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2센스(sense) 그리고 넌센스(nonsense)정세인 작가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마주한 시대로부터 끊임없는 아이러니를 경험해왔다. 그가 타공판 텍스트 작업을 통해 단단하고 날카로운 속성을 지닌 알루미늄 패널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원형의 구멍들을 뚫어 텍스트와 텍스트를 병치시킨 것은 개인과 사회, 보편성과 통념, 진실과 역설에 대한 그의 질문이며, 세상을 향한 무기한 질문이다. 아이러니함을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보인 것.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 앞에서 사람들은 온 감각(sense)을 열고, 예술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넌센스(nonsense)들로 가득하다. ‘아이러니’는
그의 삶과 예술을 지속해서 움직이게 한다.타공판 텍스트 작업에 관한 일련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되나요?먼저 레퍼런스나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신문을 비롯한 텍스트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구글링, 팟캐스트나 음악을 통해서도 얻고요. 그런 자료들을 모으고 최종적으로 사용하기까지의 시간은 작업마다 다른 것 같아요. 이번 개인전에 사용하는 텍스트는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가 무려 10년 전이에요. 페인팅이 완성되기 전까지 작가가 그 이미지와 대화하고 씨름하는 것처럼 텍스트와도 그런 과정을 반드시 거치죠. 제 안에 확신이 설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종적으로 작업에 사용될 텍스트가 정해지면, 작품 사이즈를 정하고 그에 맞는 타공 크기를 정하는 편인데요, 반대로 하고
싶은 타공 크기에 맞춰 작품 사이즈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공 패널 주문 제작, 타공판과 겹칠 패널 주문 제작을 하고 스프레이 작업을 하기 전, 그라운드(기초) 작업을 하죠. 여기서 그라운드(기초) 작업이란, 타공판에는 그라인딩, 즉 요철을 생성한 후 프라이머를 칠합니다. 그때 종이 패널은 스프레이를 뿌릴 때 종이가 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아크릴 미디엄과 젯소로 여러 차례 칠하는 밑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그라운드 작업이 마무리되면 스프레이 칠을 한 후 바니쉬를 바르고 말린 다음 프레임 제작 업체에 보내서 최종적으로 완성하죠.타공판 텍스트 작업 중 어떤 과정이나 단계에서 가장 큰 희열이나 감흥을 느끼는지 궁금해요.타공판과 텍스트의 스프레이 칠을 끝내고 겹친 두 패널을 확인할 때 희열을 느껴요. 작은 사이즈 또는
조금 더 간소한 형태로 미리 만들어 보고 색을 먼저 확인할 때도 있지만 실제 크기가 큰 작업을 겹쳐서 직접 확인할 때 느끼는 희열과 기쁨의 크기나 무게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작업실에서 이루어지는 전체 과정에서 생기는 먼지들이 작업실에 쌓이면서 바닥이나 마스킹을 위해 놓은 박스 골판지 등에 생기는 우연이 만들어 내는 것들이 있어요. 그 결과물들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따로 모으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이 작업물들을 ‘더스트 페인팅(dust painting)’이라고 해요. 이 작업과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우연(chance)’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