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에 발 아래에 밝은 물이 가득 가득 고이었습니다

 

“엄마, 에어컨 켜요!”
 ‘푹푹 찐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무더운 어느 여름, 방문을 덜컹 열고나온 정훈이가 투덜거립니다.
 “맞아요. 선풍기는 하나도 안 시원해요!”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컵에 가득 따르던 정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칩니다.
 “얘들은! 에어컨이 전기를 얼마나 많이 먹는데.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무슨….”
 설거지를 마친 엄마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눈을 흘기십니다.
 “엉뚱한 소리들 말고, 엄마 요 앞에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정 더우면 수박이나 꺼내 먹으세요.”
 야속하게도 엄마는 코맹맹이 소리만 남기고 나가버리고 맙니다.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후텁지근한 여름입니다. 정말이지 선풍기를 최강에 틀어놓아도 훅훅 더운 바람만 쏟아질 뿐 도무지 시원하질 않습니다. 집안의 꽃나무도 시무룩 힘이 없습니다. 아까운 여름방학이 벌써 반이나 지나버렸지만 아빠가 바쁜 탓에 올 여름 정훈이와 정아는 피서다운 피서 한번 가지 못했습니다. 별 수 없다는 듯 정훈이가 냉장고를 열어 빨갛게 익은 수박을 꺼냅니다.
 “수박 말고 뭐 시원한 거 없을까?”
 중얼거리던 정훈이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턱으로 욕실을 가리킵니다. 정아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욕실로 달려갑니다.

 촤아아! 소리와 함께 욕조가 금방 물로 가득 찼습니다. 정훈이가 속옷차림으로 풍덩 몸을 던졌습니다. 깔끔쟁이는 정아는 샴푸거품을 잔뜩 묻힌 채 머리를 감습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정훈이가 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헹구는 정아의 머리 위로 샴푸를 계속 짜댑니다. 아무리 헹궈도 거품이 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정아가 살짝 실눈을 뜨더니 오빠의 등짝을 ‘짝!’ 하고 때립니다. ‘헤헤!’ 정훈이는 맞아도 즐거운가 봅니다. 정훈이가 주방세제를 듬뿍 넣어 만든 비눗물에 빨대를 찍어 후후 불어댑니다. 그러더니 샤워기를 틀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비눗방울을 폭 폭 터뜨립니다. 갑자기 샤워기 꼭지를 정아에게 돌려댑니다.
 “왜 그래 오빠! 눈에 비눗물 들어갔잖아.”
 물벼락을 맞은 정아가 벌컥 화를 냅니다. 하지만 정훈은 아랑곳 않고 낄낄거리며 계속 물을 뿌려댑니다. 화가 난 정아도 손으로 물을 퍼다 뿌려댑니다. 꼴꼴꼴 욕실 하수구로 쉴 새 없이 물이 흘러들어갑니다. 하수구는 새하얀 거품으로 가득 차 금방이라도 막혀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앗!”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에 정훈이의 몸이 얼어붙었습니다. 하지만 ‘쏴아아’ 샤워기 소리만 들릴 뿐, 어디서도 인기척은 없었습니다. 샤워기 물에 하수구를 덮고 있던 거품이 말끔하게 사라지더니 갑자기 하수구 구멍이 덜그럭거렸습니다.
 “으아! 하, 하수구가 움직여. 안에 뭐가 있나봐.”
 정훈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뭐라고? 하수구가? 나한테 장난치고 놀더니 하수구 귀신이 오빠 잡아가려나보다. 호호호!”
 “아냐, 진짜라니까.”
 “정말?”
 정훈이와 정아는 머리를 맞대고 하수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이때 하수구 구멍이 또 한 번 들썩거렸습니다.
 “으악!”
 둘은 동시에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잔뜩 겁먹은 아이들이 허둥지둥 욕실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유, 매워. 그만 좀 해!
 순간 정훈이의 발이 멈칫했습니다. 분명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정아가 조심조심 하수구를 살펴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잔뜩 거품을 뒤집어 쓴 물방울이 하수구 덮개를 밀고 툭 튀어나왔습니다.
 “아휴, 눈 따가워!”
 물방울은 연신 눈을 비벼댔습니다. 놀란 정아가 하수구에 납작하게 엎드렸습니다.
 “오빠, 이것 봐! 물방울이 말을 해.”
 “넌 누구야?”
 조심스럽게 다가온 정훈이가 물었습니다.
 “안녕? 난 방울이라고 해.”
 “방울이?”
 “응, 너희 집 하수구에서 살고 있는 물방울.”
 정훈이와 정아는 어안이 벙벙해 마주보았습니다.
 “아유, 요 개구쟁이들! 너희가 그렇게 샴푸를 많이 쓴 거구나?”
 “샴푸?”
 “그래. 얼마나 매운지 눈물이 다 나잖아. 인내심 많은 내가 이럴 정도면 강물은 얼마나 많이 아팠겠니?”
 “치! 그깟 샴푸 좀 썼다기로….”
 “맞아. 강이 얼마나 넓은데.”
 정아의 말에 정훈이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뭐라고? 너희들 정말 안 되겠구나.”
 방울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빙글빙글 몸을 돌려 사사삭 물을 뿌렸습니다. 순간 뿅! 하며 정훈이와 정아는 물방울로 변해버렸습니다.
 “엥? 뭐야, 내가 물이 됐잖아!”
 “나도야 오빠.”
 “자, 그럼 가볼까?”
 방울이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서는 하수구 깊은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슈우욱! 엄청난 속도로 아이들이 빨려들어 갑니다.
 “으악!”
 “엄마!”
 아이들이 소리쳤지만 아무도 없는 욕실에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퐁퐁퐁 물 위로 눈동자 여섯 개가 떠올랐습니다. 주위는 한밤중처럼 어두웠습니다. 왠지 기분이 나쁘고 몸도 으스스했습니다.
 “어휴, 냄새.”
 생선 썩는 듯한 지독한 냄새에 정아가 코를 쥐었습니다. 어둠에 익숙해지고 나니 서서히 주변이 보였습니다. 거품으로 덮인 누런 물에 밥풀이며 반찬찌꺼기가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응 하수도. 너희들이 쓰고 버린 모든 물이 모이는 곳이지. 맛이 어때?”
 “우웩! 토할 것 같아.”
 “아, 눈 매워!”
 정아는 입을 틀어막고, 정훈이는 눈을 비벼댔습니다.
 “아휴, 지독해! 물이 왜 이렇게 더러워?”
 “흠, 그건 너희들이 더 잘 알걸?”
 “그럼… 이게 아까 우리가 버린 물?”
 방울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물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던 정아가 갑자기 발버둥을 쳤습니다.
 “엄마야!”
 정아는 허둥지둥 발을 놀렸지만 그럴수록 몸은 자꾸만 물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놀란 방울이가 잽싸게 물속으로 들어가 정아 발에 걸린 뭔가를 떼어냈습니다.
 “얘, 이거 네 머리카락 아냐?”
 “이잉, 몰라!”
 방울이가 머리카락을 들어보이자 정아가 무서웠는지 눈물을 찔끔 흘렸습니다.
 “아, 빨리 나가고 싶다!”
 정훈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뒤에서 엄청난 양의 더러운 물이 쏟아져 아이들을 세차게 밀어냈습니다.

 아이들은 좁은 통로를 지나 넓은 웅덩이로 빠져나왔습니다. 네모난 웅덩이 안에는 나뭇가지며, 모래며, 비닐봉지며, 스티로폼 조각 같은 쓰레기들로 가득 했습니다.
 “아휴, 저 쓰레기들 좀 봐.”
 정아가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순간 ‘기기잉’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서 커다란 쇠갈퀴가 아이들을 덮치려 했습니다.
 “피해!”
 방울이가 아이들을 밀치자 쇠갈퀴는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치고 지나 바닥에 쌓인 흙과 모래를 긁어갔습니다.
 “고마워 방울아.”
 “휴우, 십년감수했네. 여긴 또 어디야?”
 정훈이가 한숨을 크게 쉬고 난 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물었습니다.
 “응, 너희들이 버린 물을 깨끗하게 걸러서 강으로 흘려보내는 하수처리장.”
 “그래? 여긴 하수구보다 더 더럽네.”
 “맞아. 집이며 공장에서 버린 모든 더러운 물이 다 모이는 곳이야. 당연히 쓰레기도 많고 더러울 수밖에 없지.”
 “그런데 왜 우리가 버린 물을 다시 모아서 버리는 거야?”
 “에이 바보. 넌 그것도 모르니?”
 “오빤 알아?”
 “그럼! 그건, 에, 그러니까, 더러운 물을 그냥 버리면, 음….”
 정훈이가 우물쭈물 하고 있자 방울이가 나섰습니다.
 “하하하. 얘들아, 너희가 먹는 물은 어디서 오는지 아니?”
 “물론이지. 정, 수, 장!”
 정훈이가 으스대며 말했습니다.
 “그럼 정수장은 물은 어디서 끌어오는 거야?”
 “그거야….”
 “바다!”
 정아가 정훈이의 말을 낚아챕니다.
 “헤헤헤! 바다래. 바다.”
 “하하. 정수장 물은 강에서 끌어와.”
 “강? 그럼 결국 우리가 버린 물을 우리가 다시 먹게 되는 셈이네?”
 정아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렇지! 그런데 만약 집이나 공장에서 매일같이 버려대는 엄청난 양의 하수를 강물에 그냥 흘려보내면 어떻게 되겠니?”
 “웩!”
 정훈이가 토하는 시늉을 했습니다.
 “맞아. 그러니까 하수처리장에서는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하수를 깨끗하게 걸러 강이 더러워지는 것도 막고, 환경도 보호하는 거야.”
 “응, 그렇구나.”
 정아가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휴, 그런데 거품이 덮고 있어 숨쉬기가 너무 힘들다.”
 “맞아. 나도 오물 때문인지 온 몸이 근질근질해.”
 정훈이가 몸을 긁어대며 말했습니다.
 “하하하. 너희들도 물이 되니까 그 고통을 느끼는 거야. 더러워진 물이라면 깨끗하게 걸러야겠지? 자, 날 따라와!”
 “엥? 저렇게 새까만 물속으로?”
 방울이가 하수로 뛰어들려 하자 정아가 뒷걸음질 쳤습니다.
 “그럼 너흰 여기 계속 있어.”
 방울이가 퐁당 뛰어내리자 정훈이와 정아도 얼떨결에 따라 뛰어듭니다. 아이들은 커다란 펌프를 따라 위로 세차게 빨려 올라갔습니다.
 “야호, 꼭 바이킹 탄 기분이다!”
 정훈이가 두 팔을 번쩍 들며 말했습니다.

 이리저리 한참을 부딪치며 흐르던 하수는 호수처럼 넓은 곳에서 잔잔해졌습니다.
 “여기는 하수를 한동안 머물게 하면서 찌꺼기를 가라앉히는 곳이야. 아마 시간 좀 걸릴걸? 잠깐 쉬어도 돼.”
 바닥은 역시 오물로 더러웠지만 다른 곳보다는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정훈이는 헤엄을 치며 놀았고, 정아는 두 눈을 감고 가만 누워있었습니다. 깜빡 잠이 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이 붕 뜨면서 폭포처럼 밖으로 넘쳐흘렀습니다.

 아이들은 벽으로 둘러싸인 긴 강을 지나 보글보글 물이 끓고 있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앗 뜨거!”
 정아가 소리쳤습니다.
 “하하, 뜨겁다고? 너 순 엄살쟁이구나. 만져봐 정말 뜨거운지.”
 “어? 아니네. 그냥 거품이구나. 아 시원해. 꼭 거품 목욕하는 것 같다 오빠.”
 정아가 물장구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이곳은 하수에 공기를 불어넣은 뒤 미생물을 이용해 안 좋은 영양분을 없애는 곳이야.”
 가만 보니 물벼룩처럼 생긴 조그만 미생물들이 하얗게 떠다니는 것들을 냠냠 먹어치우고 있었습니다. 이때 어디선가 먹구름처럼 까만 것이 스르르 다가오더니 미생물을 덮쳤습니다. 미생물들은 끈끈한 엿에 개미가 달라붙듯 꼼짝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저것들이!”
 “참아, 정훈아! 저건 우리의 적 기름이야.”
 “아니 착한 미생물이 당하고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으란 말야?”
 화가 난 정훈이는 방울이가 말릴 틈도 없이 기름덩이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거대한 기름덩이가 퉁! 하고 튕기니 정훈이가 저만치 튕겨나가고 맙니다. 방울이가 정훈이를 부축했습니다.
 “우리 중에 누구도 저 기름덩이를 이길 수는 없어. 하수에 기름이 섞여있으면 저렇게 좋은 일을 하는 미생물들이 죽어서 제 할일을 못하게 돼.”
 “아휴, 도대체 어떻게 저런 못된 기름이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심각하게 듣던 정아가 말했습니다.
 “응,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 버렸겠지.”
 방울이의 말에 난 아니라는 듯 정훈이와 정아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이들은 넘치는 하수를 따라 또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그곳은 대낮처럼 환했습니다.
 “아유 눈부셔. 여긴 형광등이 있네?”
 정아가 눈을 가리며 말했습니다.
 “하하하. 형광등이라고? 하긴 틀린 말은 아니지. 이곳은 저 형광등 같은데서 나오는 자외선으로 나쁜 균을 없애는 곳이야.”
 정말 여기저기서 좁쌀만 한 균들이 자외선을 받고 톡톡 터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몸에 붙어있던 균들도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에잇, 요놈들 고소하다.”
 정훈이가 아까 기름덩이한테 당한 분풀이라도 하듯 주먹을 휘두릅니다.

 “자, 그럼 살균까지 끝났으니까 이제 밖으로 나가볼까?”
 아이들은 흐르는 물을 따라 밝은 햇빛 아래로 나왔습니다.
 “와! 하늘이다!”
 “너무 맑아서 오빠 몸속이 다 비쳐.”
 “너도 마찬가지야. 하하”
 정훈이와 정아가 서로의 몸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야호! 이제 우리도 깨끗한 물이다!”
 정훈이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소리쳤습니다. 이때 갑자기 물살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았습니다. 그러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서 그만 따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어 어, 정아야!”
 “오빠!”
 정아가 강으로 흘러들어가며 오빠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물길을 따라 흘러가버린 정훈이는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방울아, 오빠 어떡해? 응?”
 정아가 다급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응, 걱정 마. 좀 있으면 다시 만날 거야. 뭔 진 몰라도 아마 좋은 일을 하고 있을 걸?”
 안절부절 못하는 정아와는 달리 방울이는 태평입니다.

 혼자 흘러가던 정훈이는 거친 소용돌이를 빠져나와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침내 좁고 긴 관을 통해 밖으로 세차게 뿌려졌습니다.
 “아이쿠!”
 정훈이는 살수기 호스를 빠져나와 공원의 꽃밭으로 떨어졌습니다.
 “어휴, 꽃나무였구나. 다행이다.”
 정훈이는 꽃에서 잎으로, 다시 땅으로 스며들어 땅속의 물과 함께 흘러 강에 이렀습니다. 그러다 앞에서 흘러가고 있는 정아와 방울이를 보았습니다. 정훈이가 목청껏 불렀습니다.
 “정아야! 방울아!”
 “오빠!”
 아이들은 기뻐서 얼싸 안았습니다.
 “어때 내 말이 맞지?”
 방울이가 말했습니다.
 “난 영원히 헤어지는 줄 알았잖아.”
 “아냐. 물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나게 돼있어. 너희들이 버린 물을 다시 너희가 먹게 되듯이 말야.”

 아이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푸른 강을 따라 둥둥 떠내려갔습니다. 가끔 물고기가 발을 간질이며 지나갔습니다. 강가에는 갈대가 자라고, 왜가리들이  물속에 주둥이를 박고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한가롭게 떠내려갔습니다.
 “오빠, 그 새까만 하수구 물 기억나? 우리가 맨 처음 들어와서 본 쓰레기장 같던 곳 말야.”
 “그럼,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걸?”
 “그렇게 더러운 물이 이렇게 깨끗해졌으니….”
 “그러게. 그 물이 그냥 강으로 버려졌다면…. 어휴!”
 “끔찍하지? 그래서 하수처리가 필요한 거야. 물론 그전에 물을 깨끗하게 쓰면 더 좋겠지. 그럼 정화하는데도 힘도 덜 들고. 안 그래?”
 “응? 그 그래.”
 정훈이와 정아는 방울이의 말에 움찔했습니다.
 ”어때, 얘들아. 그럼 이제부터라도 물도 아껴 쓰고, 샴푸 같은 것도 줄여 쓸 수 있겠니?”
 “물론이지!”
 아이들은 합창하듯 동시에 말했습니다.
 “약속한 거다? 자, 그럼 이제 마법을 풀어줄게. 야압!”
 방울이가 몸을 빙글빙글 돌려 마법의 물을 뿌리자 강이 소용돌이치더니 쑤욱 빨려들어 갔다가 다시 힘차게 위로 치솟았습니다. 풍덩! 아이들이 화장실 욕조 위로 떨어졌습니다.
 “아이쿠!”
 아이들이 얼떨떨한 모습으로 마주보았습니다.
 “정아야!”
 “오빠!”
 “우리가 사람이 됐어. 하하하!”
 흠뻑 젖은 정훈이와 정아가 손을 맞잡고 기뻐했습니다.
 “왜 이렇게 소란이니.”
 밖에서 엄마의 익숙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