는 것. 대포라는 존재는 이레에게 혹은 우리에게 행복을 위한 전제, 혹은 행복하기 위한 목표 같은 게 꼭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레는 마지막 순간에 500만원을 받아서 집을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지켜주는 것, 그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 가족과 가족,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것, 그것이 ‘집’을 얻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열 살 소녀라서 세상의 진짜배기를 단박에 알아보고, 단박에 받아들인다. 천진함의 힘이 느껴진다. 행복을 위한 전제들이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가. 사소한 것에서부터 대단한 것까지. 그 틀을 남들과 견주느라 우리는 진짜 행복을 잃곤 한다.

미국 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의 소설은 작품성도 인정받고 베스트셀러에도 오른 걸작이다. 뛰어난 원작과 천연덕스런 연기를 보여준 어린 배우들과 그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준 어른 배우들의 조화가 상업적 코드가 범람하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작지만 담백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 힘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돈이란 권력과 맞물려 있는 배급 시스템은 성장해야 할 우리 영화의 싹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울 뿐이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속깊은 동화 같은 이런 영화들이 더 자주 관객들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학수고대한다.


이 책은 재미있고 유쾌한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이라고 해서 다 큰 어른인 내가 못 읽으라는 법은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어 부담이 오히려 덜하다

주인공인 조지나와 그의 동생 토비가 자신들의 만족스럽지 못한 불만투성이의 가정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현상금을 노린 개훔치기를 실행하는 이야기이다.

11살 소녀의 시각을 통한 세계는 어떨까?

세상은 그러나 침울하지 않고 무엇인가 발랄하고 경쾌하다. 조지나와 토비는 자동차에 살면서 씻지도 못하고 같은 옷을 여러 번 입어 거지꼴이 된다. 이 때문에 친구들은 조지나와 토비를 피하기도 하고 같이 놀더라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이 책이 갖고 있는 밝은 분위기 속에 소외된 이웃이 담겨있는데, 신기하게 슬프지 않다. 
어쩌면 작가는 소외계층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보다는 그들의 삶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임을 인식하기 위한 의도를 보이기 위한 설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성정소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인 조지나가 ‘개를 훔치는 사건’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조지아는 처음에 친구 루앤을 바라보며 자신도 그런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대해 매우 슬퍼한다. 그래서 개를 훔치기로 하지만 자꾸만 드는 양심의 가책은 어쩔 수가 없다. 그녀에게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람은 부랑자 무키 아저씨다.

 “때로는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지.”

어린 조지아는 자신이 ‘개 훔치기 프로젝트’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행동에서 고약한 악취가 나고 있음을 느낀다. 마침내 조지아는 개를 돌려주고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끼며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더 즐거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 유아기적 사고와 감성을 벗어난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 또한

가끔은 "어떤 완벽한 방법"을 꿈꾸곤 한다.

성공을 위한 완벽한 방법일 수도 있고, 남보다 인정을 받을수 있는 완벽한 방법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무언가를 훔치기 위한 완벽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니 어른인 우리 또한 항상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