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는 인도의 케랄라주의 시골에서 태어나 심각한 빈곤과 계급 및 남녀차별적 환경 속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도시로 나와 고학으로 건축교육을 받았다. 나중에 건축가, 프로덕션 디자이너, 영화작가로서 활동하다가 30대 중반에 첫 소설《작은 것들의 신(神)(The God of Small Things)》을 썼다. 인도의 기층사회의 오랜 가부장적 전통의 압력 밑에서 희생되어온 사람들의 운명을 그린 이 소설은 1997년 미국의 랜덤 하우스를 통해 출판되면서 세계의 여러 언어로 번역되고, 곧이어 영국의 부커상 수상작이 되기도 하였다. 무명의 건축가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된 저자는 출판사의 주선으로 1년여에 걸친 세계여행 끝에 인도로 귀환한 후 얼마 안되어 인도의 핵무기 개발의 어리석음을 가열하게 비판하는 글 ―〈상상력의 종언(The End of Imagination)〉― 을 발표한 데 이어
세계적으로 논란거리가 되어온 나르마다 강 대형 댐 건설 문제에 눈을 돌려 다시 근본적인 비판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보다 큰 공공선(The Greater Common Good)〉이라는 긴 에세이가 집필되었고, 이것은 핵문제에 관한 에세이와 함께 엮어져《삶의 비용(The Cost of Living)》(1999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러한 새롭고도 노골적인 반체제적 활동으로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 주류사회로부터 지금까지의 찬사와 존경 대신에 비난과 냉대에 직면하게 되었지만, 이른바 ‘국익’이 아니라 풀뿌리 민중의 삶과 생명의 서식처를 보호하는 데 겨냥된, 근원적인 의미의 정치적 투쟁이 작가의 임무라고 하는 믿음에 아직 굽힘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 * * 많은 사람들이《작은 것들의 신(神)》의 출판을 둘러싼 이야기에 이미 친숙해 있다. 그것은《리더스 다이제스트》류의 낡아빠진 이야기 ― 한 무명 작가가 여러해에 걸쳐 은밀히 자신의 첫 소설을 썼고, 그것이 나중에 40개 언어로 번역이 되었고, 수백만부가 팔렸으며, 부커상까지 수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