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24가지

<책소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24가지의 담론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알랭 드 보통은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역사, 종교, 마르크스를 끌어들여, 첫 키스에서부터 말다툼과 화해에 이르기까지, 친밀함과 부드러움으로부터 불안과 상심에 이르기까지 연애의 진전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사랑의 딜레마를 완전히 현대적인 방법으로 풀어보려고 했다. 드 보통은 1인칭 화자인 주인공과 그의 연인 클로이가 엮어나가는 러브스토리를 주제로 대단히 도전적으로 그 의미를 캐간다. 색다르고 독특한 것이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한 것을 주제로 삼았기에 도전적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뻔해 보이는 연애 이야기에서, 그들 모두가 미처 몰랐던 의미들을 끄집어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담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끄적끄적>

언제 구입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책이다.

다만 기억이 나는 건, "난 이런 담담한 문체가 좋더라." 라고 말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는 것, 기대를 안고 책을 읽어가던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책을 덮었다는 것. 그 때엔 아마도 "이 책을 이해하기엔 내가 아직 어린가봐. 좀 더 어른이 되면 이해가 되려나?" 였다. 그게 2년 전인지, 3년전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때의 이야기이다.

책장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던 이 책을 꺼낸 이유는 힘들었고 무료했던 내 일상을 흔들어 줄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내가 갑자기 책을 사들일 때는 내 일상이 힘들고 무료할 때이고 나는 담담한 문체의 글들을 읽어가며 위로를 받곤 한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던 상관이 없었다. 그저, 위로가 필요했을 뿐이다. 어쩌면 얼마 전 학교 선배의 글을 읽으며 문득 '다시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걸지도.

책을 다시 꺼내면서도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이제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맴돌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문득 다시 읽어지고 싶다거나 책을 보며 메모했던 수첩을 수시로 꺼내 읽어보게 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항상 나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해석되어진 다는 것. 나의 감정과 현재의 일상, 환경에 의해 해석이 달라진 다는 건 색다르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볼 때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다시 꺼내 들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몇 년 전의 나보다는 좀 더 공감하며 책을 읽어내려 갔다.(책의 내용을 고려할 때, 이 책에 심한 공감을 했다는 것이 과연 다행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20대 초에 이해하지 못했던 상당 부분을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받아들였고 손바닥을 치며 공감하기도 했고 인상을 찌푸리고 고민하기도 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책을 읽으며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이 누구나 겪는 지극히 흔한, 평범한, 보통의 일상과 연애를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개인적인 이유를 보태자면 나에게 있었던 수차례의 실패들을 알랭 드 보통이 낱낱이 파헤쳤기 때문이다. 나의 치부를 들킨 것처럼 부끄러웠고 쑥스러웠다고 해야할까. 그랬기에 더더욱 '왜?'라고 끊임없이 물으며 책을 읽었다. 나의 실패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더는 힘들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가 명쾌하게 답을 내려줄테니까.

후반부로 갈 수록 '설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초조해졌다. 위로를 받으려고 읽기 시작한 책에서 평소와 다름 없는 답을 얻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답을 얻고 싶었다.

그런 떨림은 한가지를 의미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다시 한 번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

쯧. 마지막 문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심지어 혀까지 찼다. 이게 뭐야. 라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리고 끝이 맞나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끝이었다. 정답이었다. 정답은 없다. 하.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에 책을 탁 덮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줄의 그 강한 울림 때문에 나는 마지막 문장을 수첩에 옮겨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라는 것 정도는. 그게 너무 현실적인 정답이기에, 무던히도 노력하고 수련했던 '그' 역시 휩쓸리듯 반복할 수 밖에 없는 너무나 명확한 정답이기에 답답했던 것 뿐이다. 잘 알고 있지만 잘 모르는 아이러니에서 발생하는 답답함 때문에.

책장에 꽂힌 이 책을 언제 또 다시 꺼내서 읽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에는 좀 더 성장하여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혹은 내가 또다른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서 그 때에는 이 책을 아예 이해할 수 없기를.

혹은 '이 책을 다시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기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원제 : ESSAYS IN LOVE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24가지

사랑에 관한 철학적 명상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알랭 드 보통은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역사, 종교, 마르크스를 끌어들여, 첫 키스에서부터 말다툼과 화해에 이르기까지, 친밀함과 부드러움으로부터 불안과 상심에 이르기까지 연애의 진전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사랑의 딜레마를 완전히 현대적인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목차>

01 낭만적 운명론 

02 이상화

03 이면의 의미 

04 진정성 

05 정신과 육체

06 마르크스주의

07 틀린 음정

08 사랑이냐 자유주의냐

09 아름다움

10 사랑을 말하기

11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12 회의주의와 신앙

13 친밀성 

14 “나”의 확인 

15 마음의 동요 

16 행복에 대한 두려움

17 수축

18 낭만적 테러리즘

19 선악을 넘어서

20 심리적 운명론

21 자살 

22 예수 콤플렉스 

23 생략

24 사랑의 교훈 

역자 후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원제 : ESSAYS IN LOVE -

저 : 알랭 드 보통

역 : 정영목

출판사 : 청미래

발행 : 2007년 08월 01일

정가 : 10,800원

<상세정보>

[출판사서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24가지의 담론

“사랑에 빠지는 행위는 자기 자신의 허점을 넘어서고 싶어하는 인간 희망의 승리이다.” 

연애라는 “케케묵은” 문제를 놓고 비상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놀랍다. 대다수 사람들이 연애하는 과정에서 사랑에 대해서는 “일가견”을 가지기 마련인데, 그런 독자들을 앉혀놓고 새로운 통찰과 깨달음으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드 보통은 그 쉽지 않은 일을 능숙하게 해내서,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설처럼 흘러나가는 이야기와 얼핏 딱딱해 보이는 철학적 사유가 얽히면서 때로는 뭔가 입 안에서 계속 씹히고 터지는 느낌이 드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때로는 온탕 냉탕을 왕복하는 것처럼 어떤 청량감을 맛보게 된다.” 드 보통의 재치와 유머는 상당한 지적 노력을 수반하는 수준 높은, 매혹적인 “가벼움”이다.

드 보통은 1인칭 화자인 주인공과 그의 연인 클로이가 엮어나가는 러브스토리를 주제로 대단히 도전적으로 그 의미를 캐간다. 색다르고 독특한 것이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한 것을 주제로 삼았기에 도전적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뻔해 보이는 연애 이야기에서, 그들 모두가 미처 몰랐던 의미들을 끄집어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담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주요 내용 

12월 초의 늦은 아침 ‘나’는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기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운명적인 여인 ‘클로이’와 조우한다. 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한 확률로 만났다는 “낭만적 운명론”에 젖어 단박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초기에는 서로를 “이상화”하고 서로의 말과 행동에서 “이면의 의미”를 찾고 “정신과 육체”를 결합하려고 시도한다. ‘나’는 만남이 잦아지면서 “사랑이냐 자유주의냐”를 놓고 갈등하기도 하지만 끝없이 상대의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하고, 결국 “사랑을 말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윌이라는 친구가 ‘나’한테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라고 묻는 동시에 클로이와 윌은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책속에서]

그녀가 말을 이었다. 

"도착하는 건 더 싫고요. 정말이지 나한테는 도착 불안 증세가 있나봐요. 한참 밖에 나갔다 오면 내가 없는 동안 틀림없이 무슨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 친구들이 모두 모여 내가 밉살맞은 계집애라고 만장일치로 합의를 봤다거나, 선인장이 죽었다거나." 

"선인장을 키우세요?" 

"대여섯 개. 얼마 전에 선인장 단계를 거쳤어요. 그래요, 음경과 관련이 있죠. 어쨌든 전에 애리조나에서 겨울을 보냈는데, 그때 선인장에 반해버린 거예요. 그쪽은 뭐 흥미를 느끼는 식물이 있나요?" 

"엽란(葉蘭)뿐입니다. 하지만 내 친구들이 모두 나를 밉살맞은 놈으로 여길 거라는 생각은 자주 하는 편입니다."

전화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이야기는 전화를 거는 사람의 손에 놓여있다. 전화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그 이야기의 전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다.- 30쪽

대부분의 관계에는 보통 마르크스주의적인 순간(사랑이 보답받는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어떻게 헤치고 나아가느냐 하는 것은 자기 사랑과 자기 혐오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자기 혐오가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의 보답을 받게 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저런 핑계로)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자신의 쓸모없는 면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다고)말할 것이다.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이 보답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84쪽

[저자소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24가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은행가이며 예술품 수집가인 아버지를 둔 덕택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여러 언어에 능통하며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 수석 졸업했다. 스물세 살에 쓴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에 이어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 [키스 앤 텔Kiss and Tell]에 이르는,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 현재까지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켰다. 자전적  경험과 풍부한 지적 위트를 결합시킨 이 독특한 연애소설들로 그는 ‘90년대식 스탕달’ ‘닥터 러브’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또한 문학과 철학, 역사, 종교, 예술을 아우르며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에세이 [불안] [일의 기쁨과 슬픔]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뉴스의 시대] [영혼의 미술관] 등을 냈다. 2003년 2월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라는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상’을 수상했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