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 의 무제 폐지 언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2022년 폐지…의료급여도 2023년까지 검토

  • 기자명 복지타임즈
  • 입력 2020.08.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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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 부양 인식 바뀌어…자식있어도 생계급여 수급 가능
연소득 1억 또는 9억↑ 부동산 소유땐 부양 의무 계속 적용
의료급여도 2022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으로 완화

빈곤에 시달리는데도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생계급여에서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게 된 의료급여는 2023년까지 검토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의료급여의 경우 2022년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가구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제외하는 등 3년 안에 19만9000명이 새로 혜택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선 진료비 부담으로 아파도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에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폐지는 필요하고 또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을 1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했다고 밝혔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2022년까지 단계적 폐지

   정부가 지난달 14일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약속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2000년 생계급여 제도 시행 이후 20년간 유지된 부양의무자 제도는 2022년을 끝으로 생계급여에서 사라진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자 선정시 수급자의 소득·재산과 함께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해왔다. 수급자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부모 부양 의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한 데다 2018년 기준 73만명(올해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연구)에 달하는 비수급빈곤층의 소득 격차가 악화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왔다. 실제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로 생계(30%)·의료(40%)급여 수급자에 해당하는데도 부양의무자가 있어 탈락한 비수급 빈곤층의 경상소득은 같은 소득 수준의 수급자와 비교했을 때 67.3~86.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2021년 노인과 한부모 가구를 대상을 시작으로 2022년 다른 가구 대상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2022년이면 수급권자 본인의 소득・재산이 기준을 충족하면 부양의무자 유무에 관계 없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부양의무자가 연소득 1억원 또는 부동산 9억원 이상 고소득 재산가일 땐 부양의무자 기준이 계속 적용된다. 부양의무가 있는 가족 중 1촌 직계 혈족 및 배우자 소득이나 재산의 합 중 어느 하나라도 기준선을 초과하면 이 경우 부양 능력이 있다고 보고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같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생계 어려움을 겪는 약 18만가구 26만여명이 신규로 지원받는다. 수급권자 소득 인정액에 포함해 그만큼 차감했던 부양비도 사라져 4만8000여가구 6만7000여명의 급여가 약 13만2000원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는 '폐지' 아닌 '개선'

2015년 교육급여, 2018년 주거급여에 이어 2022년까지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의료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는다.

 이번 종합계획에서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서도 손보기로 하고,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제2차 종합계획 기간 내 부양비 및 수급권자 소득·재산 반영 기준 개선 등을 함께 추진해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으로 11만명, 기준 개선으로 8만9000명 등 19만9000여명이 추가로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가 아닌 개선을 선택하면서 시민단체 등에선 반발하고 있다.

앞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지난달 9일 "부양의무자 기준을 의료급여에서 제외한 채 생계급여에서 2022년까지 단계적 폐지(고소득·자산 제외)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으로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달성할 수 없다"며 "중생보위에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명백한 정부의 공약 파기"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등에선 2017년 복지부의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2016년 보건의료 이용 통계로 볼 때 건강보험은 6.2% 증가한 반면 의료급여는 1.6%에 그쳐 의료급여 수급자의 진료비 증가가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과다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 유엔 사회권규약 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사회권규약 이행 사항 71개에 대한 우려와 권고사항을 제시했는데 이 중 현재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3%에 불과해 전체 절대 빈곤층 7%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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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주요 개선 사항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취약계층 보호 위해 기준 단계적 완화

의료급여만으로 포함하기 어려운 건강보험 내 저소득층과 위기가구 보호를 위해 차상위 희귀난치·중증질환자 등에 대해서도 의료급여와 동일한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완화를 검토한다.

동시에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기준 금액을 낮추고 지원계층별 실질적 가처분소득 수준에 따라 보장비율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긴급복지 지원은 재산 및 금융재산 기준 합리화를 통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의 주거 수준 향상을 위해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상대적 빈곤선이하 가구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지속 논의할 계획이다.

자동채 재산 기준도 일부 완화하고 급여별로 차등 적용하기로 하고 향후 적정성 평가, 지방자치단체 의견 조회, 공청회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재산 기준 개편안을 마련한다.

◇기준 중위소득 산출방식 개편…보장성 더 강화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물론 12개 부처 73개 복지사업의 선정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 산출방식을 개편한다.

2018년을 기준으로 기존 가계동향조사(농어가 포함)를 바탕으로 했을 때 기준중위소득은 4인가구 기준 452만원이지만 앞으로 변경할 가계금융복지조사 적용시 508만원으로 12.5%나 높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준중위소득 이하 가구가 수급 대상으로, 기준중위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그만큼 더 많은 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통계원 변경에 따른 현재 기준중위소득과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간 격차는 6년간 단계적으로 해소한다.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에 최신 3년간 가금복 중위소득 평균 증가율을 적용하는 원칙을 통해 다음연도 기준 중위소득 산출하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20주년이 되는 해로, 한국형 뉴딜 및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며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복지국가 체계의 질적 변화로 평가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정부는 지속적인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한 포용사회로의 전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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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파기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새 정부에서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7일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를 향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흰 국화꽃을 들었다. 지난 4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30대 권 아무개 씨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권 씨는 간질환과 췌장염을 앓고 있었고, 사망한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며,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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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참가자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참가자들의 손에는 흰 국화꽃이 들려 있다. 사진 허현덕

- 문재인 정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아닌, ‘완화’에 그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은 수급 신청자뿐 아니라 가족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실제로 소득과 재산이 없는 빈곤층을 수급에서 탈락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복지사각지대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이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2012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842일 동안 농성을 벌이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했다. 

이러한 투쟁으로 2017년 9월,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농성장을 찾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끝내 부양의무자기준은 폐지되지 않았다. 현재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개별급여는 교육급여(2015)와 주거급여(2018)뿐이다. 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의료급여에서는 견고하게 부양의무자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60년 만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부모나 자녀 등 부양의무자의 연봉이 1억 원, 재산 9억 원 이상일 경우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인 기준중위소득 30%가 되어도 부양의무자의 소득, 재산 기준에 걸린다면 수급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의료급여에서는 기준 완화는커녕 폐지 계획조차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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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60년 만에 폐지됐다’고 알리는 2021년 9월 30일 자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 끊임없는 부양의무자에 대한 증명, 수급 포기로 이어져

조건 완화에 그친 부양의무자기준은 수급신청에서 장벽이 되고 있다. 수급신청을 받는 동주민센터에서 부양의무자에 대한 증명을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섬강 홈리스야학 학생은 지난 3월 원효로1동 주민센터에 수급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을 뻔했다. 주민센터에서는 ‘가족관계 해체 및 미부양 사유서’를 요구했다. 동행한 활동가가 섬강 씨의 거리 노숙 사실을 알렸음에도, 주민센터 직원은 어머니와 연락한 날짜를 물었다. “지난해 9월”이라는 섬강 씨의 답에, 직원은 ‘1년 이내에 연락이 닿았다면 가족관계 단절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센터에서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가족관계 해체를 증명할 수 있다는 내용도 안내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수급신청을 했지만, 활동가가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수급신청을 하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6개월 동안 거리 노숙을 하면서 가족과 교류한 사실이 없고, 경제적 지원을 받은 사실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민센터 담당자는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어머니의 수급 여부, 연락처, 연락한 시점만 묻고 수급을 받을 수 없다는 말만 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러한 부적절한 조치로 수급신청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시설에서 나오려던 장애인이 부양의무자기준에 막혀 탈시설을 포기하는 일도 발생한다.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은 “부양의무자기준은 장애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애인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노동하지 못한다. 따라서 수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을 받을 수 없어,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오려고 해도 나올 수 없어 탈시설을 포기하기도 한다. 또 수급을 받지 못해 시설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장애인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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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7일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를 향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도 중요하다. 현재 의료급여 선정기준은 기준중위소득 40% 이하다. 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이 견고한 탓에 의료급여 수급률은 3%에 머물러 있다. 생계급여를 받더라도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최저생계비 미만의 생활을 하고 있어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에게 의료비는 부양의무자에게 받아 가라는 게 앞뒤가 맞는 것인가? 예산을 아끼고자 빈곤한 사람을 방치하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애초에 다른 사람의 소득과 재산을 수급요건으로 따지는 것은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라고 지적했다.  

- 윤석열 당선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이행해야

부양의무자기준의 문제점을 새 정부에서도 잘 알고 있다. 지난 1월 대통령후보로 나섰던 현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공약 중 하나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내건 바 있다. 또한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 4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대선공약에서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 35%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수급자 가구 중 노인과 장애인, 아동이 있을 경우 추가급여 10만 원을 지급하고, 이를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한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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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지난 1일 발표한 공약 이미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로 절대빈곤 없는 나라,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써 있다. 사진 안플릭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윤석열 당선자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공약을 내지 않았지만, 후보단일화를 이룬 안철수 현 인수위원장이 내건 공약을 함께 지킬 의무가 있다. 후보단일화는 단순 세력 규합이 아니라 철학과 공약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했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약속을 새 정부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는 ‘부양의무자의 재산을 보지 마라, 복지사각지대 해결하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개인에게 우선 책임을 떠넘기는 현 복지제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제시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 직후 인수위 측에 질의서를 전달했다. 질의서에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국정과제 포함 여부, 세부 이행계획 등에 대한 질문이 담겼다. 공동행동은 인수위 측에 오는 21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부양 의 무제 폐지 언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인수위원회 측에 질의서를 전달했다. 질의서에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국정과제 포함 여부, 세부 이행계획 등에 대한 질문을 담았다. 사진 허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