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왜 이유없이 웃을 수 있냐고요

사무실에 두고, 업무 시작 전 이른 아침이나 점심시간에 야금야금 읽어내려간 책이다. 덕분에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무슨 책이냐 물어온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럴때면 나는 아무 말 없이 책 표지를 보여줬다.

라이온 킹 왜 이유없이 웃을 수 있냐고요

 

그럴때마다 그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는데, 먼저 제목에 빵 터져서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조금은 애틋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힘들어()?”

나 역시 이 책 제목을 본 순간 같은 반응이었다. 제목 멋진걸, 그럼, 그럼 아직 안 죽었지..격하게 공감하며 웃다가 왠지 짠해지던 그 마음.

다행스럽게도 책 내용은 제목처럼 비장(!)하지만은 않다. 그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게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혼자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또 어느 대목에서는 괜히 함께 울컥해져서 코끝이 찡해 오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어느샌가 자꾸만 내가 지나온 어느 시간들을, 장소들을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자꾸만 이렇게 "라떼는 그랬지를 외치면서 읽으면 안되는데, 그러기에는 저자의 이야기가 자꾸만 내 기억을 툭툭 건드린다.

   인생은 큰 사건들의 연속인 영화와 달리 대부분이 평범하다. 그리고 이 병범한 일상은 긴 아픔의 시간과 찰나의 기쁨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이 아픔과 기쁨의 시간 마디마디에 음악이 있다. 적어도 내 인생은 그랬다. pp.67-68

# 엄마도 외식을 좋아하신다

   “엄마! 여행 가서 뭐가 제일 좋았어요?”

   “너무 신기하더라, 밥을 안 해도 되는 게! 호텔에 딱 누워서 천장을 보는데 내가 이래도 되나 싶더라. 그게 젤 좋더라.” p.45

우리 엄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더랬다. 함께 여행을 가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끼며 침대에 누워계시던 엄마가 밥 안하고 이렇게 있으니까 너무 좋다고 하셨을 때 솔직히 여행을 준비했던 나는 적잖이 실망했었다.

아니, 비행기 타고 해외에 와서 TV나 책으로만 보던 유적지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는데, 그에 대한 감상보다 밥 안하고 있으니 좋다 하시다니, 내가 얼마나 이것저것 고민해서 짠 여행계획인데..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삼시세끼 뭘 먹어야 하나..고민을 하게 되니 그 마음을 알겠다. 어느 영화에서인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 준것이라는 말을 듣고 맞다며 공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가 말한 밥 안 하고에는 단순히 만이 아닌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도, 엄마식으로 자유를 표현하신 것이라는 것도 이젠 알 듯 하다.

   문득 엄마 밥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그 마음을 꾹 참고 고향에 갈 때마다 엄마 집 근처 맛집을 찾아 나선다.

   “아들! 오랜만에 왔는데 엄마가 해주는 밥 한 끼는 먹고 가야지.”

   엄마는 외식을 위해 이미 신발을 신으면서도 나에게 한 번 더 묻는다.

   “다음에. 다음에 해줘요.”

   “그러면 그럴래?”

   웃으며 앞장을 서는 엄마를 보면서 괜스레 죄송스럽다. , 자식들아! 엄마도 외식 좋아하신다! p.46

종종 엄마표 김치찌개가 너무나 먹고 싶긴 하지만, 배달음식의 신세계를 알려드리며 드시고 싶다하신 초밥을 주문해 드리니 너무나 행복해 하신다.

너무 맛있다. 이렇게 편하게 먹을 수도 있네

맞아, 맞아, 우리 엄마도 외식을 좋아하신다니까.

# 나를 잊지 말고, 잃지 말기를

   다리에 힘이 풀리며 나는 그대로 매장 한가운데 주저앉았고,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어떤 강한 힘이 내 목을 옥죄고 있는 느낌이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을 울었다. 한때는 청춘이었고, 작년까지 팀장이었으나 이제는 그저 좌천된 43살의 아저씨가 덩그러니 세상에 던져져 있었다. 매장 창문을 통해 함께 울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그렇게 연예인들만 걸리는 줄 알았던 공황장애가 나를 찾아왔다. pp.140-141

저자가 공황장애를 겪은 이야기를 읽다가 자꾸만 눈물이 나서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몇 해 전, 회사에서의 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미약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실감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믿고 함께 했던 동료들과 헤어졌으며, 나 역시 일하는 공간을 옮겨야 했다. 처음에는 그저 힘들다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던 그 감정이 더욱 깊어져 갔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눈물을 뚝뚝 떨구는 상황이 되었다(그 와중에도 운다는 걸 들키기 싫어 사무실을 나오곤 했지만).

   사실 나는 나의 속도가 아닌 세상의 속도에 맞추며 살아오다 마음의 건강을 잃은 것이 아닐까? p.153

저자처럼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거리곤 한다. 그리고 마음이 아플 때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내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후 나는 주변에 휘둘리는 상황이 생기면 오히려 멈추어 서서 심호흡을 하게 되었다. 또다시 내 속도가 아닌, 그리고 나의 방향이 아닌 세상의 속도와 방향에 무조건 맞추려다보면 내 마음이 아플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 꿈에는 연령 제한이 없다

   참 이상하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아니면 법적으로 꿈에 연령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꿈을 가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 꿈을 갖기에 늦은 나이가 도대체 어디 있을까? 알고 보면 세상의 수많은 벽은 모두 우리 스스로가 치고 있는 것 같다. 당신 앞에 벽을 걷어내라. 그리고 당신을 똑바로 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아무 대가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p.168

이라는 단어는 내게 설레임과 속상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묘한 단어이다. 이루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갈망은 있으나 내 앞에 있는 이것이 그 무엇인지는 항상 헷갈린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무엇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소박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우리의 꿈은 항상 성공과 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누가 정한 것인가? 꿈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으면 한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삶을 풍족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꿈이어도 된다. 인생 전체를 담보로 걸어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게 꼭 꿈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p.167

남에게 보여주거나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한 것, 그런 것이면 족하다는 저자의 말을 곱씹으며 비록 그것이 자기합리화 일지라도, 마음에 위로를 얻는다. 지구를, 우주를 구하기 이전에 내 마음에 한 줌 행복을 보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원대한 하나의 꿈이 아닌 소박하지만 나만의 맞춤형 꿈들이 켜켜이 쌓인다면 그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겠구나 싶어진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꿈을 가지는 일은 한 번뿐인 내 인생의 행복에 대한 중요한 문제다. p.168

# 그리고 내 기억을 건드린 그때 그 이야기들

하나. 나는 왜 삼성 라이온즈 어린이 회원이 되었나 

   “삼성 라이온즈는 경북을 대표하니까 우리는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는 거다.”

   아버지의 그 한마디로 나의 팀이 정해졌고, 평생 이어졌다. p.18

나 역시 삼성 라이온즈 어린이 회원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저자처럼 지역이 이유가 아닌 내 친구 아버지가 삼성에 다니신다는 것 때문이었다. 마치 친구따라 강남 가듯이 말이다. 집안 끼리도 친했던 덕에 나란히 삼성 라이온즈 점퍼를 입고 다녔던 기억ㅎㅎ

두울. 그때 그 노래들

   수학여행을 갈 때면, 누구나 노래 한 곡은 부를 준비를 해야 했다. 경주로 향하는 버스 안은 이문세 4집 콘서트였다.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이야기가 이어지고, ‘가을이 오면깊은 밤을 날았다. 그리고 눈치 없이 그녀의 웃음소리뿐의 후렴구를 무한 반복하는 음치들이 꼭 있었다. p.68

   노래방만 가면 서른 살도 안 된 예비역 형들이 인생 다산 것처럼 울며불며 이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p.72

노래는 다를지언정 수학여행 버스 안에서 부르던 노래들, 그리고 스물 중반의 선배들이 세상 다 산 것처럼 갓 스물이 된 우리를 앞에 두고 삶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해주시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라이온 킹 왜 이유없이 웃을 수 있냐고요

세엣. 강남역 뉴욕제과에서 누군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나 아직 안 죽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기회가 된다면 저자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아니, 그저 이 말 한마디 저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묵묵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당신의 매일을 응원합니다.

   우리 삶은 늘 힘겨웠지만, 2020년은 모두에게 참으로 고단한 한 해였다. 이런 시국에 큰일을 해낸 BTS도 대견하지만, 오늘을 견디고 버티는 우리도 대단하다. p.220

   오늘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것이 아미라면, 오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매일 출근하여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코로나와 고군분투하는 당신들이다. p.220

*나에게 적용하기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나의 부캐는 무엇인가? (적용기한 : 지속)

   작가라는 부캐는 아직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새싹 수준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나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p.230

   본캐는 남들이 가는 길만 따라가다 선택 당했지만, 부캐는 내가 만들 수 있다.

이제는 머리로 상상만 하고, 가슴속 깊숙이 숨겨두었던 부캐를 꺼낼 시간이다. p.231

*기억에 남는 문장

엄마가 걱정되는 만큼 좀 더 부드럽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지 못했다. 왜 엄마에게는 항상 그게 잘 안될까? pp.15-16

내가 과연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있을까? 나는 사실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게 아닐까? p.43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코비. 그의 죽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와의 이별이 나의 과거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진 듯한 느낌,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했던 것과의 이별에 의연해지는 순간, 나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p.81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도 어차피 실패할 수 있구나. 그럴 바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 짐 캐리 p.135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속도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동안 속도에만 포커스를 맞추다 이 꼴이 났다. 이제는 조금 느리게 나아가려고 한다. 물론 세상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돌아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p.155

인생이 이렇다. 포기만 안 하면 된다. 왜 야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생도 야구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건 이 책을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하는 주문이기도 하다.지지 마라. p.164

나는 이미 지나간 일,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마음에 지고서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던가! 또한,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후회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했다. 그 덕분에 내가 얻은 것은 화병과 스트레스뿐이었다. p.174

내 진짜 삶이 있는 회사 밖의 삶에 대해서, 내 인생을 즐거움과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이런 작은 노력들을 하나둘 실천해보려고 한다. p.189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어야 한다. p.210

내일 회의 걱정은 회의 10분 전부터 하면 된다.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