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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존엄하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해야 한다 행복한 삶의 권리를 넘어 평온한 죽음의 권리를 논하는
시대, 삶의 존엄을 완성하는 죽음의 존엄을 묻다 존엄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죽음의 시간〉(2019)을 공동 제작해 프래그먼츠 영화제에서 ‘최고 장편상’을 수상한 기자 케이티 엥겔하트가 6년의 집요한 취재 끝에 펴낸 《죽음의 격》은 우리가 마주할 ‘존엄한 죽음이 보장된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존엄하게 죽고 싶다고 부르짖는 사람들과 존엄사법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사람들, 존엄사가 인권의 보장인지 침해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판사, 윤리와 신념의 문제로 존엄사를 거부하는 의사, 그리고 바로 그와 같은 이유로 존엄사를 진행하고 지지하는 의사…. 저자는 1940년대부터 존엄사가 합법인 스위스, 가장 포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1994년 세계 최초로 존엄사법(오리건주)을 통과시킨 미국 등에서 있었던 죽음과 존엄에 관한 철학적·제도적·법적·윤리적 논의부터 존엄한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을 비밀리에 돕는 지하조직까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존엄과 죽음에 얽힌 논쟁과 활동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다. 저자는 삶이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워 평온한 죽음을 바라는, 하지만 존엄사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네 명의 환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존엄사법이라는 제도의 안과 밖에서 평온한 죽음을 돕는 두 명의 의사를 직접 만난다.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존엄한 죽음의 조건이란 과연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존엄’이라 부르는지 묻는다. 이 책은 개개인의 처절한 고통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죽을 권리의 옹호자와 반대자의 입장 모두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균형 감각을 보여줌으로써 언론으로부터 존엄한 죽음에 관한 현실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드러냈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존엄사에 관한 논쟁에서 중요한 참조점이 되었다. 의사 남궁인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단 한 문장의 논의도 시작하지 못한’, 그러나 존엄사가 현실로 불쑥 다가와버린 한국 사회에서는 모두의 존엄한 마지막을 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작가정보Katie Engelhart 서강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경제 분야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직관주의자》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여성의 권리 선언》 《브랜드 경험 디자인 바이블》 등이 있다.
목차
추천사
책 속으로나는 이 책을 위해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가끔 존엄성에 관해 물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 사람들에게서 초월적인 지혜 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유난히 죽음을 가까이 둔 덕에 나로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황을 이해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인터뷰했던 많은 사람은 존엄성을 정확히 괄약근 조절과 동일시했다. 속옷에 똥을 싸거나 엉덩이를 닦아줄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만 삶이 존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간단했다. 사람들은 존엄성을 특정한 방식으로 정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무언가가 존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때는 본능적으로 아는 듯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죽음을 계획하는 일은 보통 존엄하지 않은 것을, 그 사람이 상상하기에 굴욕적이거나 모멸스럽거나 헛되거나 속박당하거나 이기적이거나 추하거나 신체가 볼품없어지거나 재정 파탄을 초래하거나 부담스럽거나 불합리하거나 진실하지 못한 무언가를 피하는 것이었다. 많은
환자를 만나며 법에서 요구하는 ‘확고하고 자각 있고 물리적인 동작’으로 약을 자가 투여할 수 없는 환자도 만나게 되었다. 힘이 너무 약해져서 약이 든 컵을 입술까지 들어 올리지 못하거나 병 때문에 소화기관이 망가진 사람들이었다. 일부 루게릭병 환자는 빨대로 액체를 빨아들이지도 못한다. 수년 동안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 많은 의사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자가 투여 조건을 언급하면서 이런 환자를 돌려보냈지만, 로니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마시거나 손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고 해서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싫었다. 전립선암에 걸린 남자는 액체를 마실 수 있으므로 식도암에 걸린 남자보다 많은 권리를 지닌다. 뇌암에 걸린 여자는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유방암에 걸린 여자에 비해 권리가 제한된다. 정말 바보 같은 상황이었다. 긴 노년의 시대에 대처할 미국의 사회적·경제적 준비는 한심한 수준이라고 한다. 의약품은
어처구니없이 비싸고 환자는 의료비 청구서 때문에 파산한다. 65세 이상 미국인 중 약 10퍼센트가 이미 빈곤한 상태다. 메디케어는 노인 생활 지원 시설이나 자택 돌봄을 거의 지원하지 않아서, 노인이라면 다들 두려워하는 성인 위탁시설이나 주에서 지원하는 요양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냉혹하고 노란 조명, 박봉에 과로하는 간호조무사들, 질 낮은 음식. 어떤 노인이 이런 비참하고 외로운 곳에서 사는 것을 피하고자 죽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이성적 자살일까? 만일 그렇다면 이성적 자살은 겉으로는 도덕적 선택처럼 보이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재정적 방치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켈리가 보기에 존엄사법은 ‘장애인이 되는 것보다는 죽는 편이 낫다’라는 관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성문화하며, 그 과업에 참가할 의사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법은 은연중에 장애인에게 모욕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왜 당신은 아직 여기 있는가? 왜 살아서 계속 우리한테
부담을 주는가? 켈리는 지원사가 흔해질수록 이른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의무로 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더라도 의학적 예후, 사회적 자원 부족, 사회의 멸시에서 오는 강력한 압박 때문에 말이다. 데브라는 자기가 개였다면 누군가가 오래전에 안락사시켜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브라는 예전에 아픈 개를, 사랑했던 개를 안락사시켰던 적이 있는데 당시 어린아이였음에도 그 행동이 자비롭다는 것을 이해했다. “‘와, 사랑하는 친구의 괴로움과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데브라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에게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데브라는 정보를 찾아볼수록 저금이 얼마든 모조리 써버리는 것이 유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졌다. 저금을 소진해서 주로부터 지원을 받을 자격을 갖춘 다음, 메디케이드와 사회보장제도에서
지원을 받아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을 찾는 것이다. “신경심리학 의사가 내가 살기를 바라는 곳이 여기라네요. 웩!” 데브라는 성인 위탁시설에 관한 정보를 담은 기사도 보내줬다. “뭘 위해서죠?” 데브라는 우울하기만 한 위탁시설에 돈을 낭비하기 싫었다. 자신이 죽은 뒤에 지금까지 모아온 돈을 오리건주 동물 애호 협회에 기증해 개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지난 세월 동안 개들을 사랑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데브라는 개를 돕고자 평생 저축해온 것이지, 그 액수가 얼마든 의료 기관의 주머니를 채워주려던 것이 아니었다. 뎀보는 자신의 견해를 전문적인 의료 기준으로 바꿀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뎀보가 만든 이상적인 체계에 따르면 조력사 자격을 갖춘 환자는 일시적인 자살 생각이 아닌 만성적인 자살 생각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 죽음을 요청한 뒤에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에 해당하는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한다. 약물 치료와 상담치료를 포함해 증거에
기반한 치료를 특정 횟수 이상 시도해봤어야 하는데, 그 환자의 질환이 치료로 호전되지 않음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이 법은 환자가 모든 것을 시도해봤기를 요구할 것이다. 그렇지만 뎀보는 어떤 법도 어떤 사람에게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하기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도 싫다고 말할 권리가 있었다. 그만하면 됐다고 말할 권리가. 필립은 죽을 권리 운동이 돌아오지 않고, 돌아올 수 없고, 절대로 돌아와서도 안 되는 역사적 변화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력 임종에 관한 의료 모형이 권리 기반 모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립이 말했다. “차이를 설명해드리죠. ‘의료 모형’에서는 조력사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봅니다. 끔찍하게 아픈 사람이 있고 모든 의사가 동의한다면, 아프고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사람은 법적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죠. 법은 상당히 까다로운데, 필요한 만큼
아픈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고요…. 하지만 제가 강력하게 지지하는 권리 모형에서는 조력사가 병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거예요. 권리이니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죠. 그저 이 행성에 사는 인간이라서 주어지는 권리인 겁니다. 당연히 권리 모형에서는 의사가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필립은 죽을 권리 운동이 돌아오지 않고, 돌아올 수 없고, 절대로 돌아와서도 안 되는 역사적 변화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력 임종에 관한 의료 모형이 권리 기반 모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립이 말했다. “차이를 설명해드리죠. ‘의료 모형’에서는 조력사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봅니다. 끔찍하게 아픈 사람이 있고 모든 의사가 동의한다면, 아프고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사람은 법적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죠. 법은 상당히 까다로운데, 필요한 만큼 아픈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고요…. 하지만
제가 강력하게 지지하는 권리 모형에서는 조력사가 병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거예요. 권리이니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죠. 그저 이 행성에 사는 인간이라서 주어지는 권리인 겁니다. 당연히 권리 모형에서는 의사가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출판사 서평“이성적이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설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존하는 고통의 목소리를 빌려 죽음의 권리는 어디까지인지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죽음을 마주할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타임스〉, 〈스펙테이터〉 선정 2021년 올해의 책★ 죽음이 삶보다
존엄하게 다가오는 순간은 언제인가? 우리가 존엄한 죽음을 바라는 순간은 언제일까? 질병으로 고통받을 것이 뻔해서, 병에서 회복될 가망이 없어서, 삶에서 즐거운 일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서, 치매로 자아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 대소변 조절을 못 하게 되어 기저귀를 찬 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삶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 외에도 수많은 고통의 순간에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평온하게 죽기를 원해왔다. 이는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럽게’ 여겨진다면 평온하게 죽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극심한 고통으로 죽음을 앞둔 개에게는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기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가? 그런데 왜 인간에게는 이러한 자비가 허락되지 않는가? 죽을 권리를 옹호하는 이들은 “차라리 개처럼 죽겠다”라고 말하며, 죽을 권리가 인권임을 부르짖는다. 1994년 오리건주에서 세계 최초로 ‘존엄사법’이 통과될 당시, 존엄사는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직접 투여하여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였다. 존엄사 자격을 얻으려면 살날이 6개월 이하이며 정신질환으로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았음을 두 명의 의사가 보증해야 했으며, 존엄사를 15일 간격으로 2회 요청해야 했다. 그렇게 존엄사 자격을 얻으면 의사가 죽음에 이르는 약물을 처방해주었고, 환자가 이를 직접 투여해 죽음에 이를 수 있었다. 이는 회복할 가능성이 없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를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존엄한 죽음으로 이끌어주는 법이었다. “당신은 어째서 존엄하게 죽기를 선택하지 않습니까?” 모호한 적용 기준 외에도 존엄사법에는 치명적인 사회적 문제가 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란 곧 존엄하지 않은 삶을 중단할 권리인데, 이처럼 개인의 존엄을 근거로 의사가 죽음을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하는 법을 제정하려면 역설적으로 ‘존엄하지 않은 삶’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 처하면 삶의 존엄이 위협받는지에 관한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의사가 도와주는 존엄사는 살인이 아니라 환자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어떤 삶은 ‘존엄하지 않다’고 규정해도 괜찮은 것인가? 그럼에도 존엄한 마지막을 위하여 존엄사가 삶과 죽음의 존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존엄한 마지막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죽음은 모두가 지나는 삶의 마지막 과정이니까. 저자는 존엄한 죽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해낸다. 그들은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정의한 나 자신’으로 살길 원했으며, 그것을 ‘존엄’이라고 불렀다. 삶의 모든 순간에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존엄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안락사든 존엄사든 조력자살이든, 그 이름이 무엇이든 마지막까지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죽음을 꿈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죽음이 무엇인지에 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지며, 존엄한 삶과 죽음을 향한 간절한 소망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기본정보상품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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